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을 위한 미디어법이 날치기로 통과되고 우리는 분노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채널 삭제로 응수하였고 저 또한 그리하였으니, 부모님께서는 원래 저희집에 종편이 안 나오는 걸로 알고 계셨죠.
그러나 힘빠님의 글을 보고 인터넷과 sns의 반응을 보니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전 채널 해제만 하고 한번 시청해볼까 했는데, 정작 밖에서 보게 되었네요. 시그널이 끝나고 드디어 앵커로 나선 손석희 교수... 아니 손석희 앵커의 믿음직한 목소리는 그 식당 안에 있던 모두를 주목하게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언론인이자, 대한민국이 민주국가라는 마지막 증거, 손석희 앵커.
당시 공중파와 인터넷 포털에서 주로 다뤄진것은 장성택 숙청에 관한 것이었는데 jtbc는 놀랍게도 철도노조 파업을 다뤘습니다. 그것을 보며 정작 시급한 사안이 무엇인지, 공중파가 얼마나 썩었는지 다시한번 깨닳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것은 보통 파업에 관한 뉴스를 다루면서 사측 입장과 그에 따른 손해 및 피해만 다루는데 반해, 노조측과 사측 인터뷰를 순차적으로 진행, 양쪽 분량을 비슷하게 가져가며 공정성을 기함에 이것이 과연 국내 언론에서 가능한 것인가 하는 감명을 받았습니다.
부칸 뉴스야 사실 통일전망대에서나 다뤄지던 프로그램이죠. 하지만 부칸 쿠테타도 아니고 연일 권력구조에 대한 뉴스가 꼭지로 다뤄지는걸 보고 내가 지금 조선중앙통신을 보는것 같은데 왜 리춘히가 안나오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왜일까요? 꼭지로 다뤄져야 할 것이 어디에 불리한 내용인지에 따라 그것은 뒷전으로 물릴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부칸 독재의 나팔수, 리춘히. 그러나 그 기백 넘치는 어투만큼은 레전설.
그리고 저 유명한 클로징 음악은... 사실 볼륨이 크지 않아 못 들었습니다. 하지만 손석희 앵커가 매일 직접 선곡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철저한 검열을 받는 언론에서 자유를 위해 홀로 투쟁하며 진실을 알리고 대중음악을 틀어주는 해적라디오를 연상케 하더군요. 감상평은 '뉴스 하나만 가지고도 방송삭제 해금할 필요가 있다' 였습니다. 사실 종편은 보도프로그램이 그 방향성을 드러내는 것이니 말이죠. 최소한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되었을 때 예상되었던 종편의 정석과 궤를 달리하는 행마였습니다.
이는 제가 뒤늦게 검색을 해보고 한번 더 놀랐습니다. 중앙일보, 삼성, 그리고 홍석현 사장의 동상이몽은 재쳐두고서라도 일단 tbc의 후신이라고 명백하게 밝히는 jtbc는 언론통폐합으로 tbc를 사라지게 한 장본인인 29만원 대머리 학살자에게 큰 원한을 가졌죠. tbc시절 1980년 5월 광주에 취재를 나간 영상을 검열과 언론통폐합으로 인해 공개하지 못한 영상을 놀랍게도 폐기하지 않고, 중앙일보(!) 창고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32년만에 송출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는 원한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적의 적은 나의 적이 쓰러질때까진 아군이 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29만원 대머리 학살자와 tbc를 가져간 kbs에 대한 원한을 개국 초기에 드러내었죠.
이런걸 보고 앞날은 참 예측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디어법이 통과되고 종편이 개국했을 때 평생 보지 않으리라 한 다짐은 jtbc 하나로 어찌됐건 깨졌고(물론 다른 채널은 여전히 삭제된 상태입니다) 저와 같은 입장인분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다짐을 지키는 분들도 계시죠.
jtbc는 스스로를 종편이 아닌, 비 지상파라고 불러달라 합니다. 이는 종편이 어떤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태어났는지 개의치 않는 다른 채널과 궤를 달리한다는 뜻이고, 지상파 또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라 생각됩니다. 이렇다보니 그 태생적 한계는 잠시 접어두고 올바른 행마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