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하 수상해서 좀 정신이 없네요. 이슈 브리핑 기다리셨던 분들 있다면 죄송합니다. 월요일부터 재개하겠습니다.
오늘은 대신 오늘 썼던 다른 글 두 건 올려놓고 갑니다.
합법적으로 TV 수신료 안 내는 8가지 방법.
TV 수신료는 증세·감세 논쟁과 또 다르다. 부자 증세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강화하자는 주장에는 확실한 명분이 있지만 TV 수신료 인상은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를 돕는 꼴이다. TV 수신료라고는 하지만 결국 KBS 수신료나 마찬가지인데 요즘 KBS의 보도를 생각하면 공영방송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저소득 계층일수록 체감하는 부담이 더 크기도 하다.
공영방송 역할을 포기한 KBS에 돈을 보태주는 것도 견딜 수 없지만 TV 수신료 인상과 함께 KBS2가 광고를 안 받게 되면 그 광고 물량의 상당 부분이 MBC와 SBS는 물론이고 종합편성채널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보인다(트리클 다운 효과!). KBS 수신료 인상을 곱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적으로 공영방송 강화에 찬성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합의도 없이 여당 추천 이사들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것도 더더욱 동의하기 어렵게 만든다.
TV 수신료를 합법적으로 안 내는 방법은 많다. 방송법 64조에는 “TV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TV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소요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 세금이 아니며 TV 수상기를 소지한 특정집단에 대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첫째, 가장 간단하게는 TV 수상기를 없애고 TV를 안 보면 된다. TV 수신료 징수를 대행하는 한국전력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TV가 없다고 신고하면 그걸로 끝이다. KBS에서 확인 전화가 오고 간혹 현장 점검을 나올 때도 있고 간혹 폐기물 업체 영수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전화 확인으로 끝난다. 그러나 멀쩡히 있는 TV를 잠깐 숨겨 놓고 말소 신고를 하는 경우는 불법이다. 적발될 경우 1년 분의 수신료에 해당하는 추징금을 내야 한다.
둘째, 난시청 가구라면 TV 수신료를 안 내도 된다. KBS에 따르면 지상 9m 이상 높이의 안테나를 달아서 수신이 안 되면 수신료 면제 대상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전파 강도가 41㎶/m 미만이거나 10초 안에 세 번 이상 화면이 깜박거리면 난시청 지역으로 분류된다. 지역적 난시청은 안 내도 되지만 주변에 높은 건물이 있다거나 특수한 입지적 조건 때문에 안 나오는 인위적 난시청이라면 내야 한다. 지역적 난시청은 10% 정도로 추산된다.
셋째, 수신료는 내기 싫지만 그래도 TV를 보고 싶다면 TV 수상기를 치우고 PC를 거실에 갖다 두면 된다. 푹이나 티빙 같은 스트리밍 방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KBS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TV 수상기의 범주는 매우 좁다. KBS는 지상파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튜너가 내장된 기기를 TV 수상기로 본다. PC 모니터는 당연히 TV 수상기가 아니다. PC에 들어가는 TV 수신카드도 PC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역시 TV 수상기가 아니다.
넷째, 다시 보기 서비스로 지나간 드라마 정도를 보는 데 그친다면 애플TV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테면 공부방에 있는 PC에서 파일을 내려 받아 저장한 뒤 애플TV를 통해 거실의 PC 모니터로 보면 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활용도가 낮지만 장기적으로 구글 크롬캐스트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크롬캐스트 조합이 새로운 TV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TV 수상기가 아니라도 TV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섯째, 케이블이나 IPTV, 스카이라이프 등 이미 유료방송에 가입돼 있다면 TV 수상기를 치우고 PC 모니터로 대체할 수도 있다. 셋톱박스에 따라 다르지만 튜너를 거치지 않고 HDMI 단자로 PC 모니터에 연결해서 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이처럼 TV 수상기 대신 PC 모니터를 들여놓으면 가격은 싸면서 기능은 동일하다. 오히려 리모컨을 두 개씩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물론 TV 수신료도 안 내도 된다.
여섯째, 1인 가구 가운데서는 태블릿으로 TV를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 DMB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나 지상파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TV 앱도 있고 스마트폰과 PC 모니터를 연결하는 어댑터도 있다. TV를 거실에 두고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이라면 아예 TV를 치우는 건 어떨까. 본방 사수의 시대는 이미 갔다. 요즘은 저렴한 요금에 실시간 방송은 기본이고 무제한 다시보기가 가능한 모바일 TV 상품도 많이 나와 있다.
일곱째, 극단적인 경우 TV 수상기에서 튜너를 제거하거나 튜너 단자를 봉인하고 수신료를 안 내기로 하는 사례도 있다. TV를 보지 않고 DVD 감상 용도로만 쓰더라도 일단 튜너가 있는 TV 수상기가 있으면 수신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정말 TV를 볼 일이 없다면 튜너를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엄밀하게는 튜너만 없으면 케이블로 지상파를 봐도 수신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 경우 KBS 직원과 상당한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
여덟째, 예외적인 경우지만 전기 사용량이 50kWh 이하라면 TV 수상기가 있더라도 TV 수신료를 낼 필요가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월 평균 가구 전기 사용량은 310kWh. 137L 냉장고 하나만 한 달 틀어도 35kWh나 된다. 1인 가구가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50kWh가 훨씬 넘지만 TV를 거의 보지 않고 전기 사용량도 적은데 불필요하게 TV 수신료를 내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TV(수상기)로 TV(콘텐츠)를 보는 시대가 아니다. 한때 “TV는 어디에나 있다(TV Everywhere)”고 하더니 이제는 “TV가 없어도 되는 시대가 됐다(TV Nowhere)”는 말까지 나온다. 그래도 TV 수신료는 여전히 TV 수상기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과거에는 실제로 보든 안 보든 KBS를 볼 수 있는 TV 수상기가 있으면 TV 수신료를 내야했지만 이제는 TV 수상기가 없이도 TV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KBS는 홈페이지에서 “TV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장치(튜너)가 내장돼 있는 수상기나, 외장 튜너(셋톱박스)가 연결되어 있는 모니터를 소지하고 있어서 언제라도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면 객관적으로 TV 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소지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마음 속의 의도는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수시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나 객관적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방송법에는 “TV 방송을 수신하려는 목적으로 TV 수상기를 소유한 자”가 TV 수신료 부과 대상이기 때문에 TV 수상기의 범주를 두고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PC 모니터가 TV 수상기가 아니라는 건 명확하다. KBS는 “수신료 부과는 TV 수상기 소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TV 방송을 안 보더라도 튜너가 있으면 수신료 부과 대상”이라는 입장인데 이 말은 곧 TV 수상기가 없으면(튜너가 없으면) 수신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KBS 관계자는 “TV 수상기의 범주가 모호해지면서 현장에 나가보면 수신료 부과 대상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보통 거실에 TV 있는 자리에 놓여있을 경우 TV로 간주하지만 TV가 아니라고 우기면 강제로 수신료를 징수할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TV 수상기의 기준을 넓혀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TV 수신료 납부거부 운동은 역사가 길다. KBS가 땡전 뉴스를 남발하던 전두환 정권 말년이었던 1986년 대대적인 방송 시청료 납부거부 운동이 벌어져 1984년 1148억원이었던 방송 시청료 징수총액이 1988년에는 785억원까지 급감했던 적도 있었다. 결국 1994년 방송법 시행령을 근거로 TV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통합 고지하면서 수신료 납부 비율이 98%까지 올라갔다. 2007년 TV 수신료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모두 KBS가 승소했다.
TV 수신료를 인상하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크게 세 차례 있었고 이번이 네 번째다. 정연주 전 사장 시절인 2003년에는 경영 합리화를 전제로 내걸고 이사회 차원에서 잠정적으로 보류됐고 2007년에는 방송위원회 가결로 국회 상임위원회까지 올라갔다가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바 있다. 2010년에는 3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상당 부분 여야 합의를 이뤘으나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도청 의혹 사건이 터져 민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TV 있다고 다 방송 보는 거 아니잖아요.”
[리뷰] 영화 ‘수신료 납부 거부 사건’… 직접 수신환경 개선엔 무관심, TV 있으면 무조건 내라?
KBS 이사회가 지난 10일 TV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건을 강행 처리한 가운데 TV 수신료 납부 거부를 주제로 한 독립영화가 뒤늦게 눈길을 끌고 있다. 인형민 감독의 2008년 단편영화 ‘수신료 납부 거부 사건’이다.
만화가 지망생 정화는 거래하던 출판사가 부도나 밀린 원고료를 받지 못하자 닫힌 문 앞에 놓여있던 낡은 TV 수상기를 들고 온다. 그런데 정작 정화의 집에는 TV 안테나 연결 단자가 들어와 있지 않다. 난감해 하던 정화는 그동안 집에 TV도 없는데 TV 수신료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6개월이나 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분노한다.
정화가 한국전력에 전화를 걸어 따지자 상담원이 말한다.
“시청자님, 현 시점부터 조치를 해드릴 수 있지만 지난 수신료 환급은 어려운 부분이니 시청자분의 넓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정화가 “멋대로 세금을 매겨놓고 환불이 안 된다뇨? 1만5000원이면 만화책이 5권인데”라고 따지자 상담원이 “네, 시청자님,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이라고 말을 자른다.
정화는 “저 시청자 아니거든요?”라며 반발하지만 “시청자님 댁에 TV가 없다는 걸 확인해야 한다”면서 “저희쪽 담당자가 방문할 테니 전기 안전점검도 받으시라”는 말에 아연실색한다.
며칠 뒤 전기 검침원이 들이닥치자 정화는 부랴부랴 TV를 숨긴다. 둘의 대화가 TV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낸다.
검침원 : “TV 안 보면 안 심심해요?”
정화 : “안테나 꽂는 데가 없어요.”
검침원 : “아니 그러면 안테나를 꼽든가 케이블을 연결하든가.”
정화 : “TV 사고 수신료 내고 거기다 돈을 더 내라는 말씀이신데…”
검침원 :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거 아니에요?”
정화 : “물 팔아 장사할 사람이 파야죠.”
검침원 : “사람이 참 힘들게 산다.”
정화 : “제가 억울한 건 딱 질색이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월 2500원은 큰돈이 아니겠지만 일자리를 잃고 방 월세도 못 내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정화 입장에서는 결코 푼돈이라고 할 수 없다. KBS는 그동안 방송이 안 나오면 케이블이나 IPTV나 위성방송이나 유료방송에 가입하면 된다고 말해 왔다. 정화는 케이블을 다는 데 돈을 더 쓰고 싶지도 않고 정 안 되면 TV를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TV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TV 있다고 다 방송 보는 건 아니라는 정화의 항변은 타당하다.
정화 : “말이 나와서 말인데 TV 있다고 무조건 수신료 내는 거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검침원 : “방송법 64조. TV 수상기를 소유한 자는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한다. 법이 그런 걸~.”
정화 : “아니. 칼 들었다고 다 강도도 아니고. TV 있다고 다 방송 보는 거 아니잖아요.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인두세를 매겨요?”
검침원 : “TV도 없는 양반이 뭘 그렇게 열을 내고 그러세요.”
정화 : “그러니깐요.”
다행히 검침원이 포기하고 돌아가는데 정화가 창틀에 올려놓은 TV를 꺼내는 순간 창밖의 검침원과 눈이 마주친다. 정화는 TV를 들고 뛰기 시작한다. 정화는 결국 붙잡힌다.
정화 : “아저씨, 제 사정 잘 아시잖아요. 저는 TV를 보고 싶어도 TV를 못 봐요. 근데 수신료 내라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방송법은 TV를 보거나 안 보거나 TV 수상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수신료를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화처럼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할 환경이 안 되고 유료방송에 가입할 여력도 안 되면 수신료를 내거나 TV 수상기를 버리는 수밖에 없다. TV 수상기를 비디오나 DVD 감상용으로만 쓴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검침원 :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아, 테레비~ 볼 거야?”
정화 : “천만에요. 팔 거에요! 팔면 되는 거 아니에요?”
검침원 : “뭐 그러시든지 다들 이해 안 되고 억울해도 그렇게 살아갑디다. 요 밑에 전파상 있더만. 지금 팔 거지? 나 이거 영수증 갖고 가야 돼. 퇴근 시간 다 됐으니까 빨리 와.”
이 영화의 뒷부분은 그냥 사족이지만 재미있다. 검침원은 들고 가던 TV를 실수로 떨어뜨려 망가뜨리고 현금으로 내놓으라는 정화의 성화에 며칠 뒤 집에 있던 TV를 보내준다. 카메라가 TV를 클로즈업하는 순간 “방송의 날 친절 베스트 상”이라는 스티커가 화면에 들어온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정화가 그 TV를 들고 고물상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정화는 왜 TV를 팔 수밖에 없었을까. 흔히 지상파 방송을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고 하지만 정화에게는 TV를 소유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2008년 영화고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전이라 상황이 좀 다르긴 하지만 정화가 정말 TV를 보고 싶었다면 실내 또는 실외 안테나를 달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에 나온 정화의 동네처럼 주택가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웬만한 안테나로 직접 수신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저가형 케이블 방송에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수신료 2500원에 케이블 수신료로 최소 3000원을 더 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을 받아 수신료를 면제 받는 방법도 있지만 정화처럼 20대 대졸 백수들은 선정되기가 쉽지 않다. 영화 중간에 정화가 PC로 인터넷 검색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정화 입장에서는 TV를 팔고 적당히 인터넷으로 보거나 결합상품으로 IPTV에 가입하는 게 훨씬 더 이익이라는 계산이 된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누가 수신료도 내면서 유료방송에도 가입하는 이중부담의 전면화에 동의할 수 있겠느냐”면서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보기관들의 선거 개입 작태에 대해 집권세력을 비호하며 침묵하고 축소하며 호도하는 보도행태를 보며 굳이 수신료 제도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회의가 널리 퍼져가고 있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공영방송의 재원과 거버넌스와 인프라를 구분해서 접근하자고 주장해 왔지만 이 세 가지는 밀접히 연결돼 있고, 병행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소장은 “불행하게도 제작 자율성을 포함한 거버넌스는 나아지지 않고 저널리즘은 땅에 처박혔는데도 ‘우리는 공정하다’는 궤변과 함께 재원이 어렵다면서 울부짖는 기괴한 장면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확인해봐야겠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