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서 '아버지'가 갖는 위상이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젊으셨을 때 여러 가지 실수(본인의 잘못도 있고 주변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고)를 하신 적도 있고 한 영향이 큽니다. 오죽하면 제 동생과 저 사이에서 '너의 이런 점은 아버지를 닮았다'라고 하는 것은 보통 부정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지경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들을 등쳐먹는 아버지라던가 하는, 언론에 나오는 식의 정말로 나쁜 아버지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고 본인이 보여주신 안 좋은 모습들도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갖고 있을 만한, 그렇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도가 심한 정도이니 무던한 아버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아들 놈이 아버지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제 자신에 대해서 나쁜 아들이라는 것을 인증하는 것이긴 합니다.
일전에 제로록 님께서 아버지 사진을 사진 게시판에 올려 놓으시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적으신 것을 보고 좀 짠 했습니다. 아들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겠지만, 점점 머리가 희끗희끗해 지시고 얼굴에 주름이 하나 씩 늘어가는 모습을 볼 때다 마음이 아픕니다. 옛말에도 그러지만 '부모께 잘 해 드리려고 보면 이미 부모는 세상 사람이 아니다'는 식의 이야기가 뇌리에서 멤돕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들이 잘나서 부모님이 어디 다른 데에 가서 '우리 아들은 요새 이러이러한 일을 한다'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실 만한 형편이 아니라는 것도 일종의 죄책감처럼 다가옵니다. 남의 아들들은 다 장가가고 해서 단란하게 가정을 꾸리고 있는데 아직도 직업이며 등등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가 죄스럽죠.
언젠가 아버지께서 "낚시를 한 번 같이 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지나가면서 나온 이야기였고, 이 이야기를 저 또한 "근데 집에 낚시 장비가 하나도 없잖아요." 하고 받았습니다(그리고 그 뒤에 "그리고 낚시 장비들은 비싸잖아요" 라는 말도 덧붙였죠) 제가 어렸을 때의 기억으로는 아버지께서 낚시를 하셨었습니다. 동생에게 그런 기억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아버지와 같이 낚시를 갔던 적도 있고요. 아버지의 취미가 '난'으로 가면서 낚시와 멀어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이후로 그런 기억도 없고 그냥 단락적인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저는 그래서 낚시를 제대로 해 본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낚시하러 가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은 많이 하면서도요.
저런 말씀을 꺼내는 것은 아마도 뭔가 가슴속에 담고 계신 이야기들을 아들에게 해 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저도 밖으로 나도는 편이라 쉽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갖는 술자리 같은 것은, 비록 저도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버지의 술버릇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성사될 가능성은 더 희박합니다. 밖에 나가서 밥이라도 같이 먹자는 것도 매우 귀찮아 하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귀찮아도 나가서 식사라도 같이 하고 하는 일은 늘었습니다.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고 있는데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네요.
주저리주저리 해 봤습니다.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