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추진을 위한 ‘최필립-MBC 비밀회동’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향후 야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을 비롯해 대선구도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이 사건을 단독 보도한 한겨레는 15일자 4‧5면을 통해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간의 대화록을 공개했다. 조선‧중앙 등 보수언론도 정수장학회가 MBC와 부산일보의 지분 매각을 논의한 것을 두고 비판에 나섰다.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재벌개혁 7대 과제를 발표했다. 안 후보는 “우리 사회에서 경제민주화의 핵심 가치인 기회균등, 과정의 공정, 약자 보호가 지켜지지 않아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가 재벌문제”라고 공언했다. 이를 두고 언론은 안 후보의 재벌개혁안을 분석하는 한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재벌개혁 정책을 서로 비교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후보는 14일 야권 단일화의 첫걸음으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공동 정치혁신위원회’ 구성을 정식 제안했다. 단일화에 대비해 양측이 팽팽한 기 싸움을 벌여온 가운데 문 후보 측에서 첫 대응이 나온 것이다. 안 후보 측은 일단 완곡한 거절 의사를 밝히며 단일화 논의에 한발 물러섰다.
다음은 전국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안대희 “정수장학회 이사진 사퇴해야”>
국민일보 <정수장학회 ‘대선 핵폭풍’ 부상>
동아일보 <文 단일화 첫 액션…安에 “정치혁신위 만들자”>
서울신문 <민주 “정수장학회 국조‧청문회 열어라”>
세계일보 <대선戰 다각화…朴과거사‧文안보관 충돌>
조선일보 <휴일 정부중앙청사, 방화범에 뚫렸다>
중앙일보 <야스쿠니 방화범, 중‧일 서로 “내놔라”>
한겨레 <MBC 이진숙 “정치적 임팩트 굉장히 큰 사안” 정수장학회 최필립 “대선 앞 잔꾀란 말 나올 것”>
한국일보 <與도 “정수장학회 중립적 이사진 구성을”>
정수장학회, 대선 폭풍의 눈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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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면 사진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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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가 소유한 MBC, 부산일보의 지분 매각 논의는 ‘매각의 불법성, 언론 공공성 훼손, 밀실협상’이란 지적을 중심으로 비판받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 대선후보의 선심성 공약을 위해 ‘장물’이란 비판을 끝없이 받아온 재단의 재산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번 사건을 단독 보도한 한겨레는 15일자 1면 기사에서 “오는 19일로 예정됐던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관련 기자회견은 MBC와 정수장학회가 대선을 앞두고 극비리에 준비해온 작업”이었다고 폭로했다.
한겨레가 이날 공개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의 10월 8일 대화록에 따르면 이진숙 본부장은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방식 및 활용방안에 대한 기자회견 장소로 대형 광장과 대학을 지목하며 “사회자도 MBC 아나운서를 배제하고 진행자 가운데 신뢰를 줄 수 있는 마스크를 가진 사람을 고르겠다”고 밝혔다.
이진숙 본부장은 “이게 굉장히 정치적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그림은 괜찮게 보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이걸 (기자회견) 하게 되면 비꼬는 말이 상당히 나올 거라고…”라고 하자 이 본부장은 “네, 맞습니다. 박근혜에게 뭐 도움을…”이라고 답했고, 최 이사장은 “대선 앞두고 잔꾀 부리는 거라고 이야기는 나올 것”이라 밝혔다.
한겨레는 당시 회동이 통상적인 업무였다고 밝힌 MBC 주장과 달리 대화록을 보면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대화록엔 이진숙 본부장이 19일 기자회견 준비와 관련해 ‘저희가 극비리에 추진하고 중간보고를 또 하겠다’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에서 “김재철 사장과 정수장학회는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을 팔아 (특정 후보의)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활용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임팩트를 노리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고 주장한 뒤 “사실상 대선을 앞에 두고 대놓고 여당 대통령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수장학회가 추진하려 한 언론사 지분 매각은 법적으로도 실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 3면 기사에 따르면 법원은 올해 초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김지태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산일보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부산일보 주식의 매매, 양도, 질권 설정 등 일체 처분을 해서는 안 되고 부산일보를 상대로 주권 인도를 청구해서도 안 된다고 유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부산일보 지분 매각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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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3면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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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은 이에 덧붙여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에 언론 길들이기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지난 8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부산일보의 경우 노조에서 지랄들을 하는데, 도저히 더 이상 손을 못 대겠다”, “노조 때문에 (부산일보가) 민주당인지 진보당인지 기관지로 돼 있으니 이 사람(부산·경남 지역 기업 총수)들이 안 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은 이를 두고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기업들에 팔아버리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최필립 이사장, 새누리‧조선일보에게도 호된 비판 받아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이번 사건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추진을 ‘대선 돕기용 뒷거래’로 규정하고 진상파악을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역시 정수장학회 이사진의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되,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는 환원을 해야지 선거를 위한 정략적 이용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정수장학회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국정감사 보이콧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MBC 민영화 방안 논의는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고 민감한 선거 시기에 장학회 지분을 특정해서 쓰는 것도 부적절하다”며 비판했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14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객관적ㆍ중립적인 사람에게 이사장직을 넘기고 그만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정치쇄신특위의 입장”이라며 정수장학회 이사진 전원의 교체를 주문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과 새누리당과의 연관성은 부정했다. 한국일보 1면 기사에 따르면 이정현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수장학회의 처분이나 운영 등은 우리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민주당이 이 문제를 대선주자와 연관시켜 언급하는데 이는 순전히 영토주권 포기, 북한 핵 대변 의혹을 덮기 위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추진 논란에 대해 “이번에 흘러나온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간 사회 환원을 요구해 온 민주당이 오히려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보수언론 역시 이번 논란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15일자 사설에서 “대선을 60여 일 앞둔 시점에 이런 논의가 나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의미가 있었지만 기부 의사를 2007년 대선 때 밝히는 바람에 순수함이 훼손됐다”며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인물(최 이사장)이 장학회 복지사업을 대선 기간 중에 추진하는 건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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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5일자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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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1면과 3면 기사에서 안대희 위원장의 “정수장학회 이사진 퇴진”요구 발언을 비중 있게 전한 뒤 사설에서 “정수장학회의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 이사장이 장학회의 핵심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은 “최 이사장이 박 후보와 관련성을 의심받고 있고 박 후보 진영도 퇴진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이런 일을 벌여선 안 된다”고 밝혔다. 조선은 최필립 이사장을 두고 “대선이 코앞에 닥친 시점에 부산일보‧MBC 지분 매각이란 또 다른 풍파를 일으키려는 이유가 정말 납득이 안 간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근혜 아킬레스건’ 정수장학회, 결국 대선 쟁점으로
민주통합당은 이번 사건을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정수장학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건드리기 시작했다. 경향은 “민주당의 당면 목표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 등을 국회로 불러내는 것”이라며 “정수장학회 매각문제가 새롭게 제기됐고, 대선 개입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이를 이슈화하기 위해서는 국감 재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은 이어 “민주당의 초강경 대응은 새누리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김정일 비공개 대화록’ 의혹을 이슈화하는 데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고 지적한 뒤 “새누리당이 색깔론 성향이 짙은 안보문제로 문재인 후보에게 공세를 편다면 정수장학회 대선 개입 의혹으로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논란에 대응하는 민주당의 속내를 짚었다.
박근혜 후보는 인혁당, 5·16 등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지만 아직 행동은 보여준 게 없다. 민주당 최재천 문방위 간사는 “이번 사건의 첫 번째 의미는 과연 5·16 쿠데타 이후 민간인 재산을 강탈한 과거사를 합리화시켜 줄 것이냐, 과거사 인식과 과거사 청산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문제가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박 후보를 더욱 압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문‧안 재벌개혁 정책 “재벌 경제력 집중 해소” 비슷한 점 많아
안철수 대선 후보가 14일 재벌개혁 7대 과제를 발표했다. 한겨레 10면 기사에 따르면 안 후보는 7대 과제로 △재벌 총수의 편법 상속·증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 각종 불법행위 방지 △총수 및 임직원의 불법행위 엄정 처벌 △재벌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검토 △금산분리 규제 강화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투명화 △다중대표 소송제 도입 및 집중투표제 강화,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등을 들었다.
한겨레는 “범야권 지지자들에게서 후보단일화 압력을 받고 있는 두 후보의 재벌개혁 정책은 재벌의 경제집중력 해소라는 방향은 물론 방안까지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어느 쪽의 재벌개혁 방안이 더 강력한지 따지는 게 힘들다”고 분석했다.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온 순환출자를 두 후보 모두 금지하면서도, 문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과거 출자분도 유예기간인 3년 안에 다 해소할 것을 주장한다. 이후에는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안 후보도 신규순환출자는 금지하지만, 기존 출자분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다. 하지만 재벌이 스스로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가 개입해 강제로 계열분리를 명령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이 경우 결과는 양측이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및 골목상권 침해 방지책도 비슷하다. 안 후보 쪽은 일감 몰아주기로 혜택을 입은 기업의 부당이익을 환수하고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종에 재벌 계열회사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이런 내용을 중소기업부를 신설해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두 후보의 재벌개혁 방안 중 거의 유일하게 대조되는 부분은 출자총액제한제도”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 쪽은 1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재도입해 순자산의 30%만 출자를 허용하도록 한 반면, 안 후보 쪽은 “지금 도입할 긴박한 필요가 없다”(전성인 경제민주화포럼 대표)는 이유를 들어 관련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밖에 문 후보 쪽이 재벌개혁과 관련해 더 세세한 항목에 구체적인 시한과 수치를 제시하고 있는데 반해, 안 후보 쪽은 구체적 내용보다 의지와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 “안철수 대기업 압박, 문재인보다 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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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6면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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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 6면 기사에서 “안철수 후보의 공식적인 재벌 개혁 방안은 ‘스스로 변하라. 안 하면 강제로 변화시키겠다’로 요약된다”며 안 후보의 정책을 분석했다. 중앙은 안 후보가 시장 실패를 적극적으로 교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그 예로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에 국가소송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들었다.
이어 안 캠프의 금산분리 정책은 문 후보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계열분리명령제와 결합하면 더 세질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안 캠프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에 대한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을 예고했다”며 “어떤 금융회사가 포함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삼성생명 등 몸집이 큰 제 2금융권 회사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중앙은 “이 부분은 아직 안 캠프 측이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과도 관계가 있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가 의무화되면 ‘이재용 사장 →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의 소유구조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중앙은 이어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이 대기업 때리기 위주의 정책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14일 논평을 전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같은 날 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내놓은 7가지 재벌개혁 과제는 재벌의 시장 지배력 완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쓰겠다는 강한 의지에서 나왔다”고 지적한 뒤 “신규 순환출자 금지나, 금산분리(금융 및 산업자본의 분리) 강화 등 앞서 다른 후보들이 내놨던 공약에 더해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이라는 강력한 재벌규제 방안 도입을 예고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文, 安에 “정치혁신위 만들자” 단일화 본격 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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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8면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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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가 야권 단일화의 첫걸음으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공동 정치혁신위원회’ 구성을 정식 제안했다. 동아일보 1면 기사에 따르면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14일 “서울대 조국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혁신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자”며 “양측이 반반씩 같은 수의 위원을 추천하자”고 제의했다.
진 대변인은 “문 후보는 최근 조 교수가 제안한 3단계 방안이 매우 합리적이고 현실적 방안이라 생각하고 이를 수용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11일 3단계 단일화 방안으로 ‘정치혁신위 공동 구성→공동 정강정책 수립→세력관계 조율’을 제시한 바 있다. 문 후보는 “위원장은 합의 추천하자”고 한 조 교수의 제안에서 한발 나아가 조 교수를 위원장으로 추천했다.
문 후보는 13일 대학생 간담회에선 “안 후보가 민주당에 들어와 경쟁해서 단일화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개혁 세력으로서 힘을 합치려면 하나의 정당 속에 같이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단일화의 전제로 안 후보에게 입당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안 후보가 입당할 경우 “후보로서 갖는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동아는 “문 후보의 잇단 공격적 제안은 정치개혁을 고리로 안 후보 측과 공동작업을 해나가면서 단일화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안 후보 측은 공동 정치혁신위원회 구성에 일단 거부 입장을 나타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정책을 합의하자는 것이라면 세 후보가 만나야 하고 그래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킬 수 있는 정책을 합의할 수 있다”며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논의라면 각자 정권교체와 새로운 변화를 위해 집중하고 노력할 때다. 이를 위한 노력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민주당 입당 요구’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하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이 단일화에 문을 닫았다기보다는 아직 무당파와 중도층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다질 때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아는 “지지층의 충성도를 충분히 높이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협의에 나설 경우 지지층 이탈이 불가피하고 본격적인 단일화 경쟁에서 불리해진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도 “좋은 제안이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8면 기사에서 문 후보의 이번 제안을 두고 “문 후보로선 일거양득의 카드다. 당분간 단일화와는 거리를 두려는 안 후보를 ‘단일화 프레임’에 묶어두는 효과도 있고 안 후보가 단일화와 민주당 입당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던진 ‘정치쇄신’이라는 공을 안 후보 쪽에 다시 던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문 후보 쪽의 이 카드는 단일화 국면에서 영향력이 높고, 정치적 관심이 큰 호남 쪽 유권자들을 겨냥한 측면이 커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이어 “안 캠프에서는 단일화라는 주제는 경제민주화나 혁신경제 등 안철수 후보 쪽에서 제시하려는 정책들을 모두 흡수해 버리는 ‘블랙홀’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지금은 자기쪽 지지층들을 좀 더 강화하고 문 후보보다 앞선 지지율을 확보하는 것에 좀 더 주력할 때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 측의 현재 셈법을 짚었다.
138년 日최대 언론 요미우리, 모리구치의 거짓말에 놀아나다
일본에서 하루 1000만부의 최대 부수를 발행하는 138년 역사의 요미우리신문이 대형 오보를 내고 머리를 숙였다.
서울신문 2면 기사에 따르면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1일자 1면 톱기사로 일본인 연구자 모리구치 히사시(48)가 포함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로 심근 세포를 만들어 중증의 심부전증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황우석 박사가 인간의 난자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던 것보다 몇 단계 앞선 놀라운 성과였다. 하지만 기사가 보도된 뒤 하버드대 등이 즉시 부인해 진위 논란이 확산된 끝에 결국 오보로 판명됐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 iPS세포 인간 이식 관련 기사가 오보라고 인정하고 사죄했다.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모리구치는 기자회견을 열어 요미우리신문에 자신이 제보한 6건의 iPS세포 이식 수술 가운데 5건은 거짓말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6건 가운데 5건은 “앞으로 수술 예정이었다”고 말을 바꾼 뒤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모리구치의 경력이나 연구 실적은 대부분 허위로 드러났다. 현재 도쿄대병원의 연구원이긴 하지만 의사는 아니고 간호사 자격만 갖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언론은 그동안 모리구치의 말만 믿고 그의 연구 성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왔다. 2009년 쥐 실험을 통해 간암세포의 90%를 정상으로 복원했다고 알렸고 2010년 2월에는 간암세포에서 iPS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2010년 5월에는 모리구치가 iPS세포를 사용해 C형 간염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모리구치는 지난달 19일 iPS세포 인간 이식 수술 관련 소식을 요미우리신문 기자에게 전하며 논문 초고와 수술 동영상 등을 이메일로 보냈다. 이에 담당 기자는 지난 4일 도쿄대병원에서 약 6시간에 걸쳐 검증 작업을 벌였지만 사실을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요미우리신문 보도 뒤 하버드대가 즉각 부인하면서 ‘세계적 특종’은 ‘세기의 오보’로 뒤바뀌고 말았다.
하버드대는 “모리구치가 말하는 그런 수술에 대해 신청 받은 일이 없다. 모리구치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하버드대 내 어떠한 직위도 맡고 있지 않다”며 iPS세포 인간 이식 수술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정부중앙청사, 방화범에 뚫렸다
우울증 치료를 받던 김모(61)씨가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로 태연히 들어가 불을 지른 뒤 투신해 숨졌다. 조선일보 1면 기사에 따르면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국무총리실·행정안전부 등 8개 부처가 있는 정부 중앙청사 안으로 배낭 속에 인화성 물질인 휘발유가 든 생수병을 넣은 채 위조된 공무원증을 이용해 아무런 제지를 당하지 않고 들어가 방화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4일 오후 1시 30분쯤 정부 중앙청사 18층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사무실에서 은행원 출신의 김모(61)씨가 불을 지른 뒤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년간 은행에서 일하다 IMF 당시 퇴직한 후 무직자로 살아온 김씨는 2007년부터 운영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개인 블로그에서 반(反)기독교 성향과 함께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한 강한 불만도 여러 차례 나타내고 있었다.
김씨의 범행 행적이 기록된 당시 CCTV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위조한 공무원증을 경비를 서던 의경에게 보여주고 청사 후문을 통과했다. 김씨는 범행 전에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무원증을 검색해 위조했다. 김씨가 위조한 공무원증에는 태극 마크와 소속 부서, IC칩이 없었지만 청사를 통과하는 데 의경 등이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바람에 제지를 당하지 않았다.
이후 김씨는 후문 쪽 검색대도 그냥 통과했다. 검색대 옆에는 경찰이나 방호원도 없었다. 청사 관계자는 “평일이면 인화성 물질이나 라이터 등이 소지품을 검사하는 직원들이나 검색대로 걸러졌겠지만 휴일이라 직원들이 근무하지 않았고, 검색대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중앙청사로 들어온 김씨는 계단을 통해 18층으로 걸어 올라와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사무실 왼쪽 구석으로 가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책상 위 서류 뭉치와 의자, 모니터 등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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