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근처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갈 수 있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만, 가다보니 Major코스가 아닌 Minor코스로 올라가더군요.
일정 내내 비가 자주 내려서 이게 산을 오르는 건지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는 건지 모를 상황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산 속 길을 걷고 있으니 거의 도 닦으러 입산하는 기분이 듭니다.
사진은 따로 올리지 않았지만, 올라가는 동안에 거머리에 물려서 다리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이 분위기를 망치고 있습니다.
카트만두에서 급조한 만원짜리 우비는 싸구려라서 그런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닭이 거의 방목 상태라서, 브로일러가 아닌 토종닭 맛이 납니다. 잡내도 거의 나지 않고 쫄깃쫄깃~
음식을 주문하면 닭 목을 비틀고 털부터 뽑기 때문에 주문하면 1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합니다만,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감자는 강원도 감자랑 비슷한 수준입니다.
어쨌든 닭고기 로스트의 힘이 없었으면 중간에 쓰러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날씨가 썩 좋지 않아서 괜찮은 사진은 별로 못 건졌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게 아마... 안나프루나 남쪽 봉우리라고 생각합니다.
해발 3000미터 이상 올라간 거 같은 데 고산병 크리가 터져서 이후에는 거의 기어서 하산하느라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당나귀에 얹혀져서 내려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하산 후의 맥주는 정말 뼈에 스며드는 게 느껴질 정도로 맛이 있었습니다.
거품이 잘 나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Tuborg를 선택한 자신을 자화자찬하면서 꿀꺽꿀꺽~
어떤 사람에게는 마실
어떤 사람에게는 전망대 구경
어떤 사람에게는 트렉킹
어떤 사람에게는 등산
어떤 사람에게는 등반
저한테는 등산과 등반의 중간 정도인 듯 한데, 중간에 마주친 동네 사람들은 쓰레빠 신고 가볍게 오르락 내리락 하더랍니다. 등산을 꽤 하신 분들이 3일에 걸쳐서 가는 거리를 동네 사람들은 하루 만에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특히 베이스 캠프 이후에 가이드 역을 하는 셀파들은 거의 초인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포경 수술 받은 사람처럼 뒤뚱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걸어다니며, 계단 한 칸만 오르내려도 신음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이 동네에서의 백미는 산의 풍경 보다 밤하늘 이었습니다.
미처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아니라 이글이글 거립니다.
진짜 은하수는 정말 필설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장엄합니다.
군생활을 1000미터 고지에서 하면서 밤에 보초를 서면서 별을 제법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곳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다시 올라갈 바에는 재입대하고 말겠습니다 -_-*
P.S. 오르내리는 동안 죽지 않으려고 열심히 먹어댄 탓에 하루에 산행을 7시간 이상 했는데도 체중이 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