가족 휴가란걸 가본게 아주 어릴적의 기억이고 그나마 가장 최근인게 20년전 외가 친척들과 함께 떠난게 전부입니다. 뭐 그렇다고 아예 가족들끼리 휴가가본적이 없는건 아니고, 사진속에서 어렴풋이 기억날 정도로 오래전 일이지요. 대략 30년은 넘었을거란 말입니다.
그리고 어제 고창으로 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떠났습니다. 그것도 모친의 의지를 받들어 계획을 잡아놓기보다 길 가는대로 떠났습니다.
첫 일정은 선운사 입구 장어를 시작으로
선운사 입구의 어린시절 공포를 겪였던 사천왕을 극복하고
올라가는 길 보이는 어두컴컴한 동굴에 들어가니 보이지 않음에 또다른 공포를 겪었습니다. 저 멀리 모친께서 제 사진을 찍고 계시는군요.
명치에 불가 절대무공을 봉인하고 계신다는 여래불께 공양드린 후
산속 고찰의 한적함을 둘러볼 틈도 없이 강행군을 하였지요.
차를 놔둔 채 4km 가까이 되는 산길을 걸어 올라 내려갈땐 어쩌나 했는데, 요행히도 내려가는 셔틀버스를 얻어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인돌 박물관을 갔지만 폐장 시간이라 근처 야외 전시관에 가서 경계근무 순시를 한 후에
문득 하늘을 올려보니 용이 날고 있었습니다.
재빨리 고창 읍성으로 이동, 밀덕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성벽은 낮은 편이지만 입구는 좁고 성벽으로 둘러쌓여 있어 적이 정문으로 들어오는건 쉽지 않겠더군요.
하지만 우리에겐 정문 왼쪽에 보이는 옆문이 있습니다 ㅋ
오랜 시간이 지나 관광 유적이 되었지만 한때 저 관청에서는 왜침을 막기 위해 작전회의가 벌어졌을 것이고 시대가 지나 청백리가 공명정대한 판결을, 혹은 탐관오리가 백성의 고혈을 쥐어짰을 수도 있었겠지요. 지금은 옛스런 유적이고 '올라가지 마시오' 팻말이 찾는 이를 반깁니다.
그리고 채석강으로 향했으나 이미 날은 어두워 인근에서 방 하나를 잡아 머물고 저는 공주의남자를 시청한 후 수면을 취했습니다. 이걸로 첫날 일정은 끗이군요.
둘쨋날 당연히 채석강으로 갔습니다. 우거진 수풀과 층층히 쌓인 암석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이것이 위대한 지구요, 자연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이런 녀석들이
이만큼 있었습니다. 타이라니드 혹은 저그를 보는듯하더군요.
허나 인간은 어디까지나 잠시 머무르는 것일 뿐, 암석과 바다가 만나는 곳은 저 벌래들이 주인이지요.
지구의 오랜 역사가 이 돌 페이지 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채석강을 떠나며 여행을 떠난 Otd인이라면 반드시 남긴다는 흔적 한방~
그리고 변산 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이 얼마만의 부모님과 해수욕인지... 하여 사진은 못 찍고 잠시 쉬는 동안 또 흔적 남겼습니다.
여담으로, 서쪽 바다는 물이 탁하지만 가다가 모래색이 이상하여 파보니 조개가 나올정도로 뛰어난 해양생태 자원이 있다보니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면 좋을듯 합니다. 실제로도 그리 하는 모양이더군요. 가족단위로 놀러와 아빠와 아이들은 해수욕을 즐기고, 엄마는 고랑으로 조개를 캐는 장면이 심심찮게 목격되었습니다.
암튼 해수욕을 마치고 새만금으로 향했습니다. 생태환경 파괴로 인해 썩 내키진 않았지만 부모님의 생각과 저의 생각이 같을 수 없습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가족끼리의 즐거운 여행조차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신념이 뭐가 중요할까요? 하여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했습니다.
그러다 휴계소에 들려 개방에 안된 길을 보고 든 생각은 '아 잔차 ,ㅡㅡ' 였습니다.
잘 포장되고 뻥 뚤린 바닷길은 언제나 라이딩 욕구를 불태우지요. 다만 코스는 자연에 얹힌게 아니라 자연을 매꾸어 만든 편의주의적인 곳이라 직선길 위주, 즉 재밌어보이진 않더군요. 하지만 TT차가 출동하면 어떨까? 새만금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면 이곳에서 TT대회 여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그리고 휴게소에서 길을 건너 전망대가 있는 방파제쪽으로 향했습니다. 사람이 쌓아 만든 돌 무더기에 막힌 파도를 보는게 조금은 애처로웠는데 그 돌무더기 사이에 버려진 쓰레기,
새만금에 있는 또다른 인간의 이기심을 보니 다시 신념이 앞서게 되더군요. 하여 최대한 빨리 떠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곳은 부여. 부소산성으로 향했습니다.
이곳 또한 위풍당당하던 수문장의 모습은 역사 한켠에나 존재하고 지금은 경비업체가 지키고 있네요 ㅋ
부소산성 내부 길은 잘 포장되어 있어 진입만 가능하다면 잔차로 업힐하고 싶어지더군요. 다만 보도블럭 요철에 의한 충격은 감안해야겠지요. 이럴때마다 올마가 땡깁니다.
중간중간 있는 누각은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더군요. 우리 건축이 원래 자연 위에 얹어 그 풍경을 한 폭에 담는것을 중히 여기다보니 후대에 그 혜택을 보는군요 ㅎㅎ 부여 시내가 한폭에 담겨있습니다.
마침내 도착한곳은 낙화암. 사실 부여에 온 것은 모친께서 고교시절 가보고 싶었지만 와보신 적이 없다 하여 온 곳입니다. 오르는 내내 등산으로 단련되시어 묵묵히 앞장서시던 부친께서 용안을 드러내십니다.
마지막으로 고란사에 들려 한잔 마시면 3년은 젊어진다는 약수를 모친께서는 3잔을 드셨지만 복귀하는 길에 9년 젊어져도 무릎은 그대로라고 하시더군요. 무뚝뚝한 저희 부친께서도 그때만큼은 모친을 부축하셨습니다.
부소산성 앞 향토음식점에서 연잎쌈밥을 먹고 복귀하였습니다. 덕분에 공주의 남자 6회는 소리로만... ㅠㅠ
아직 여행을 못 떠나셨고 부모님과 여행간지 오래되었다면 올해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시는건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