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finkl 님이 게시를 안 하시는지라 제가 한번 맥주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한때 여러 맥주를 먹어 본답시고 이것저것 손을 대 보기는 했는데, 맥주를 마셨을 때의 포만감이 부담스러워서 점차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있는 맥주라면 마다하는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얼마전에 무알코올 맥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고작 5% 내외 밖에 안 되지만 그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술이 약해서 한캔 내지 두캔 정도면 취기가 올라오고요. 저로서는 굳이 무알코올 맥주를 마실 이유는 없습니다. 아직은요.
잡다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오늘 이야기 할 맥주는 레페(Leffe)라고 하는 맥주입니다. 원산지는 벨기에고요. 유럽에는 수도원이 맥주 문화에 적잖은 기여를 하는 듯 한데, 이 맥주도 기원을 수도원에서 만드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레페는 브라운과 블론드 두 가지가 한국에 들어오는데, 블론드는 황금빛을 가진 녀석이고 브라운은 까무잡잡한 녀석입니다. 위의 사진은 브라운입니다. 대충 그냥 맥주와 흑맥주의 차이로 보면 되겠습니다.
finkl 님께서 지금까지 이야기 하신 맥주들은 라거 유형이 많은데, 제가 지금 이야기 하는 레페의 경우에는 에일 계통에 들어갑니다. 둘은 기본적으로 발효 방식이 다르고, 그 때문에 풍미가 꽤 달라집니다. 전자는 하면발효방식으로 만든다고 하고, 후자는 상면발효방식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전통을 따지자면 후자 쪽이 전통적인데, 각자의 특징이 있으니 어느 쪽이 더 낫다 못하다고 이야기 하기는 좀 곤란하지요(물론 제 취향을 본다면 라거 보다는 에일입니다만).
http://postfiles16.naver.net/20100513_47/lljjmh1129_1273735547626aOzPS_jpg/img_2684_lljjmh1129.jpg?type=w2
위 연결고리는 레페 전용잔입니다. 굳이 이걸 보이는 이유는 국내에 보통 맥주전용잔으로 들어오는 것들과 좀 형태가 달라서입니다(고블렛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잔은 향을 맡기 좋게 형태가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제 사진에서의 잔은 사실 맥주잔은 아니고 브랜디(코냑은 브랜디의 일종입니다) 잔입니다만, 생김새가 비슷해서 저 잔을 택했습니다.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시기 보다는 맛을 보면서 좀 음미하며 마시기 좋은 맥주입니다.
원래 브랜디를 잔에 따르면 저 정도만 따릅니다(저것 보다 좀 적게). 그리고 체온으로 덥혀 먹는 술이 브랜디이죠. 하지만 지금은 맥주를 마시는 것이니까 콸콸콸콸 부어 버립니다.
맥주는 지나치게 히야시(冷)하는 것보다 적절히 상온상에서 마시는 것이 맛을 느끼기에 더 좋습니다. 지나치게 차면 맛을 잃어버려서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시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맛을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물론 더운 맥주는 죄악이지요.
알코올 도수가 6%를 넘어서 맥주치고는 도수가 꽤 높은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레페는 맛이 달달합니다. 블론드는 좀 더 달달하고, 브라운은 거기에 살짝 쌉쌀한 맛이 가미되어 있지요. 그래서인지 여성분들에게 권해도 나쁘지 않은 평을 받습니다(물론 술에 거부감을 갖고 있거나, 아예 못 드시는 분들에게는 짤 없죠). 달달해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분도 물론 있고요.
처음 레페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마트가격으로 대충 2500원 가량 되었고, 심심하면 한번씩 하는 만원 행사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던 녀석이었는데, 근래에는 2900~3000원 정도로 가격은 올랐고 행사도 자주 하지 않는 듯 해서 요새는 잘 가까이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만, 가끔 한잔씩 마시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고 보면 여름에 어울리는 맥주처럼 보이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