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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board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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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0-01 20:40
포도
http://l.otd.kr/VDPFB3I5
 글쓴이 : Bono
조회 : 456  

부모님 두분 모두 맞벌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쭉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 따라 시장가서

포도 사달라고 땡깡 부리다가 뺨 맞고

시장 바닥 청소하듯 질질 끌려 간 적이 있습니다.

 

마음에 늘 걸리셨던지

집에서 가끔 포도를 먹을 때면

'그때 포도 한송이 사줄 걸 그랬다'는 말씀 자주 하십니다.

 

할머니 기억이 왜곡된 것인지는 몰라도

실은 그때 결국 사줬습니다.

리어커 과일 장수 아저씨한테 돈 100원을 주시면서

자판 밑에 송이에서 분리돼 떨어진 포도알 몇 개 집어 주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딸아이가 포도를 먹을 때마다

아버지는 얻어 맞으면서 먹던 것이기 때문에

한알한알 귀한 줄 알고 먹으라고 일장 연설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진짜 연설한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본달지

포도 들고 딴 데로 가버린달지

말 나오기 전에 싹다 먹어버린달지

각종의 '달지'들로 저를 소외시킵니다.

 

앞으로는 포도를 사와도 송이째 주지 않고

몇 알씩만 간헐적으로 나눠 주는 배급제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시골영감 [Lv: 4055 / 명성: 722 / 전투력: 15290] 13-10-01 20:51
 
다니던 학교의 기숙사에는 동네가 포도산지라 바로 앞에 포도밭이 있었고..
녀석들이 하도 따먹어서 밭주인의 원성으로 사칙에 '포도를 따다 걸리면 퇴사'
라는 항목이 있었더랫죠. 그래서 포도를 보고 침만 흘렸습니다.
어느 더운 오후 기숙사로 가던 방 후배는 밭에서 포도를 따는 아줌마를 보면서..
'와 맛있겠다..'생각하며 군침을 삼키는데 그때 아줌마가 후배를 보고..
"학생 포도 한송이 줄까?" 하며 한송이 내밀었고 녀석은 단숨에 달려가 받아 들었죠.
그때 밭 한켠의 창고 문이 열리고 아저씨가 나오시자..
"학생..튀어!" 를 외치면서 아줌마가 튀시더라는 .. ;;;
icecaky [Lv: 60 / 명성: 724 / 전투력: 1349] 13-10-01 21:31
 
웃음짓게 하는 반전의 묘미가... ^^
Bono [Lv: 54 / 명성: 638 / 전투력: 2985] 13-10-01 22:40
 
아줌마 골스!!
흐흐흐 흐흐!!
Flukee [Lv: 51 / 명성: 511 / 전투력: 2503] 13-10-04 16:32
 
웃기네요 ㅎㅎ
onjo [Lv: 106 / 명성: 559 / 전투력: 1998] 13-10-01 21:06
 
갑자기 포도 먹고 싶어지네여 ㅎㅎㅎ
Bono [Lv: 54 / 명성: 638 / 전투력: 2985] 13-10-01 22:47
 
과일은 제철에 제맛입니다.
소주 [Lv: 273 / 명성: 635 / 전투력: 13371] 13-10-01 21:54
 
저도 할머니 품에서 자랐습니다. 땡깡 깨나 부리던 막내손자였고 할머니께선 손주 해달라는건 다해주셨죠. 자주 하신다는건 보노님 할머니께서도 저희 할머니만큼 정정하신 모양입니다.
Bono [Lv: 54 / 명성: 638 / 전투력: 2985] 13-10-01 22:45
 
할머니께서 아버지를 열 아홉에 나셨기 때문에
제가 태어났을 때 연세가 마흔 여덟이셨어요.
어디가면 제 어머니인 줄 아셨을 정도였으니까...
지금도 정정하신 편이세요.
소주 [Lv: 273 / 명성: 635 / 전투력: 13371] 13-10-02 00:16
 
저도 저희 부친께서 할머니 열 아홉에 태어나신것까지는 동일한데, 저희 부친께서 당시로써는 늦게 장가를 가신 편이에요. 저 일곱살인가 여덟살때 할머니 환갑잔치를 치뤘었죠.
Bono [Lv: 54 / 명성: 638 / 전투력: 2985] 13-10-02 00:44
 
아하... 거기가 갈림길이군요.
장가는 늦게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차린 말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웨이브샷 [Lv: 579 / 명성: 513 / 전투력: 3503] 13-10-01 23:31
 
한알 한알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농민들의 피땀어린 농작물이니까요 !!
아싸 [Lv: 268 / 명성: 612 / 전투력: 15429] 13-10-02 00:20
 
전 포도를 안 좋아 합니다......
그냥 이러고 싶었어요....
그나저나 전 할머니와 너무 오래 떨어져 살아서 (저 어렸을때 미국으로 이민을 먼저 가셔서) 할머니와의 기억은 편지와 전화로 이야기 하던것 밖에는 없습니다.
Bono [Lv: 54 / 명성: 638 / 전투력: 2985] 13-10-02 00:46
 
'그냥 이러고 싶었어요'
요거 은근히 웃긴데요. 흐흐흐
알렉스 [Lv: 642 / 명성: 507 / 전투력: 2209] 13-10-02 12:54
 
어릴때의 특정 대상에 관한 기억은 참으로 오래 가는것 같습니다 ^^
삼선짬뽕 [Lv: 95 / 명성: 722 / 전투력: 2588] 13-10-02 16:12
 
저는 아버지 따라 창경원 갔다가 곰새끼 사달라고 징징대다가 뒈지게 맞을뻔 했습...

맞진 않았슴다.
막대기 [Lv: 252 / 명성: 752 / 전투력: 13138] 13-10-02 19:23
 
달달한 주전부리가 없던 시골에서
아들 업고 벌에 쏘이시며
꿀 따주셨
아버지

감사합니다.
저도 사랑으로 아들을 키워가겠습니다.
나라 [Lv: 495 / 명성: 487 / 전투력: 2889] 13-10-05 02:20
 
포도를 보시면 옛날기억이 떠오르시겠네요
한알한알 드실때마다 할머니 기억이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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