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짬뽕님의 알프스 청축 키보드를 잠깐 빌려 쓰고 있습니다. 키보드를 받아서 5분 정도 두들겨 보고 나서 삼선짬뽕님께 문자 메시지를 보냈죠.
"와, 이런 키보드가 세상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집에 있는 체리 키보드를 몽땅 내다 버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모델M 마니아입니다. 회사에서는 소리가 너무 커서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노트북에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해피해킹을 들고 다니지만 집에서는 모델M 스페이스 세이버를 메인으로 쓰고 있습니다. 스트로크 압력이 높아서 오래 타이핑을 하다 보면 손가락이 뻐근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명확한 구분감은 모델M을 따를만한 키보드가 없다고 생각했죠. 맑게 울리는 스프링의 공명 또한 모델M의 매력이죠.
그런데 알프스 청축을 써보니 모델M 보다 구분감이 더 명확한 것 같습니다. 훨씬 가볍고요. 손가락에 힘도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타이핑을 할 때 찰칵찰칵하고 기분 좋은 클릭 소리가 리듬감을 살려줍니다. 체리 청축이 짤깍짤깍 또는 재잘재잘하고 신경질적인 금속성 소음을 낸다면 알프스 청축은 좀 더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한 느낌을 줍니다. 구분감도 체리 청축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입니다. 어느 시점에 입력이 되는지 직관적으로 알게 됩니다.
모델M과 번갈아 가면서 타이핑을 해보면 모델M은 상대적으로 무거우면서도 스트로크 깊이가 얕아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알프스 청축은 입력과 동시에 시원시원하게 바닥을 탁 때리고 나오는데 모델M은 스프링의 압력 때문이겠지만 바닥 치는 맛이 덜한 것 같습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알프스 청축이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가 만져본 키보드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었습니다. 이런 키보드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손가락이 참 간사해서 어제까지만 해도 최고라고 생각했던 모델M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베이를 좀 뒤져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