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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어제 출소했습니다. 경기도 의왕시 서울 구치소 정문 앞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는데요. 최시중씨는 취재진이 막아서자 차에서 내려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습니다. “인간적인 성찰과 고민을 했다,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네요. 8억원의 뇌물 수수혐의로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는데 9개월 만에 풀려난 겁니다. 서울신문은 ‘LTE급 사면’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겠죠. 구치소 앞에서 한 남성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쪽지가 붙은 1000원짜리 지폐를 뿌리기도 했습니다.
2. 용산참사 철거민들도 출소했죠?
= 기다리던 가족들 이야기가 인상적인데요. 누군가가 “두부는 사왔어?”라고 묻자 “두부는 죄인이 먹어야지. 우리가 그걸 왜 먹어”라고 받아쳤습니다. 6명 가운데 5명만 출소했고요. 4~5년형을 선고 받았는데 사실 형기를 거의 다 채우고 석방된 셈입니다. 김주환씨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 사면의 비난을 덜기 위한 들러리로 나온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네요. 이충연씨는 “용산참사 진상 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건설자본을 배불리기 위해 철거민을 내쫓은 용산과 닮은 쌍용차 사태도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출소했지만 두 곳의 풍경이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3. 어제 최태원 SK 회장이 법정구속됐죠? 조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법정구속이란 게 아침에 집에서 나와 바로 교도소로 가는 거라 충격의 강도가 크기는 합니다. 그동안은 재벌 총수들에게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구실로 재벌 총수들에게 관행적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풀어주는 경우가 많았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나, 최태원 회장도 2008년 재판에서는 역시 3년에 5년으로 풀려났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재벌 총수에 대한 형량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2월에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8월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법정구속 된 적 있습니다. 어제 법원은 “대기업이 잘못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더 많은 형량을 부과할 수 없듯이, 피고인을 처벌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형량을 줄여도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양형 기준의 권고형량 범위인 징역 4~7년 중 최저형량인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이라는 부분은 논란이 좀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오히려 가중 처벌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3-1. SK그룹은 충격이 크겠네요.
= 최태원 회장의 동생이죠. 최재원 부회장이 “내가 형 몰래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는데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동생은 구속상태, 형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어제 동생은 풀려나고 형이 들어가게 된 거죠. 이 때문에 형이 동생에게 죄를 떠넘기려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최 회장은 선고 직후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재판장이 말하자 말을 더듬기도 했습니다. “전 잘 몰랐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하나…”,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문자를 보내려던 최 회장은 법원 경위들에게 이끌려 나갔습니다. SK그룹은 한동안 최재원 부회장 체제로 갈 것으로 보입니다.
4. 오늘 삼성 상속권 재판 결과도 나오겠네요.
= 네. 오늘 선고일입니다. 소송가액이 4조849억원. 법원에 낸 인지대만 127억원에 이릅니다. 사상 초유의 거액 상속 재판인데요. 이건희 회장과 이 회장의 형, 이맹희씨,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죠. 삼성-CJ 분쟁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재벌가의 집안 싸움이 아니라, 지난 2007년 삼성 특검은 별도의 수사나 증거자료 없이 이건희 회장 쪽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차명주식을 상속재산으로 인정했죠. 그 상속재산이 누구 것이냐를 두고 다투고 있는 상황인데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생명 지분이 바뀌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후계구도를 뒤흔들 수도 있습니다. 이맹희씨는 “상속 당시 미확인 차명재산은 이건희 회장이 은닉·단독관리했다”면서 “유언이나 상속포기,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법조계에서는 25년이나 지난 일인데, 원고 쪽에 입증책임이 있어서 피고쪽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5. 국가정보원 직원 댓글 논란, 경찰이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 경찰은 그동안 이 직원이 인터넷 게시글에 찬반 표시를 한 것과 사적인 글을 올린 것 외에 대선 관련 글을 쓴 것은 없었다고 했죠. 컴퓨터 하드디스크만 조사하고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이 없다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국정원 직원이 쓴 글이 공개되면서 알고도 숨겨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 ‘오늘의 유머’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 정치 사회 이슈와 관련한 120건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 직원은 국정원 3차장 산하 대북심리전단 소속 요원으로 알려졌는데요. 인터넷에 올린 글은 대북심리전 활동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내용이 많습니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의 은폐 의혹도 논란이 되겠죠.
6. 총리 후보자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고 하네요?
= 어제 지방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고 서울로 올라왔는데요. 박근혜 당선인과 긴급 회동이 있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까지는 총리 후보자를 결정하고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내야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정부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미 검증되고 야당의 저항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인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황우여 총리설이 설득력 있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안정감 있는 인물인 데다 대선과정에서 관리능력이 검증됐고, 박근혜 당선인이 법조인을 좋아한다고 하죠. 황우여 대표가 판사 출신입니다. 다만 집권여당 대표를 초대 총리로 뽑아 올린 사례가 없는 데다 전당대회를 다시 치러야 하는 등의 부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촉박하고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겠죠.
7.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을 하루 두 끼도 채 안 먹는다고 하네요.
=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30년 만에 반 토막이 났습니다. 주정 제조업계의 쌀 소비도 급감했습니다. 어제 통계청 발표,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9.8kg으로 전년 대비 2.0% 줄어들었습니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156.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요.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쌀 소비량은 191g, 하루에 한 공기 반이 채 안 되는 셈이다. KBS에 소개된 한 쌀집 주인의 말이 재밌습니다. “70년대 한 가정집에서 80킬로그램 한 가마니로 한 달 먹었어요. 요즘은 10kg으로 한 달 먹지, 전혀 안 먹는다는 얘기지!” 햄버거와 피자 등 대체식품과 간편한 즉석가공식품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고. 일본은 2011년 기준으로 쌀 소비량이 58kg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고 하죠.
8. 제주도 강정마을에 크루즈 선이 들어왔다고요.
= 현재 공정률은 30% 정도인데, 정부는 해군기지가 아니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어제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이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있다는 검증결과가 나왔는데요.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그동안 “크루즈선 입·출항 안전문제가 검증되면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 해군기지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그 결과가 나온 겁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검증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 회장은 “전문가들도 6개월 이상 걸린다는 검증을 이틀 만에 끝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9. 학교 앞 문방구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뭔가요.
= 1999년 2만6986개던 문구점 수는 2011년 1만5750개로 42%(1만1236개) 줄었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입니다. 서울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6208개에서 3143개로 감소해다. 문구점 절반이 사라진 건데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로 옮겨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경쟁 입찰로 학습 준비물을 일괄 구매한 뒤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나눠줍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생 1명에게 연간 3만5000원을 지원합니다. 학교 앞 문구점을 갈 일이 없는 거죠. 바우처(쿠폰) 제도를 도입하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미 시장 자체가 죽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많습니다.
10. 이정환 기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요.
= 메디컬 푸어라는 말이 나오죠. 병원비를 내려고 전세금을 뺐다는 가구가 41만 가구나 됩니다. 사채에까지 손을 벌린 가구가 13만 가구나 되고요. 특히 암이나 심장병 같은 중증질환보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이 큰 부담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장 생명이 위독한 질병은 아니지만 평생 약을 먹고 관리를 해야 하는데 건강보험 지원이 부족하다는 거겠죠.
10-1. 메디컬 푸어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의료비에 지출하는 이른 바 ‘재난적 의료비’에 시달리는 가구가 281만7000가구나 됩니다. 저소득층 가구 가운데 의료비 지출이 소득의 10% 이상인 경우가 30.6%. 2011년 자료인데요. 소득의 30% 이상도 9.8%나 됩니다. 30세 이상 성인 인구 가운데 고혈압 또는 당뇨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을 앓고 있는 유병자 비율이 2040년이면 49.1%가 될 거라는데요. 성인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이런 고질병을 달고 살게 될 거라는 겁니다.
10-2. 박근혜 당선인이 4대 중증질환 병원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도움이 될까요.
= 암과 심장병, 뇌질환, 희귀병인데,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진짜 부담이 되는 건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라 중증질환만 보장한다고 해서 메디컬 푸어를 줄일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암은 80% 가까이 건강보험 보장이 적용되니까요. 정확히는 78.9%, 심장병과 뇌질환은 각각 보장률이 79.5%와 79.1%입니다. 반면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한 가구 가운데 고혈압이나 당뇨 유병자가 있는 가구 비중이 각각 27.8%와 17%로 나타났습니다. 2040년에는 30세 이상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의 비율이 46.9%까지 급증할 거라는데요. 4대 중증질환도 좋지만 다른 질병과 형평성 문제도 고민해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