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설립한 공익재단 ‘안철수재단’이 연말 대선까지 안 원장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이 같은 발표는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의 법적 의뢰에 의한 것으로, 새누리당은 이를 토대로 안 원장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한편 ‘안철수재단’의 향방과 가능성을 놓고 신문 별로 상반된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과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반대를 뚫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재임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노조는 13일 성명을 내 “어느 누구보다도 지난 3년 현병철 위원장이 무엇을 하였는지 인권위 직원들이 잘 알고 있다”며 “현병철 위원장이 진심으로 인권위원회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 위원장 연임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향후 정치권에서 임명 강행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14일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MB, 독도 역풍에 “일본 국제 영향력 예전 같지는 않다”>
국민일보 <장성택 전격 訪中…황금평·나선 논의>
동아일보 <檢 ‘현기환 차명폰 문자’ 포착>
서울신문 <애그플레이션 벌써 식탁 덮쳤다>
세계일보 <‘안철수재단’ 활동 못한다>
조선일보 <北 장성택, 수행원 50명 이끌고 訪中>
중앙일보 <북 장성택 50명 대동 중국 방문>
한겨레 <“안철수재단 기부행위는 선거법 위반”>
한국일보 <귀 막은 MB, 현병철 임명 강행>
선관위 “‘안철수재단’ 기부금지”…새누리당 “지금이라도 대선 불출마 선언하라”
중앙선관위는 13일 보도자료를 내 “안철수재단의 설립행위 자체는 공직선거법상 무방하나, 안철수재단은 재단의 명칭에 ‘입후보 예정자’ 명칭이 포함돼 있으므로, 그 명의로 금품 등을 제공하는 해위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중선관위가 이처럼 판단을 내린 데는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의 의뢰가 직접적인 계기였다.
앞서 심 최고위원이 중앙선관위에 법적인 의뢰를 해 ‘안철수재단’의 기부행위에 대해 선거법 저촉 여부를 물었고, 선관위는 ‘심재철 의원 질의에 대한 회답’이라는 보도자료에서 안 원장에 대해 “대법원 판례상 안 원장의 언행, 접촉대상, 활동범위로 봤을 때 제3자의 시각에서 충분히 입후보 예정자로 볼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를 토대로 새누리당은 안 원장 공세에 나섰다. 홍일표 대변인은 13일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자 하고 선관위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 된다”며 “그동안 애매한 입장에서 대선 후보 검증을 피하고 있다는 그런 의혹도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선거를 앞두고 기부행위를 이용한 표심 자극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썼다.
한편 새누리당의 이 같은 정치 공세에 대해 자칫하면 새누리당이 되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근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우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 수 없다”며 “괜히 지나치게 비난하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3면 <대선 앞 발묶인 사회공헌…‘안철수의 선택’ 재촉 변수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애초 이 사안을 찾아내내 것도 새누리당 쪽”이라며 “심재철 당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안 원장을 거론하지 않고 ‘입후보 예정자 중 한명’이란 표현만 써서 기부단체 설립과 언론 홍보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되는지를 선관위에 물었다. 이번 선관위의 결정은 심 최고위원이 ‘발굴’해낸 셈”이라고 보도했다.
안철수 사실상 재단 활동 금지?…동아·경향 상반된 전망
선관위는 안철수재단이 계속 활동하기 위해선 재단 이름에서 ‘안철수’를 뺄 것과, 재단 운영과정에서 안 원장이 관여해선 안 되고, 재단이 기부활동을 하더라도 안 원장이 하는 것처럼 추정되지 않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세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안철수재단은 이름 변경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안 원장이 재단 설립을 발표할 때부터 재단 운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앞의 두 가지 조건은 충족시키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세 번째 조건이 사실상 충족 가능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각 신문 논조가 미묘하게 엇갈려 주목된다. 우선 해당 부분에 대해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이 전혀 다른 논조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사실상 재단활동 자체가 금지된 것’으로 보도한 반면, 경향신문은 앞의 두 조건만 충족되면 재단활동 자체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다만 경향신문은 해당 의문에 대한 선관위 관계자의 멘트를 직접적으로 전했다는 점에서, 어떤 해석이 보다 신뢰성이 확보되는 지 유추할 수 있다.
동아일보는 3면 <‘대선후보’ 공식화… 사실상 재단활동 금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선관위가 안철수재단에 대해 사실상 활동 불가 판정을 내림에 따라 안 원장의 대선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재단 이름을 바꾸더라도 궁극적 기부자가 안 원장이라는 사실을 100% 알려지지 않도록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대선 출마를 전제할 경우 사실상 재단 활동은 어렵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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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8월14일자 3면 |
반면 경향신문은 5면 <새누리, 안철수 향해 “부당하다면 불출마 선언하라” 공세>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에 대한 다른 해답을 내놨다. 경향신문은 “안 원장이 안철수재단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재단 명칭만 변경하면 재단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명칭을 바꾸더라도 재단과 안 원장과 연관성을 배제하는 게 가능하냐’는 물음에 선관위 관계자는 「재단에서 의도적으로 안철수라는 이름을 알리려고 했다기보다는 언론 자유에 의해 자연스럽게 알려진 결과로 봐야 한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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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8월14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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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선일보도 수위에 차이는 있으나 동아일보와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재단 이름을 바꾼다 해서 그것이 안 교수가 출연한 재단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안철수 재단 측은 이날 재단 이름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럴 경우에도 정치권에선 재단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놓고 논란이 계속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한겨레는 또 다른 여러 가능성들을 제시했다. 한겨레는 “안철수 원장 쪽 핵심 관계자가 ‘선관위 유권해석은 기부를 안 하면 끝이란 것 아니냐, 법을 잘 지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밝혀, 기부 활동 유보 쪽에 무게를 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안철수재단은 지난 2월 설립 발표 뒤 아직 기부 활동은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겨레는 또 “재단이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불복할 가능성도 있다”며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썼다.
MB, 현병철 임명 강행 “독도·올림픽 이슈로 소란한 틈 노렸나”
현 위원장은 지난 달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자질 문제가 제기돼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새누리당도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연임 반대 의사를 전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앞서 인권위 직원의 90퍼센트가 반대의견을 밝히며 광고를 냈고, 최근엔 현 위원장이 임명했던 김옥신 전 사무총장까지 현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을 봤을 때 반대여론의 범위와 수준을 알 수 있다.
현 위원장 임명이 발표되자 인권위원회 노조는 13일 성명을 내 “현 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인권위를 소멸시키려는 권력자의 의지 표명”이라며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6개월짜리 위원장과는 어떤 협력도 필요치 않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현 위원장이 사실상 ‘식물 인권위원장’으로 전락할 가능성과 내부 조직 운영조차 제대로 될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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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월14일자 |
이런 상황에도 현 위원장 임명이 강행된 데 대해 언론에서도 MB의 ‘오기 인사’, ‘불통 인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일보는 이날 <인권도 인권위도 무시하겠다는 현병철 재임명>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안팎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도 인권위원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그 안이함과 낙관론이 놀랍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도 같은 날 <현병철 임명 강행은 엠비 임기 말 ‘몽니’>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임기 말 대통령의 오기 내지 몽니에 가깝다”며 “뒷감당조차 어려운 패착”이라고 비판했으며, 경향신문은 사설 <이 대통령, 인권위마저 정권 안보에 악용하나>에서 “현 위원장을 재임명한 것은 이 대통령의 몰이해로 인해 빚어진 인권위 모독 사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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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8월14일자 2면 |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6면 <MB, 현병철 인권위장 임명 강행…정치권 반발>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독도 방문과 런던 올림픽에 이슈가 쏠린 틈을 타 현 위원장을 기습적으로 임명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통합진보당 지지철회… 구당권파 수세, 신당권파 지지 여부는 불확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사퇴와 당 혁신을 전제로 ‘조건부 지지’를 표명했던 민주노총이 결국 통합진보당과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1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현재의 통합진보당은 노동중심성 확보와 ‘중앙위에서 결의한 혁신안이 실현돼야 한다’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현재 통합진보당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당의 지지기반세력이었던 만큼,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는 수세에 몰리게 됐다. 구당권파 이상규 의원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때는 그래도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가 있었다”며 “민주노총의 지지 철회에 대해 비상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신당 창당을 모색 중인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와의 연대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신당권파의 신당 창당 추진 움직임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통합진보당 사태를 당권파의 일방적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민주노동당 분당의 아픔을 겪었던 과거가 있는데 또다시 분당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종북?
한편 일부 보수성향의 신문에서는 민주노총이 또 다른 측면에서 더 화제였다. 지난 주말 민노총이 주최한 ‘8·15 노동자 통일골든벨’ 행사에서 나온 막말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해당 행사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당시 나이, 대한민국 국민의 원수 이명박과 공천 뒷돈 받아 처먹은 년의 나이를 모두 더하면 몇 살이냐”는 발언이 나왔다는 것.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민노총의 종북 민얼굴 드러낸 ‘골든벨 막말’>에서 “민노총이 통진당에 제명을 요구한 이·김 의원은 종북 성향이지만 민노총 지도부 역시 통진당 옛 당권파와 비슷한 종북 성향을 지니고 있다”며 “노동조합원들로 구성된 민노총은 노동자의 권익과 복리 향상이 아니라 종북 노선을 추구하며 극좌 정치세력화에 골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조선일보의 관련 보도만 봐도, 민주노총 전체를 종북으로 싸잡아 보도하는 것은 사실과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일보는 4면 <막장골든벨… 종북교재도 민노총 통일위가 주도>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민주노총 통일위원회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민노총과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은 민노총 내 NL(범주사파)계열 인물들이 통일위원회를 오랜 기간 장악해 오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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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8월14일자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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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또 “통일위원회는 상설위원회의 독립성이 강한 민노총 조직 특성상 거의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민노총 규약상으로는 통일위원장을 민노총 위원장이 임명하도록 규정돼있지만 상설위원회이기 때문에 자율성이 강하다”며 “주사파 이념에 반대하는 지도부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구조”라는 민노총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