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우니 시원한 맥주가 물처럼 들어가게 됩니다.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밀맥주나 에일 등등은 사실 보통 라거를 마시는 것처럼 히야시(冷)하는 것은 아니고, 약간 시원한 정도, 그러니까 온도로 따지면 약 4℃에서 가장 맛있습니다. 지나치게 차가우면 미각을 잃습니다.
여튼, 그런 일반적인 이야기도 무더위에서는 맥주건 물이건 그냥 시원하게 마시는 게 제일이죠.
그래서 마트에서 할인하는 맥주를 골라 왔습니다. 평소에 자주 먹는 건 아니고, 어떤 건지 한번 할인할때 도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요.
스테판브로이라고 하는 저 맥주는 맛은 그냥 그랬습니다. 하지만 저 맥주가 이 글의 주인공은 아니고요. 그 옆에 있는 잔이 주인공입니다. 저 잔은 카이저돔(Kaiserdom)이라고 하는 독일 블랙 라거를 살 때 줏어온 잔입니다. 카이저돔은 캔 중에 1리터 캔이 있습니다. 저 잔도 1리터 잔이죠.
크고 아름다워서 맥주 마실 때 자주 쓰던 잔입니다. 한때 맥주전용잔도 이것 저것 구해봤는데, 모든 취미에서 한발짝 물러설 때가 될 때에 느끼듯, 다 부질없더라고요. 여하튼 맥주전용잔은 보통 캔의 용량에 맞춰서 330ml(또는 350ml), 좀 큰 잔은 500ml 이렇게 용량이 되어 있는데, 330ml 잔에 캔을 한잔 따르면 거품관리를 좀 해 줘야 됩니다. 잘못하면 넘치기 십상이죠. 하지만 아예 한 사이즈 큰 잔을 택하면 그런 걱정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게 저 잔을 좋아하던 이유입니다.
500ml 캔을 따서 콸콸콸콸 부었는데 저렇게 됩니다. 과연 1리터 잔의 위용입니다. 두 캔 부어서 넘칠정도가 되면 중세영화에서 나오는 맥주조끼같은 모습이 나올 듯 합니다.
그런데.
마시다가 갑자기 쩗! 소리와 함께 밑둥아리가 맥주와 함께 떨어져 나가는 겁니다.
오. 마이. 갓.
다행히 몸이 다치진 않았는데, 주위로 맥주가 막 튀고 말도 못했습니다. 아래쪽에 전기 콘센트가 있어서 이것도 살펴보고 닦고 치우고 하는데, 완전 어이가 없네요. 어디 부딪히고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잔을 들어서 마시려는데 쩗.
더운 날 좀 시원하게 살자고 하는데... 쩗.
치우느라 땀을 빼고 해서 도로 더워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맥주를 한 캔 더 꺼내야겠네요.
다치신곳이 없다니 천만 다행입니다. 미친 엘프님.
근데 컵이 정말 이쁘네요.
저도 좀전에 맥주 2캔 먹구 왔지요.
시원한 맥주가 또 땡기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