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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16 21:51
이병률 - 찬란
http://l.otd.kr/VDPFB3I5
 글쓴이 : 월하유정
조회 : 456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더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쳐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지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
등을 켜려다 전구가 나갔고
검푸른 어둠이 굽이쳤으나
생각만으로 겨울을 불렀으니 찬란이다

실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생명들이 뿌리까지 피곤한 것도
햇빛의 가랑이 사이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만나는 것도
무시무시한 찬란이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Cakky [Lv: 6 / 명성: 623 / 전투력: 450] 15-04-16 23:07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한번 읽고, 두번 더 읽어보았네요.
ChaN [Lv: 2 / 명성: 413 / 전투력: 109] 15-04-16 23:15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현 [Lv: 53 / 명성: 423 / 전투력: 644] 15-04-16 23:40
 
좋은 글 감사합니다.
힘내라아빠 [Lv: 786 / 명성: 746 / 전투력: 29815] 15-04-17 15:32
 
좋은 글 감사합니다.(2)
공재아 [Lv: 0 / 명성: 567 / 전투력: 46] 15-04-19 15:35
 
문학도로서 옷디에서 이런 글을 만나니 더 반갑네요 ㅎㅎㅎ
임똥 [Lv: 0 / 명성: 417 / 전투력: 22] 15-04-20 17:50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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