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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지 39년만입니다. 어제 법정에서 판사가 “고인에게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라고 사죄의 뜻을 전했습니다. 대통령 긴급조치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이기 때문에 당연히 범죄 성립이 안 된다는 게 법원 판단인데요. 유상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국민의 한 사람이자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역사적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고인의 숭고한 역사관과 희생정신은 장구한 세월이 흘러도 큰 울림과 가르침으로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재심에서 피고인의 누명이 벗겨지는 경우 재판부가 선고 직전에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죄를 구하는 일은 더러 있지만, 이번처럼 존경과 감사의 뜻까지 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법정 안이 환영의 박수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유족들은 향후 국가를 상대로 배상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2. 어제 이상득 전 의원 재판도 있었네요.
= 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죠. 저축은행 두 곳에서 불법 정치자금 6억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이 선고됐습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피해자들이 “우리 돈 내놔라. 평생 모은 돈을 다 뺐기고 억울해서 못 산다”며 눈물과 고함으로 한때 아수라장이 됐는데요. 이 전 의원은 선고 결과를 듣고 휘청거리기도 했습니다. 판사가 몸이 불편하면 앉아서 들으라고 할 정도였는데요. 쏟아지는 눈물을 소매 끝으로 훔치기도 했습니다. 한때 상왕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노 정치인의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2-1. 항소 여부가 관심이네요. 항소를 하면 설날 대통령 특사에 포함될 수가 없는 거죠?
= 선고 시점도 공교롭기는 합니다. 1주일 이내에 항소를 해야 하는데요. 일단 어제 이 전 의원 변호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히 항소하겠다”고 밝히기는 했는데 여론의 추이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고 결과는 안타깝지만 이 전 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항소해 끝까지 재판부에 소명을 하겠다고 한다”고 흘리기도 했습니다.
3. 어제 새 정부 첫 총리 인선이 발표됐죠. 인수위원장이 총리가 되는 건 처음이라면서요?
= 네. 어제도 역시 깜짝 발표였습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30초 전에 알았다고 하고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긴 했는데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나타나 기자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직접 발표하기는 좀 애매했겠죠. 소아마비 장애를 딛고 대학 3학년 때 최연소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소장을 지내 법조계의 신망이 높습니다. 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한 차례 언론의 검증을 거치기도 했고요. 다만 너무 고령인데다, 우리나이로 일흔여섯살이죠. 행정경험이 전무하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청력이 약해서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다시, 다시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대답하기 거북한 이야기를 들리지 않는다고 넘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4.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평가가 엇갈리는 모양이네요.
= 동아일보는 “첫 여성 대통령 선택은 ‘장애극복 총리’”라고 의미 부여를 했습니다. 조선일보도 “김용준 총리의 키워드는 법치와 약자 보호”라고 평가를 했고요. 중앙일보는 “총리 후보 김용준 청문회 무난하나, 책임총리 미지수”라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한겨레는 박근혜 당선인 측근의 말을 인용해서 “인사를 어디서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도대체 누구와 상의를 하는 거냐”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2인자를 두지 않고 직접 결정한다는 건데요. ‘인사 청탁’과 ‘측근 전횡’을 막는 데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투명한 인사시스템에 의한 소통과 검증을 요구하는 시대 흐름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는 겁니다. 책임총리가 아니라 의전총리를 두고 대통령 직할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요. 경향신문은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5.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결국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네요. 이제 남은 절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청문보고서 채택을 밀어붙이지 않은 것 자체가 사실상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새누리당도 의지가 없는 게 10분 정도 협상을 진행하다가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습니다.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분위기로 봐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고요. 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방법이 있지만 말년이라고는 해도 정치적 부담이 크겠죠. 결국 이동흡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6. 다음 소식으로 가볼까요. 불황에는 이혼도 줄어든다고 하는데, 3년 만에 이혼이 늘어났다고 하네요.
= 2009년 이후부터 이혼 건수가 줄어들었는데 지난해 다시 늘어났습니다. 결혼 20년이 지난 부부의 황혼이혼이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황혼이혼 건수가 결혼한 지 4년이 안 되는 신혼부부 이혼건수를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으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1월까지 10만5400건. 2009년에 잠깐 줄었을 뿐 사실 10년 이상 이혼이 꾸준히 줄어들었는데요. 경기도 나쁜데 이혼하기 보다 그냥 참고 사는 게 낫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으로 분석돼 왔습니다. 그런데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건수가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잠정치)이 27%로, 신혼부부 이혼 건수 비중인 25%보다 2% 포인트 높게 나타났습니다. 경제적 문제보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7. 한 마리에 50만원씩에 팔리는 생선이 있다고요?
= 짝퉁 조기라고 불리는 부세라는 물고기. 중국 수산물 바이어들이 싹쓸이하는 바람에 조기 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어제 제주도 수협 경매에 나온 부세 1상자(10마리)가 519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는데요. 제주도에서는 부세를 회로 먹지 않기 때문에 생선축에 끼지도 못한다고 하죠. 중국 바이어들은 부세를 높은 가격에 구입하는 이유에 대해 “튀김이나 조림 등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대답할 뿐,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겨울이 되면 부세는 알이 꽉 차면서 배 부위가 노랗게 물들기 때문에 금을 좋아하는 중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는 수협 관계자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중국 고급 호텔에서는 부세에 금가루를 뿌려 고가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8. 어제 회기역 철도 사고. 사고 직후에도 기관사에게 1시간 동안 운전을 하게 해서 논란이네요.
= 며칠 전에도 철도 사고 후유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관사 이야기를 전해 드렸는데요. 사고의 트라우마가 심각하다고 하죠. 어제 자살로 추정되는 사고로 지하철 1호선 운행이 1시간 정도 중단됐는데요. 사고를 수습하고 구로역까지 운전을 해서 갔다고 합니다. 가장 가까운 기관승무사무소에서 대체 기관사를 투입하는 것으로 노사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는데 구로역이 가장 가까웠다는 거죠. 경향신문은 사고를 경험한 기관사의 심신상태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사상사고 발생 즉시 기관사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관사도 피해자고 정신적 충격이 크기 때문에 지하철 운행 중단이 더 오래되더라도 운전을 계속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9. 정권 말에 공무원 노동조합에 대한 압박이 거세다는 뉴스도 있네요.
= 전국공무원노조 노조위원장과 사무처장이 해고됐습니다. 민주노총 임원선거 투표 참여도 막고 있고요. 전공노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무원노조를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보도입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공무원들의 투표 참여를 철저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공무원을 엄중 문책하라”고 요청한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그동안 암묵적으로 허용해 온 노조활동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전공노는 공무원 14만명이 가입된 전국 최대 공무원단체이지만 2009년 고용노동부가 “노조법상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고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반려해 법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10. 이정환 기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요?
= 국민연금이 주식 시장의 최대 큰손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산규모 400조원 이 가운데 68조5000억원을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죠. 국민연금이 동아제약의 3대 주주이기도 한데요. 동아제약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박카스를 비롯해 일반 의약품 부문을 분사하는 계획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테면 주식회사 박카스를 따로 떼내겠다는 건데요. 국민연금은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해 주주총회에서 반대 표를 던지겠다는 겁니다.
10-1.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 문제는 새로 떼내는 회사가 비상장 회사기 때문. 박카스라는 알짜배기 사업을 비상장 자회사에 몰아주고 이 회사를 자녀에게 헐값에 물려주려 한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이 지주사 아래에 비상장 주식회사를 만들면, 주주들의 직접적인 감시에서 벗어나 편법적 경영권 승계가 가능해질 수 있고 대주주로의 이익 유출을 막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주총에서 강신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14.7%, 글락소스미스클라인 9.9%이고 그 다음이 국민연금 9.39%입니다. 우리사주조합은 6.7%, 소액주주 지분이 42.7%나 되는데. 반대하는 주주들이 많아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0-2. 국민연금은 그동안 투자만 하고 주주총회에서 직접 의견을 내는 경우가 없었죠?
= 네. 많지 않습니다. 지난해 국민연금 측은 SK하이닉스 사내이사 후보로 최태원 SK 회장이 추천됐을 때 중립 의견을 내놓아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죠. 국민들 노후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단순히 주주가치를 강조해서 투자 수익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압박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 입김이 개입돼 기업 길들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의결권 행사는 필요하다, 다만 어떤 방향으로 행사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겁니다.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