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랫 동안 여러 과정을 통해 완성한 제품을 소개 하고자 합니다.
OTD의 대표작인 456GT와 356mini 입니다.
제 오랜 취미는 사진 입니다. 중학교 때 부터 시작했으니 대략 20년 가까이 된 듯 합니다.
제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생각하고, 예측하며, 그 생각과 예측들을 현실에 투영하듯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사진의 취미는 지나치게 상업화된 사진을 쫓아 인물사진이 대다수를 차지하기에 투영이라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인물 같은 상업사진으로 취미까지 편중된 것은 참 아쉬운 일입니다.
그래서 지난 7년간 사진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키보드에 앞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번 완성된 456GT를 보고 투영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공제된 456GT를 클래식하면서도 단단한 구조가 어떤 키감을 나타낼 지 예측이 어려웠습니다.
공제품을 받기 전 까지만해도 공방에 맡길 생각이었지만, 받아보고 제 손으로 조립해 볼까하는 생각이 많았던 이유가 공방을 통해 제 생각을 이 키보드에 반영하기 상당히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공방은 제 물건 하나 때문에 오랜시간을 두고 수정하고 재수정하고 반영하고 재반영하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는 중에 OTD 공방 운영자인 제로록 님과 이야기 해봤고, 그런 것이 공방을 통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제로록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작업한다 하셨습니다.
될거라고 생각한 것은 가능한 될 때 까지 한다는,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다 한다는 것이 제가 생각한 것을 만드실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세 달 뒤, 놀랍게도 그 생각이 키보드로 만들어 졌습니다.
사실 제 작업 의뢰은 상당히 어정쩡 했습니다.
조립 전 만나서 많은 얘기를 했지만 제가 원하는 키보드는 눅눅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부드럽고 도각도각한 독특한 갈축의 키보드 였습니다.
갈축은 윤활시 조립자의 의도에 따라 특히나 많은 차이가 나는 스위치 인지라 처음에는 제가 원하는 키감의 갈피를 못 잡으셨을 것 입니다.
제가 드린 재료는 456과 더불어 COMPAQ 구갈축 신동품 이었습니다.
스프링도 정하지 않고 제로록님이 가장 좋다 생각하는 걸 넣으세요. 라고 참 어정쩡하게 의뢰했었죠.
되짚어보니 조립자에게 난해함만 드린 듯 합니다
세 달이란 시간 동안 이 키보드에 윤활에 재윤활을 반복하고 조립을 다 해놓고도 판스프링이 거슬려 다시 디숄에 윤활 재윤활.. 생각만해도 짜증날법한 작업을 다하는데 세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 키보드에 두 배 이상의 시간이 들어간 것 입니다.
[역시 3000배열의 하단 키캡이 잘 어울립니다. 마치 항공모함 같이 웅장한 456GT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키보드는 제로록님의 각고의 노력 끝에 생각외의 독특한 갈축 키보드가 되었습니다.
제로록님 자신이 만든 키보드 중에 불만이 두 번째로 없는 만족할만한 녀석이 나왔다고 하셨는데, 그만큼 치면서도 참 놀라웠습니다.
제가 원한 도각거림은 물론이거니와, 해피해킹의 도각거리는 느낌과 갈축의 구분감이 느껴지는 어디에서도 못느껴본 키감이 되었습니다. 제가 애초에 생각하던 그 키감을 정확히 짚어낸 것 입니다.
이런 제 생각을 그대로 조립이 가능했던 이유는 세 번이나 만나서 이야기하고, 작업 진행 중 수 차례 연락하면서 의뢰자의 마음을 읽어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번 조립은 앞서 말씀드린 투영이라는 것을 오랜시간 의뢰자와 소통하며 제로록님이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삼미니는 사실 전체조립을 의뢰하진 않았고, 제가 윤활한 스위치를 납땜, 스테빌 장착만 의뢰 했었습니다.
그런데 스테빌 윤활, 조정 작업도 같이 해 주셨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삼미니는 펑션키가 많이 사용되기에 레터링을 좀 해봤습니다.
나름의 코팅을 해서 승화만큼의 내구성이 될 듯 합니다.
삼미니는 흑축으로 작업했고 특유의 리듬감과 부드러움이 돋보이는 멋진 키보드가 되었습니다.
알루미늄 키보드 하우징이라는 잘 만들어진 반제품에 조립자의 도전과 노력이 더해져 독특한 완제품이 되었습니다.
세 달 동안 같이 고민하고 노력해 주신 제로록님께 감사 드립니다.
잘 사용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