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둘둘 님께서 장터를 통해 연극표 이벤트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제가 그것을 받게 되어 지난 일요일에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좋은 기회 주신 둘둘 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영화 이외의 다른 문화생활에도 흥미는 많지만, 자세히 파고들 정도로 열정적이지는 못합니다. 연극이니 뮤지컬이나 하는 것들에 관심은 있지만, 그러한 문화생활을 영위할 정도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합니다. 물론, 그쪽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다른 것을 포기하겠지만, 저는 다른 것을 포기할 정도는 못 되는 것이죠. 네, 그래서 연극을 많이 접하진 못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에 배우로 하나 정도 해 보기는 했지만요.
둘둘 님께서 장터 란에 캡처 이미지를 띄워 놓으신 것에는 '삼봉이발소'가 있었습니다. 네이버 웹툰에 하일권 씨가 연재한 작품인데, 지금은 완결되었습니다. 연재 당시 괜찮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광적으로 빠지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요.
(사실 삼봉이발소에 대해 나와 있는 엄청난 호평들에 대해서는 잘 이해가 가진 않습니다.)
사실, 그 옆에 다른 연극이 두 가지가 더 있었지만, 처음부터 제가 보고자 했던 것은 '삼봉이발소'였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작품 그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기 보다는 나머지 둘에 비해서 저에게 친숙해서 그것을 보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둘둘 님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삼봉이발소를 예매를 하려고 했는데, 예매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예매를 할 수 있는 연극이 달라지는 구조여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첫날 예매를 못하고, 다음날도 못하고, 그 다음날도 못하고... 그래서 '에이 다른 걸 보자' 라고 생각하면서 페이지를 열었을 때, 삼봉이발소가 예매 가능하게 나온 것을 보았습니다. 결국 그래서 보고자 하던 것을 예매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제게는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시제가 과거형입니다. 어떻게 다시 좋은 관계로 가져가 보려고 이 연극을 같이 보자고 했고,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전날 다시 연극 이야기를 했더니, 약속한 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보러 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넵. 망했습니다).
그래서 전날 밤 늦게 친구 놈에게 같이 보러 가자고 이야기를 하고... 시커먼 사내 놈 둘이 연극을 보러 갔습니다.
연극은 샴푸 팀 공연으로 보았는데, 내용 자체는 웹툰을 잘 압축해서 보여준 것 같아서 웹툰을 되새김질 하면서 감상을 했습니다. 저는 웹툰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연출도 그렇고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했는데, 같이 갔던 친구는 그다지 좋은 평을 내리지 않더군요. 그런 평을 내린 데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이 걸려서 무엇이라고 딱히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아마도 연극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제가 익숙하냐면 그런 것도 아니지만요).
이야기의 소재로 삼은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사실은 거슬렸습니다.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아름다움 덕분에 많은 이들이 성형 수술을 하고, 농담삼아서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 동감을 하면서도 말입니다. 아마도 '예쁘면 뭐든지 용서된다"는 관점이 한참 정점에 달했을 때에 작품이 나와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작 저 자신도, 제 주위 친구들도 잘생긴 놈들은 하나도 없음에도 그런 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제가 갖고 있는 여성관에 대해서도 외모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다들 그렇지 않나요?'라고 묻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답이 오길 기대하기도 하지만, 온라인에서 넘쳐나는 예쁜 처자들에 대해 언급하는 이야기들을 보면 그러리란 확신이 없어서 무어라 이야기 하기 참 그렇군요).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친구와 곱창에 소주를 좀 마셨습니다.
좋은 기회 주신 둘둘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써 놓고 보니 연극의 후기인지, 웹툰의 후기인지, 그냥 개인적인 주절거림인지 도통 구분이 안 가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