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3.1절도 끼고 해서 라이딩을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영부영 넘어가고 말았습니다(내일이 마지막 기회군요). 이 날은 이래서, 저 날은 저래서... 핑계를 대자면 한도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의 핑계는 일산에 있는 'Brew House the Table'에 다녀와서 입니다.
친구가 연락을 주었습니다. "Brew House the Table 이란 곳이 있는데, 만원에 맥주를 무제한으로 마시는 행사를 한다고 하더라. 언제 한 번 가자"
"말 나온 김에 이번 주말에 가 보자. 어디인데?"
"백마역"
저희 집은 경기도 안산이고, 백마역은 고양시더군요. 자기 차가 있다면 갈 만한 거리일지 몰라도... 술 마시러 가면서 차를 끌고 갈 수도 없을 뿐더러,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애초에 저는 차가 없기 때문에 만만한 거리는 아니었지만, 이곳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하여 가기로 했습니다.
역사에서 한 방 찍었습니다. 사진기를 마련한 지 오래 되지 않고 해서 이것 저것 닥치는대로 찍어보고 있습니다. 구한 사진 책에서 "사진은 빛으로 찍는다"라는 말이 있더군요.
한켠에 수북히 쌓여 있는 나무들이었습니다. 저게 무엇인가 하고 곰곰히 생각을 해 봤는데, 예전 수인선 협궤열차 선로의 침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확인은 못해봤지만 협궤열차 선로는 예전 그 자리를 따라 그대로 놓여 있던 구간이 꽤 되었거든요(그리고 이제 새로 수인선을 놓고 있다고 하죠).
경의선 공덕역입니다. 정말 사람이 없더군요. 배차간격도 30분에 한대 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경의선을 탑니다.
마지막 칸입니다. 경의선을 이용해 본 적이 있는 분들에게는 신기한 것이 아니겠지만, 저는 저 자전거 거치대가 정말 반갑네요.
자전거를 거치하면 저렇게 됩니다. 제 자전거는 아니고, 마침 자전거를 끌고 탄 분이 계셔서 무단으로 한 방 찍어 보았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Brew House the Table에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번들렌즈만 갖고 있어서 빛 확보가 항상 문제입니다. 친구 녀석의 뒷모습이 잡혔습니다.
자, 이것이 바로 안산에서 고양까지 먼 길을 오게 한 이유입니다. 번쩍번쩍 빛나는 저것들이 바로 양조기입니다. 맥주 뽑아내는 기계입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서 맥주통에 담겨 운반되고, 술집에서 "나름대로" 농도를 조절한 그러한 맥주가 아니라, 직접 저곳에서 생산을 해서 파이프를 통해 바로 나오는 그러한 맥주입니다.
그렇잖아도 버드와이저가 술에 물을 과하게 탔다고 해서 손해배송에 휘말렸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말입니다(뭐, 버디는 제가 좋아하는 맥주는 아니니깐).
왼쪽이 뮤니히 둔켈(흑맥주 계열)이고 오른쪽 마시다 남은 것이 허니브라운 계열입니다. 타겟 맥주를 하나 씩 정해 놓고 그 맛에 가까운 녀석들을 생산하는 듯 합니다. 헤페(밀맥주 계열)는 다 떨어져서 없다고 하네요. 사진엔 없지만 저 외에도 마일드 페일에일과 우리비어(국맥을 타겟으로 한 녀석인듯)도 있습니다.
저 잔 한잔이 500 CC 인데, 잔당 4,500원씩 합니다. 만만한 가격은 아닙니다. 뭐 집근처에 있다면 가끔 한잔 정도 커피마시듯 마시러 갈 순 있겠지만... 일단 "매우" 멀군요. 현재 만원에 무제한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3월까지 한다는 듯 합니다. 맥주 맛은 훌륭했습니다. 그 고생해서 가 볼 만한 가치가 있더군요(제 입맛이 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안주로 시킨 소세지입니다. 이것도 수제소세지라고 하더군요. 최소한 메뉴판엔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저 정도의 양에 가격은 무려 2점. 전반적으로 안주들이 가격이 센 편입니다. 하지만 맛은 있습니다. 소세지도 그렇고, 한켠에 버터에 구운 듯한 마늘, 소스를 얹은 감자, 구운 파인애플... 친구가 나이프와 포크로 슥슥 썰어 놓자 순식간에 동이 났습니다.
소세지를 두 그릇이나 해치우고(뒤늦게 온 친구 놈에게 선택권을 주었더니 소세지를 택한 탓입니다), 이걸 뭐라고 부르나... 하여간 요런 걸 시켜먹었습니다. 샐러드 류였던 것 같은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정말 맥주는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화장실도 여러 번 다녀왔고요. 두 당 2.5~3 리터씩 먹은 듯 합니다(그래봐야 피처 한잔씩 먹었네요). 그리고 친구네 집으로 이동해서 쟁여두었던 위스키를 마시고 새벽 3시가 넘어서 모임은 쫑이 난 듯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는 동생네서 같이 야구나 보자고 해서 일찌감치 장을 보고 쳐들어가서 삼겹살을 구워먹었습니다. 저녁시간을 포기하면서 보았는데 네덜란드에게 탈탈 털렸네요. 그것도 오대영. 왠지 과거 축구 스코어가 생각납니다. 중간에 보다가 답답해서 코미디빅리그나 돌려 봤습니다.
내일은 꼭 자전거를 끌고 나가야겠습니다.
마지막 삽겹살이 더 군침이 도는건..
(샐러드는 카프리(레?)제처럼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