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브리핑 3월1일.
1. 오늘 3·1절 아침입니다. 어떤 소식들이 있나요.
= 독립 유공자의 후손들이 생활이 어렵다는 이야기들 많이 하는데요. 경향신문에 소개된 올해 여든여섯살 임아무개 할아버지의 사연이 눈길을 끕니다. 아버지가 독립운동 단체 신간회에서 활동하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데요. 2005년에서야 독립유공자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 할아버지가 기초생활 수급자라서 정부에서 80만원씩을 지원 받아왔는데 기초생활 수급자와 독립유공자 후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더라는 겁니다. 이 할아버지가 하는 말이 “어떤 자식이 부모의 명예를 찾고 싶지, 돈을 따지겠느냐”고. 독립유공자 후손 보상금이 월 60만원인데요. 기초생활수급자였을 때 받았던 의료급여·임대급여 등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독립유공자는 2500명 정도라고 하는데요. 자녀와 손자손녀들까지 공무원 채용 등에 가산점을 주기도 했죠. 그런데 손자 손녀 가운데 35세 이하는 1.2%, 30명 밖에 안 돼서 거의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명절에 5만원짜리 상품권 말고는 받은 게 없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1-1. 3․1운동 기념탑과 친일파 동상이 나란히 서 있어서 논란이라고요.
= 광주 중외공원, 안용백 동상이 있는데 안중근 의사 동상 옆이라고 합니다. 조선총독부에서 관료로 일했고 잡지에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 정책을 찬양하는 칼럼을 쓰고 창씨개명에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누가 이 동상을 세웠는지 모른다고 하죠. “공공기관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시설물을 철거하기는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우리 사회에 이처럼 청산되지 않은 일재 잔재가 많은 것 같습니다.
2. 독립운동가 김창숙을 기리는 심산 상이 7년째 중단됐다고요.
= 2006년 17회를 끝으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심산 김창숙 선생은 성균관대 창립자. ‘을사오적’의 참형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려 옥고를 치렀고, 해방 후엔 이승만 정권의 부정부패에 항거하다 공직에서 추방되기도 했습니다. 심산상은 김수환 추기경과 송건호, 리영희, 강만길, 박원순, 백낙청 교수 등 실천적 지식인들이 받았는데, 중단됐죠. 삼성이 성균관대 재단이 된 것과도 관련이 있을 텐데요. 2000년대 들어 사회의 무관심과 변화한 시대상 등이 이유라는 게 성대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심산사상연구회가 있었는데 ‘사상’이란 말이 불온하게 여겨진다고 ‘심산김창숙연구회’로 이름을 바꿨다고 하죠. 연합뉴스에 실린 한 교수의 이야기로는 “재단과 학교가 심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사회적 모순이 심화하는 오늘날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였던 그의 정신이 더욱 절실하다”고 합니다. 성대 한 관계자는 “심산상의 중단은 학교의 수치”라고도 했네요.
3. 어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보석으로 풀려났네요. 법정구속된지 일주일이 좀 지났죠?
= 지난 20일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불과 8일 만입니다. 어제 법원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허가한다”고 풀어줬습니다. 보증금 7천만원을 냈다고 하죠. 8일 전에는 “경찰 총수 출신이라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법정구속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전체 경찰 조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보석을 허가한다”고 상반된 판단을 내려 논란이 예상됩니다. 1심에서는 자신이 공표한 사실이 진실이므로 무죄라는 입장이었는데 보석 심문에서는 자신의 발언이 설혹 허위일지라도 진실인 걸로 믿고 말했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4. 어제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이 화제네요. “5․16이 쿠데타인지 답할 수 없다”고 했다고요.
= “5·16을 군사정변으로 보느냐, 혁명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해 편을 가르게 돼 있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박정희 정부는 긴급조치를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였다”고 묻자, “그 부분에 대해서 왜 생각이 없겠나. 정치적인 영향력이 교육에 과도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고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피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5·16과 유신이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의 시대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5.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귀국 소식에 벌써부터 정치권이 술렁거리는데요. 야권에는 계륵이라고 하네요.
=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면 정계개편 소용돌이가 불어닥치겠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신당 창당을 두고 ‘악마의 유혹’, ‘변절’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안 전 교수의 ‘타이밍 정치’가 발동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민주통합당이 어려울 때마다 그걸 기회로 치고 나왔기 때문인데요. 대선 패배 이후 자중지란에 빠진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안 전 교수 입장에서도 지금으로서는 민주통합당과 거리를 두는 게 정치적으로 훨씬 유리하겠죠. 제가 만난 안철수 캠프 출신 인사 이야기로는 안철수 신당은 자유주의 정당을 표방할 거라고 합니다.
6.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일단 최악의 사태는 막았는데 삼성의 참여가 관건이라고 하네요.
= 1대와 2대 주주,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치킨게임’이 일단 롯데관광개발의 항복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코레일은 부도도 불사하겠다며 버텼고요. 결국 롯데가 지분 45.1%를 포기하면서 사업의 전권을 코레일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이제 관건은 민간 출자사들이 1조4000억원의 증자에 참여하느냐 여부입니다. 삼성물산ㆍ삼성SDS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유일한 구원투수로 꼽히는데요. 코레일 관계자는 “사업이 무산되면 삼성물산이 확보한 시공권도 사라진다”면서 “결자해지 차원에서도 삼성그룹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압박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선뜻 증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고요. 뭔가 삼성이 관심을 보일 만한 ‘당근’을 제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7. 고 장자연씨 사건, 조선일보가 결국 법정공방을 끝내기로 했다고요.
= 조선일보사와 방상훈 사장, 어제 “진실 규명이라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한다”면서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8일 조선일보는 KBS와 MBC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죠. 법원은 조선일보 사장이 장자연씨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은 허위 사실이지만, 공익성과 상당성 등 위법성 조각 요건을 갖춰 이를 보도한 언론사 등에 명예훼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끝까지 재판을 해봐야 더 얻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텐데요.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는 방 사장의 아들 방정오씨가 장자연씨와 술자리를 같이 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그런 상황입니다.
8. GM대우도 사내 하도급 불법파견 결정이 났네요.
= GM대우자동차 전 사장 데이비드 닉 라일리씨에게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습니다. 어제 대법원 판결인데요. GM대우와 협력업체가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법적으로 금지된 불법파견 형태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겁니다. 벌금 금액은 크지 않지만 자동차 업계 사내하청을 도급이 아닌 불법파견으로 보고 형사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입니다. 비슷한 형태로 파견근로자를 받은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됩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도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사업주가 처벌을 받지는 않았죠.
9. 북파공작원이 최근까지도 있었다고요. 영화 실미도가 생각나네요.
= 최근까지도 가혹한 훈련을 받다가 버려지거나 죽음을 맞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파공작원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어제 법원 판결인데요. 50개월 근무를 마치면 1억원 이상 돈을 주고 제대하면 국가기관에서 일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입대했는데 둘 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하고요. 동료가 교관으로부터 대형 해머 자루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게 군대도 특수부대도 아닌 이상한 조직인데요. 군 생활을 마치고 2001년부터 정신분열증 증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소송을 냈는데 승소했습니다.
10. 이정환 기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요?
= 2011년 7월 포털 사이트 네이트에서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죠. 아마 거의 전 국민이 다 털렸을 텐데요. 피해자들이 어제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아마 비슷한 고민하는 분들 많을 텐데요. 단순히 유출에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명의 도용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누군가가 내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회원가입을 하고 포털 사이트에 글을 남겼는데 그게 국가보안법 위반이거나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고. 휴대전화를 가입한다거나 신용카드를 개설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0-1. 그런 피해를 입었을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는 게 가능한가요?
=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바꿔주는 경우는 딱 세 가지 경우 밖에 없습니다. 첫째, 성전환자의 경우 법원에 소송을 내서 번호를 바꾸는 경우가 있고요. 둘째, 새터민(탈북자)들의 주민등록번호가 일괄적으로 뒷자리가 남성은 125로 여성은 225로 시작돼 중국 비자를 받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이 받게 되자 특례조항을 만들어 바꿔준 적이 있었습니다. 셋째, 행정 착오로 남성인데 2로 시작되는 번호를 받았다거나 중복되는 번호가 발급됐다거나 하는 특별한 경우에 재발급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경우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10-2. (정말 피해가 심각한 경우) 바꿔주고 싶어도 바꿔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거니까 헌법소원 결과를 기대해도 되는 건가요?
= 주민등록번호는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 12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 직후 간첩 식별 편의 등의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미국은 은행 거래 등에서 사회보장번호를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국가에서 특정목적없이 일괄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부여하는 개인 식별 번호는 없고요. 일본에는 개인 식별 번호가 있지만, 개인정보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변경 가능하고요. 우리나라는 주민등록번호에 생년월일과 성별, 출생지 등의 개인정보가 너무 많이 담겨 있어서 문제가 됩니다. 세계 유일의 개인 식별번호. 편리한 점도 많지만 다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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