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브리핑 6월24일.
1. 국가정보원 관련 두 건의 이슈가 충돌하고 있네요.
= “나라가 뒤집어질 일인데 무감각해 화가 난다”, 한겨레 기사 제목입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반발이 거센데, 경향신문과 한겨레, 그리고 조중동 등 보수성향 신문의 논조가 전혀 다릅니다. 대학생들 시국 선언도 계속되고 있죠. 어제도 한국대학생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개입해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촛불집회도 확산되고 있고요.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최루액을 뒤집어써서 뜨거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방송은 물론이고 대부분 신문 보도에서도 다 빠져 있습니다.
2. 노무현 전 대통령 NLL 발언도 이슈인데요.
= 국정원의 물타기라는 비판도 있는데, 조중동 지면은 연일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하필 이 시점에 갑자기 왜 이게 이슈가 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인데요. 조선일보는 “민주당 장외투쟁 나설 것. 새누리당 대화록 즉각 공개”라고 제목을 뽑고 있는데, 언뜻 뭔가 쟁점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이슈를 뒤섞고 있습니다. 국정원 선거 개입 논란을 잠깐 걸치면서 NLL 대화록을 공개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논점을 비틀고 있습니다. 정작 민주당이 왜 장외투쟁에 나서는지도 제대로 설명돼 있지 않습니다. 동아일보는 “NLL 대화록 기밀지정해제 결단해야”라는 기사에서 “국정원장이 결심만 하면 일반인에게 대화록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김정일 발언 내용 밝혀지면 청와대 딜레마”라는 제목으로 남북 관계가 격화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3. 오늘 아침 신문 주요 이슈 어떤 것들이 있나요.
= 경향신문에는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통일외교안보전략을 담당했던 사람이죠. 노 전 대통령이 “NLL은 현실적으로 남한에서는 영토로 인식되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을 했다는 인터뷰를 싣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할 이유가 없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 기사만 보면 경향신문도 결국 조중동의 프레임에 말려든 것처럼 보입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라고 말하고 나면 계속 코끼리만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슈의 핵심이 왜곡되는 상황입니다. CJ 이재현 회장은 내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습니다. 국내외 비자금 운용을 통한 510억원 조세 포탈, CJ제일제당의 회사 돈 600여억원 횡령, 일본 도쿄 소재 빌딩 2채 구입 과정에서의 350여억원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임직원 명의를 이용해 미술품을 거래했는데 3000억원대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한국일보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끕니다. 오늘로 열흘 째인데요. 어제까지도 편집국에 기자들이 못 들어가고 있다고 하죠. 사측 인사들이 외부에서 신문을 만들고 있고요. 한국일보 사옥에는 기자가 없는데 신문은 제3의 장소에서 발행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한국일보의 파국이 지속되면 광고 중단과 구독 철회 운동 등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4. 이정환 기자가 오늘은 어떤 뉴스를 뽑으셨나요.
= 은행에 5만원권이 품귀현상이라고 합니다. 한 지점에서 5만원권이 100장 밖에 안 남아서 본점에 요청했더니 다음날 보내주겠다고 하더라는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5만원권 순발권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배 늘었는데 환수율은 52.3%에 밖에 안 됐다고 하죠. 조선일보 보도입니다. 5만원권이 많이 풀렸는데 상당 금액이 금고 속에 보관돼 한국은행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계속 찍어내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고요. 시중은행 출납 담당 실무자들을 불러서 5만원권 과다 신청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ATM(자동화 기기)에서 5만원권을 뽑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하죠.
4-1. 5만원권 수요가 늘어나는 건 이해하겠는데, 이게 안 돌아온다는 건 검은 돈으로 흐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나요.
=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용카드(체크카드 포함) 승인 금액은 128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136조1000억원)보다 7조2000억원이 줄었습니다. 경기 침체의 영향보다는 세원 추적이 쉬운 신용카드 사용을 회피하려고 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인데요. 이 와중에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 논란입니다.
5.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저수익 점포를 위약금 없이 정리하기로 했다고요. 이건 좋은 소식인 거죠?
= 7270개 점포 가운데 매출과 가맹점주 수익을 고려해 500개를 순차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가맹점주들이 중도 폐점을 원할 경우 매출 위약금을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적자를 보면서도 수천만원에 이르는 위약금 때문에 영업을 그만두지 못해 ‘노예 계약’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편의점 본사가 가맹점주 수익성을 감안해 대규모로 점포 정리에 나서는 것은 세븐일레븐이 처음입니다.
6. 택시 운전, 하루 10시간40분 일하고 200만원도 안 된다고 하네요.
= 서울시내 법인택시기사의 월평균 소득이 187만원이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승객 1인당 평균 이동거리는 5.4km, 평균 6000원 정도 요금을 낸다고 하고요. 달마다 26일을 꽉 채워 하루 평균 10시40분을 일하고 시간당 1만4500원을 벌면 월 정액급여 120만원에 운송수입 67만원을 더해 187만원을 받는다는 겁니다. 하루 7.2시간씩 매달 22일 일해 평균 300만원을 받는 시내버스 운전기사 월소득의 62% 수준입니다.
6-1. 물가는 많이 올랐는데 택시 요금은 거의 안 올랐죠?
= 사납금이 10만8900원인데 법인택시 기사 85.9%가 사납금 이상의 수입을 올려 남은 돈을 가져간다고 하죠. 이 말은 14.1%는 사납금만큼도 못 벌어서 돈을 까인다는 이야기겠죠. 하루 평균 36.6리터의 유류를 소비하지만 25리터만 지원해 주기 때문에 추가로 25만원 지출해야 하고요. 평균 근속연수는 2.8년, 신규 입사자 가운데 1년 이내 퇴사자 비율도 38%나 됐습니다.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221km, 이 가운데 손님을 태우고 영업한 거리는 141km, 나머지는 빈차로 다닌 거리라는 거죠.
7. 김근태 센터를 만든다는 기사도 있네요.
= 인재근 민주당 의원의 이야기가 마음이 아픕니다. “통 웃질 않는 거예요. 카메라 앞에서도. 정치인은 싫은 자리에서도 웃어야 하는데.” 고 김근태 전 의원, 고문 후유증으로 말년에는 얼굴이 굳어서 웃을 수가 없었다고 하죠. 고문피해자 전문 치유센터인 김근태기념치유센터가 내일 문을 엽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하는데요. 10년, 20년이 지나도 고문 후유증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죠. 1970~1980년대 고문을 경험한 213명 가운데 163명(76.5%)이 PTSD를 겪고 있었고, 자살시도를 한 사람도 24.4%나 됐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보도인데요. “아, 몸은 고통을 기억한다더니, 그게 이런 거구나.” 치과 가서 의자에 누우면 물고문 생각이 나고, 물리치료를 받으면 전기고문 같아서 숨을 쉬지 못하고 용을 쓴다는 사례도 소개돼 있습니다.
8. 5대 그룹 특수관계자 비중이 매출의 절반, 이건 무슨 기사인가요.
= 계열사들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삼성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의 12.8%인데 경실련이 공정위 자료와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해 집계한 특수관계자 거래는 이보다 4배 이상 많은 55.0%나 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내부거래 비중이 20.7%지만 특수관계자 거래는 44.6%로 집계됐습니다. SK와 LG도 각각 43.6%와 49.3%로 집계됐습니다. 특수관계자란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계열사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총수 일가 친·인척이나 그룹 계열사가 지분을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총수가 영향을 미치는 회사나 개인을 말합니다.
9. 목동 주민들이 행복주택을 반대하고 있다고요. 이유가 뭔가요.
= “행복주택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장소 선정이 잘못됐다”는 건데요. 행복주택이란 게 철도부지와 유수지를 활용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서민에게 임대주택을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으로 제공하는 사업이죠. 목1동 주민들은 인구과밀화와 교통대란, 유수지 해체로 인한 안전성 문제 등을 행복주택 반대 이유로 내세우지만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소득수준이 낮은 가정의 자녀들이 유입되면 학업수준이 떨어지고, 자연히 아파트 선호도도 떨어진다는 게 진짜 반대 이유라는 거죠.
10. 통신 3사와 삼국지, 이 기사도 재미있네요.
= 일찌감치 1위 자리를 차지한 SK텔레콤은 위(魏), 국영통신사로 출발해 유선 통신망이란 자원을 가진 KT는 비옥한 강남의 강대국 오(吳), 3위지만 기회만 있으면 치고 나오는 LG유플러스는 촉(蜀)을 각각 연상시킨다는 겁니다. 동아일보 보도인데요. KT가 인접 대역 주파수를 싸게 얻어 두 배 빠른 광대역 서비스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부동의 1위 SK텔레콤과 지난해부터 LTE 시장에서 급성장해 온 LG유플러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금은 위와 오의 대립을 틈타 촉이 중원으로 진출한 상황, LG유플러스가 LTE 시장에서 어느 정도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데, 그게 다시 뒤집혀서 오가 치고 나오고 위와 촉이 손을 잡는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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