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알프스에 대한 기억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낡아빠진 애플 확장을 두어개 잡았다가 후회 만점이었던 기억이 좀 있고, 애플 어드를 잠깐 만져봤다가 극악스러운 키감에 내던져 버렸고요. 이베이에서 델 101W 흑축 키보드를 10만원 가까이 주고 들여왔다가 속이 쓰라렸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번개 때 삼선짬뽕님 말씀을 들으니 새삼스럽게 알프스가 강렬하게 땡깁니다.
삼선짬뽕님 말씀으로는
1. 체리 키보드야 언제라도 돈만 주면 살 수 있지만 알프스는 완전히 단종이 됐고.
2. 체리 키보드는 오래 써도 거의 마모가 없지만 알프스는 사용할수록 닳아서 키감이 달라지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더 더욱 알프스 키보드가 소중하다는 이야기입니다.
3. 그리고 무엇보다도 알프스 핑크나 블루를 따라 잡을 키보드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죠.
더 이상 만들지 않는 키보드. 그렇지만 최고의 키보드. 안타깝게도 타이핑을 할 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그래서 더욱 애정이 남고, 있는대로 사들여 쟁여두게 되는 그런 키보드라는 겁니다. 흔치 않고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키보드라는 겁니다. 알프스 등정이 이렇게 멀고도 험한 것도 그런 이유겠죠.
어딘가에 알프스 NIB이 창고 가득 쌓여있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리고 언젠가 응삼님이 알프스 356을 공제해 주실 것도 기대해 봅니다. 내친 김에 지쟈스님의 알프스 ZPK+도 기대해 봅니다. 찌니님과 이온언냐님이 키캡과 스위치도 구해주시겠죠.
(생각난 김에 자랑. 저는 작년에 배낭여행을 가서 스위스에 사흘 정도 머물렀습니다. 겨울이라 융프라우를 잠깐 올라갔다 오고 말았지만 올해 가을에는 루체른에서 마테호른을 돌아 취리히로 나오는 자전거 일주를 해볼까 합니다. 에코 투어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자전거를 빌려타면 배낭은 따로 기차에 실어서 저녁에 도착할 도시로 배달해주더라고요.)
초장에 알프스를 멀리하게하는 경험을 다 해보셨군요 저도 같은 경험을 하다 옐로우 한번 잡아보구 그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