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퇴근하던 날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때 제가 첨 오프모임 가던 날이었죠?
즐거운 마음으로 전철역으로 걸어가던 중에 우리회사 계약직과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어디 가시냐는 판에 박힌 질문에 키보드 동호회 모임에 간다고 자랑스럽게 말해줬지요.
저의 오타꾸적인 성향과 함께 말이죠...
근데 이 친구, 기계식 키보드를 안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라서 이야기하다가 피가 머리끝까지 몰리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회사 쓰레기장 옆에 내구연한이 다되어 고물처리하기 직전의 폐장비를 쌓아두는 곳에
꽤 많이(!) 봤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 왈, 고물상 아저씨들도 기계나 가져갔지, 키보드는 가져가지도 않더라는...
사실, 얼마전에 그 근처로 지나가면서 천막에 들어가서 훑어봤는데 멤브 키보드 몇개 말고는 전혀 못봤었습니다.
그래서 먼말이냐? 난 본적이 없다. 그랬더니,
"당연하죠. 제가 다 팔았는 데요?^^"
속 뒤집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에? 언제?-_-"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옥션에 한개씩 올렸더니 불티나게 팔리던 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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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과학기자재에 달린 키보드는 사용량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실험을 위한 정보입력만 하면 되기 때문이죠...
그 친구 아니, 그 X 손에 팔려나간 키보드만 생각하면 속이 미어집니다.
최고의 클라이막스, "아 기계식 키보드 말이죠? 거 누르면 딸깍딸깍 소리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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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프스 백축일 가능성 거의 90% 입니다...
복도 복도....ㅜ_ㅜ
전 지지리도 복없는 놈이었습니다.
사실, 그날 저녁에 첫모임이라 좀 긴장했었고, 술먹고 집에 들어와서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요즘도, 항구를 보거나, 항구에서 아웃비드 당하고 속으로 XX를 외치거나, 밖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그때의 대화가 불뚝불뚝 생각나 제 가슴을 할큅니다. =ㅅ=;;;
그때 팔려간 키보드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아 젠장 술땡기네...
좋은 저녁 되십시오.
그럼 이만.(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