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들키우는 아비입니다.
자식 키우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1)
어제는 간만에 일찍퇴근해서 작정하고 아들과 함께 놀았습니다.
요새 연말이라 정말 정신없이 바쁩니다. ㅡㅡ;
저녁 식탁에서 식사하며 간만에 일찍 들어온 제게 아내가 묻습니다.
" 누구 보고 싶어서 일찍들어왔어? "
전 당연히 아들보며 " 당연히 우리 아들 보고 싶어서 일찍 들어왔지~ "
아내는 장난으로 " 나보고 싶어서 일찍온거 아니고? 흥~ "
이때, 아들 제게 귓속말로 속삭입니다.
" 아빠~ 그냥 둘다 보고 싶어서 일찍 왔다고 그래~ "
이 녀석.. 벌써 인생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나 봅니다.
(2)
지난 주 토요일이었습니다.
아내는 출근하고 계속 연이은 야근과 철야에 토요일 아침 저는 소파에서 떡실신 상태로 골아 떨어졌더랬습니다.
아들은 혼자 있기 심심해서 계속 절 깨우려고 뽀뽀도 해보고, 안마도 해보고, 자고 있는 애비 얼굴에 안경도 끼워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깨우는 시도를 합니다.
그럴때마다 " 어... 우리 아들 심심하구나..아빠 이제 일어날꺼야 "
그리고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금새 잠에 빠져듭니다.
비몽사몽간에 아들이 소파 머리맡에서 제 머리를 계속 만지작 거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한참 그러는듯 싶더니 머리 맡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 제가 계속 잠만 자서 아들이 화가났나 미안한 마음에 후딱 일어나 물었습니다 " 현우야..왜 울어? "
" 아빠... 내가.. 내가.. 그냥.. 모르.. 모르고 그랬는데.. 앙~" 그러면서 제 머리를 가르키며 대성통곡을 합니다.
가만 보니 제 머리에 아들이 씹던 껌이 붙어 엉켜 있는게 아닙니까..
아들은 제 머리맡에서 절 깨우다가 포기하고 호기심에 씹던 껌을 제 머리에 살짝 붙여봤답니다.
떼려고 그러는데 점점 더 제 머리카락이 껌에 붙더랍니다. 계속 그 껌을 떼려고 잠든 제 머리맡에서 한참동안 제 머리카락과 씨름하고 뜻대로 되지 않자 훌쩍인 겁니다..ㅋㅋ
결국은 가위로 머리카락 좀 짤라냈습니다.
그런데 화가 나지 않고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냥 웃음이 나오며 기분이 좋더군요..^^
아무래도 자식하나 더 낳아야 할까봅니다.
요새 그냥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