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글로 쓰다가 글이 좀 길어지는 것 같아서 답변글로 답니다.
다행히도 저는 유당불내증 같은 증상이 없어서 우유를 물처럼 마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유를 못 마신지는 꽤 됩니다. 링크를 달아 두신 글은 저도 보긴 했는데, 솔직히 우유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사실 어떤 한 식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란 쉽지 않죠. 사람은 여러 가지 음식을 함께 섭취하니까요. 다만 그 식품이 어떤 성분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 보고 그것으로 그 효과를 짐작하고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를 판단할 수 있을 뿐입니다.
우유가 몸에 좋은가 그렇지 않은가, 이것이 낙농업자들의 음모로 인한 것인가 등은 서구에서도 이야기가 나온 문제지요. 사실 이런 문제의 상당수는 서구에서 제기된 것들이 많긴 합니다. 육류 섭취에 대한 것도 그렇고요.
윗글의 덧글에서 봤지만, 치즈를 먹기 때문에 우유를 먹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덧글은 본문을 잘 읽지 않았고,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치즈 등등은 유(乳)제품으로 우유를 가지고 만든 제품들입니다. 이건 빨간부엉이 님이 링크를 다신 글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고기는 먹지 않지만 햄버거는 먹는다는 식의 이야기랄까요.
문제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우유가 몸에 좋은가 좋지 않은가에 대한 것이고, 둘째는 우유를 얻기 위해 취하는 방법이 잔인하기 때문에 이를 먹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것입니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우유가 몸에 좋은가 좋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론이 나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우유를 먹는 것과 유제품을 먹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됩니다. 유제품은 우유를 가공했기 때문에 우유에 있을 수도 있는 건강에 좋지 않은 성분들이 가공 도중에 없어질 수도 있고 더 들어갈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소에게 주는 사료에 문제가 있어서(환경 호르몬 문제라던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유를 마시는 습관을 단순히 서구식 식습관을 들여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유사 이래로 소젖 뿐 아니라 말젖, 양젖 등도 섭취해 왔습니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후에 처음 마신 식품도 소젖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젖과 양젖이 점점 안 보이게 된 것은 인간이 대량으로 사육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겠지요. 다시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우유가 몸에 좋은가 좋지 않은가와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소에게서 젖을 빼앗는 과정이 비인도적이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저는 인간은 원래 그런 동물이라는 생각이 더 듭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소고기 사묵겠지"라고 하는 말도 무던하게 받아들입니다. 어미에게서 새끼를 떼어가는 것도 잔인한 일이고, 축사에 소를 가둬놓고 더 나이가 들어서 육질이 안 좋아지기 전에 도살해 버리는 것도 잔인한 일입니다. 움직일 틈도 없는 곳에서 하루 하루 알을 낳는 암탉들도 그러하고, 튀겨져서 맥주와 함께 저녁 식사로 소비되는 닭들도 그렇습니다. 저는 둘 다 잔인한 일이지 어떤 것이 더 잔인하고 덜 잔인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우유에 대한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채식주의에 대한 이야기와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정적으로는 저도 채식주의에 동정적이지만, 고기를 끊을 수 없네요. 어찌 보면 가슴 속에 이상을 품고 살고 어떤 게 옳은 것인지 알지만 결국에는 현실과 타협 하고 사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아 뜬금없이 고기 먹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