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전 7시 경...
배가 살살 아프길래 자다 일어나서 화장실로 갑니다.
급똥을 시전합니다.
다시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계속 아픕니다.
따땃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잠을 청합니다.
계속 아픕니다. 평소 급똥 신호보다 2~3배 아픕니다.
다시 화장실로 갑니다.
다시 판단컨데, 이거슨 분명 급똥이 아주 급박할 때 나오는 신호와 유사하지만,
신호의 발원지와 영역이 다르며 급똥 수행을 완료하여도 신호는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신호의 발원지는 뱃속 깊쑤키!
전날 밤 자정 경에 피자/파스타를 약간 섭취하고, 4시경 잠들기 직전에 사무엘 아담스 1병을 흡입후 취침하였는지라...
분명 과식도 아니고, 과음도 아닌 그런 속이 편안한 상태여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화장실을 여러번 들락거리다가 10시쯤 되었나...
이젠 속도 조금 메스껍기 시작합니다.
물을 한 모금 마십니다.
항균 비누 데톨로 손을 깨끗하게 씻고 입 속으로 쑤셔넣습니다.
토악질을 억지로 해봅니다.
좀 전에 먹었던 맹물만 나옵니다.
공복 상태에 방금 먹었던지라 위산도 거의 안나온 상태의 맑은 맹물입니다.
다행히 식도엔 별 영향을 주지 않았겟군요.
분명 이거슨 체한 것도 아니며, 급똥도 아니며, 이도 저도 아닌 뭔가 야리꼬롬한 상태입니다.
일단 경과를 좀 더 지켜보기로 합니다.
11시가 넘었네요.
이젠 판단이 섰습니다.
제가 아는 상식 선에서 맹장염이 의심되기 시작했습니다.
더 개기다가 더 아파서 혼자 못움직이는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병원에 가기로 맘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근방에 가장 가까운 응급실은 일원동에 위치한 삼성의료원이 생각납니다.
택시를 타고 가자니 시간이 지체될 것 같고, 일단 차를 몰고 갑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응급실로 직행!
응급실에 도착해서 접수하려니 처음 병원에 왔다고 뭔가 적을 게 많네요.
내가 지금 응급실인건지 그냥 일반 병원에 온건지 헷갈리는 순간입니다.
일단 적으라는거 다 적고 차례를 기다린 후 응급실로 들어갑니다.
이 때가 정오 쯤이었습니다.
혈압/체온을 재고 간단한 문진 후 인턴을 기다립니다.
상황을 설명하니 일단 검사부터 해야한다네요.
그리고선 수액을 맞습니다.
혈액검사와 엑스레이를 찍고 기다립니다.
소변검사도 해야한답니다.
이 무렵에 응삼님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뭐하냐고 밥이나 먹자공...
맹장염이 의심되어 응급실 왔다고 하니 필요하면 가겠다는거 굳이 올 필요 없다고 결과 나오면 알려 주겠다고 했네요.
인턴이 오더니 CT를 찍어봐야 한다네요.
CT를 찍고 영상 판독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참 시간이 길더군요.
심전도도 찍어야 한답니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신음소리를 내며 기다립니다.
어지럽고 메스껍다고 하니 뭔가를 하나 더 놔주네요.
포도당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상판독결과가 나오고 나서 전문의가 와서 부릅니다.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줍니다.
이러저러한 상황으로 파악되었고, 현 상황상 급성충수염(일명 급성맹장염)으로 진단되어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현재 병원에 입원실이 딱 하나 비어있는데, VIP실이라 1일 입원료가 70만원이라네요? ㄷㄷㄷ
그래서 외부 협력 병원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합니다.
설명을 듣고 비교적 가까운 병원을 골랐으나, 이미 수술 스케쥴이 두 명이나 잡혀 있어 대기 시간이 길다 하여 논현동 소재의 민병원 강남분원을 선택하고 기다립니다.
기다리다가 아파 뒤지겠다고 하니 진통제를 놔 줍니다.
진통제를 맞고나서 한 10분 쯤 지나니 배가 안아프더군요 ㅎㅎㅎ
수납을 완료하고, 3시 15분경 엠뷸런스를 타고 민병원으로 향합니다.
엠뷸런스에 누워서 병원으로 가보는건 난생 첫 경험이었네요 ^^;
병원에 도착 후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에서 기다립니다.
환자복 갈아입고, 제 수술을 집도할 외과과장님의 수술 전 설명을 듣고 기다립니다.
수술 스케쥴이 나와서 응삼님한테 문자를 보내줍니당.
약 5시 경 수술대에 눕습니다.
수면마취는 해봤지만, 전신마취는 처음입니다. ㄷㄷㄷ
전신마취 가스는 입으로 숨을 쉬었음에도 냄새가 우웩이더군요.
너댓번 째 들이쉴 때였나.... 기절합니다. ㅎㅎ
마취에 깨어보니 회복실에 혼자 누워있더군요.
정신을 좀 차린 후 병실로 돌아옵니다.
병실에 와보니 소주님이 와 있더군요.
좀 있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응삼님이 옵니다.
그러다 그 날은 몸이 피곤했는지 일찍 잠들었네요...
다음 날 오전에 바로 뽀~옹~ 가스 분출!
회복 속도가 빠릅니다. ㅎㅎ
어제 퇴원해서 오늘은 출근했습니당. ㅎㅎ
배에는 구멍이 3개나 생겼고, 그 꼬멘 자리 실밥은 담주 월요일에나 풀게 되네요.
병명은 "국소 복막염을 동반한 급성 충수염" 입니다.
풀이하자면...
"급성으로 맹장에 염증이 생겼고, 맹장 주변에도 염증이 조금 전이되어 복막염을 동반한 상태"
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삼성의료원 병원비 정산: 248,640원
당일 응급실, 혈액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촬영, 심전도검사, CT촬영, CT결과, CD 제작 등
민병원 병원비 정산: 744,340원
5인실 3박4일 입원, 수술, 무통주사 등
결국 100만원에 몇 천원 빠지는 금전적인 손실이 ....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