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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서부극과 그 변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애초에 스타워즈 자체가 서부극과 사무라이 영화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지라... 라이언 존슨이 이런 건 잘 하거든요. 의아해 보이는 무대 설정이나 캐릭터, 테마들도 이런 코드 안에서 운용되고 이 코드의 설득력은 얼마나 이런 영화들에 친숙한가에 따라 달라질 텐데, 영화 보시려는 분들은 그 점 숙고하고 보러 가세요. 이런 코드에 익숙하지 않으면 연출이 설득력 없다고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스타워즈 팬덤에 대한 배려는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스포라서 더 이상은 얘기 못하지만). 평론은 호평하고 팬덤은 분노하는 게 이유가 있긴 해요. 그리고 이 코드라는 게 좀 오덕스러운 거라서 서로가 서로의 감상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어요. 좋다고 보는 관객이나 구리다고 보는 관객이나 서로 이해가 안되고, 그게 왜 재미있어? 그게 왜 구린데? 이런 식이예요.
캐릭터의 어떤 점을 좋아하느냐에 따라서도 갈리지 싶은데, 전 예전 시리즈에서 루크가 도인처럼 굴다가 다스 베이더가 누이를 볼모로 도발하자 폭주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깊었거든요. 반면 루크를 성인 레벨의 흠결 없는 완성된 제다이로 두고 보시는 분들께는 이번 영화가 아주 맘에 안 드실 겁니다.
다만 호불호와는 상관없이 문제작인 건 분명해요. 그리고 스타워즈가 이렇게 도발적인 경우도 없었습니다.
스타워즈는 스타워즈다워야 한다라는 꼰대 마인드의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스노크, 가미가제, 억지감동요소 삽입, 레이의 부모 맥거핀, 뜬금없는 유색인종 커플, 문제점으로 지적할만한 것이 너무 많지만 논점의 중심인 루크 얘기만 해보죠. 사실 이게 너무
루크 스카이워커, 포스의 균형을 가져온 자. 포스 센서티브들은 다크사이드에 빠질까봐 사회에 물들지 않은 아주 어린 나이에 수련을 받죠. 아나킨 스카이워커조차 너무 나이가 많다고 안 받아들이려 했었습니다. 루크는 19세라는 나이에 시작했음에도 클래식 트릴로지에서 다크사이드의 유혹을 스스로 떨쳐내죠. 이것은 그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며 그의 아버지가 다시 빛으로 돌아오리라 끝까지 기다리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카가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밤에 뒷치기를 한다? 사람이 살다가 변할 수 있다는 것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다스 베이더가 스타워즈의 상징이라면 루크 스카이워커는 클래식 트릴로지의 상징입니다. 라스트 제다이에서 루크는 루크 스카이워커 본인인 마크 해밀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우리가 아는 루크가 아니라 제이크 스카이워커였습니다. 이것은 예의가 없는 거에요. 클래식 트릴로지의 주인공, 그리고 그 클래식 트릴로지의 팬들에게.
디즈니가 카일로 렌의 입을 빌려 옛것을 죽게 내버려두고 필요하다면 죽인다라는 의지를 천명한거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밤에 뒤치기를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죽게 만들 미래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광선검을 뽑았고 그 즉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되어 있어요. 이건 다스 베이더의 도발과 비슷한 상황이라서 그냥 이 루크라는 개인이 여전히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리고 그러면서도 바로 스스로를 다잡는 모습을 보여주는건데 이게 우연히 깨어난 제자와 겹쳐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그런 거라고 이해했어요. 저도 관련해서 얘기할 게 많긴 한데 이 글타래에서 너무 많이 이야기하기가 좀 그렇네요.
그러나 이것들 이외에도 트릴로지 팬들에게 맘에 안 드는 것들은 있을 거예요(실제로 마크 해밀도 이번 루크는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해 왔던 것과 다르다고 하기도 했구요). 실제로 총체적 전복이 이 영화의 테마인 만큼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다만 영화라는 게 그 맥락이 강렬하면 강렬할 수록 이 흐름에 편승하거나 편승하지 못하거나의 갈림이 강하고 이를 문제점을 지적하기엔 좀 섣부른 것 같은게, 저는 고전 영화들의 오마주라든가 복선 같은 것들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기술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좀 덜컹거려도 주어진 과제들을 어느 정도 훌륭하게 달성했다고 봐요.
이게 웃긴 게, 누군가도 지적했습니다만 호평하는 쪽이나 비난하는 쪽이나 같은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한 쪽에서는 억지라고 비난하는 게 한 쪽에서는 자연스러운 귀결로 느껴진다든지, 한 쪽에서는 훌륭한 재해석이라고 하는 것들이 한 쪽에서는 팬덤에 대한 배신이며 존중의 부족이라고 하는 것들입니다. 이건 사실 영화나 서사 예술을 만들면서 당혹스러운 지점이기도 한데 딱히 답이 없는 문제 같아요. 다만 그런 만큼 서로 다른 감상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지 않나 합니다.
음 뭐 전복에 대해서,... 전복이 이 영화 연출, 그리고 스토리를 구성함에 있어서 그것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숙명과도 같은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클리셰를 깨기 위한 무리수를 두진 않았겠죠.
단편 영화로 놓고 봤을 때 과연 그런 이야기가 필요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영화를 감상하고 난 직후에는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죠. 그냥 뭔가 의심스러운 찜찜한만 있었습니다. 마치 똥싸고 뒤가 개운치 않은 느낌? 딱 한번 그 이전에 그런 경험을 했었는데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였습니다. 친구가 캐나다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였기에 그 감각은 확실히 기억합니다. 그런데 다른 찜찜함이었어요. 단편 영화로 봤을 때 부족함은 없다고 보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그런 찜찜함... 근데 이건 다른 이들의 후기를 보고 나서 그 찜찜함이 모든 것, 심지어 단편 영화로써도 모자랐던 것을 단지 팬심으로 외면했다는 것이었죠.
물론 감상평은 모두가 다릅니다. 또한 옷디 가족분들과 토론은 즐겁지만 그것이 논쟁으로 넘어가는건 원치 않습니다. 두번이나 댓글을 다시며 그래도 스포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하는 밑힌자님의 의견을 존중하여 '스' '포'라고 제목에 붙힙니다. 이것은 결코 삐딱한 받아들임이 아니라 그냥 이 영화가 존중받지 못함에도 옷디 가족의 의견을 존중해야하는 타협점임을 밝힙니다.
글을 쓰면서 심각하게 고민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영화 내용이 주제라면 두괄식이 아닌 미괄식으로 문장을 저 멀리 스크롤 아래로 내려보내서 글을 작성하는 것도 고려해보았지요.
다양성에 대한 존중, 영화를 보고 감상평이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을 단지 제가 분노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즐겁게 봤었다는 사람, 또한 그냥 단지 저처럼 빠심 하나만으로 사전 정보를 차단하고 영화 그대로 보는 사람도 있고 그 책임은 온전히 스스로가 지는 것이 옳은 것이죠. 게다가 여기는 옷디니까 더더욱 존중받아야 마땅한 곳이구요.
저도 골수 스타워즈 팬이지만 다른 감상을 했습니다. 같이 본 사람들도 모두 감탄하지 마지않았어요. 영화보는 눈이 없는 사람들도 아닌게 영화 보는 게 유일한 낙인 사람들이었구요. 그렇다고 이 사람들의 평이 꼭 맞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다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럴 가치를 못 느꼈다'라면 그런 다른 감상들을 존중해 줄 생각이 없으시다는 얘기가 됩니다. 제 감상도 존중하지 않으시겠구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커뮤니티마다 스타워즈 까는 게 유행이 되어서, 좋게 본 사람들은 말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평이 갈리는 것은 확실하지만, 단순히 분노를 표현하실 것이라면 몰라도 추후 감상하실 분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스타워즈 팬들을 배려하려는 특단의 조치라면, 저처럼 어떤 사람들에게는 좋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쁘다는 식으로 에둘러 정보를 주실 수도 있잖아요?
평단에서는 상당한 고평가를 하고 있고, 팬들의 입장 역시 비난이 많은 만큼 호평도 많구요. 일방의 입장만이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비난하는 분들의 마음이나 평가 기준도 이해하고, 이러한 글을 쓰시는 것 역시 소주님의 권리입니다만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만약 제가 영화를 보지 않은 상황에서 이 글을 읽었다면... 아마 소주님이 화가 난 것 이상으로 화가 났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