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드님께서 제 아이패드를 박살내 주신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http://l.otd.kr/59E3KH40)
며칠전, 금요일 밤에 아드님을 재워놓고 캔맥주 하나 마시고 있는데 마눌님께서 미국 출장 준비는 잘 하고 있냐고 물어오십니다. (5월 4일에 출국해서 15일에 귀국하는 일정으로 출장이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 면허는 담주초에 받으러 갈꺼고, 항공권 예약은 끝났고, 현지 숙소도 잡았고 어쩌고 하면서 이것 저것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출장지가 텍사스 오스틴이라 무더운 날씨이니 반팔 챙겨야 할 것 같다고 하니 옷 챙길때 알아서 챙겨주겠다는 둥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미유: 이번엔 좀 귀찮지만 기내에 노트북 챙겨 가야겠네. 에휴~ (늘 노트북은 캐리어에 넣어 보내버리고 기내엔 아주 간단한 몇가지만 챙겨가지고 다녔습니다. 보안검색대 통과할때도 편하고 두 손도 편하고 해서 늘 그렇게 해 왔었죠)
마눌: 왜? 노트북은 뭐하러?
미유: 아드님이 아이패드 뽀개놨으니 12시간 날아가는동안 안심심할려면 노트북이라도 있어야지 ㅠ.ㅠ
마눌: 그래? 좀 불쌍하네. 미국 가서 아이패드 하나 사 그럼
미유: 국내에도 출시했는데 뭘 미국씩이나 가서 사?
마눌: 어? 한국에 나왔어?
미유: 어.. 근데 이번엔 못사겠다
마눌: 왜?
미유: 비자금 통장 잔고 알잖아. 6만원갖고 뭘 사?
마눌: 출장비 있잖아
미유: 출장비 아껴놔야 그걸로 나 먹고 살지. 그냥 포기할랜다
마눌: 그래? 그럼 내일 사. 생활비로. 내가 쏜다.
미유: 어???
마눌: 어때? 아들 잘 뒀지? 참 착한 아들이야..
미유: 으흐흐
뭐, 이렇게 되어서..
토욜 아침에 대전에 있는 모든 애플 리셀러 샵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른 곳엔 제가 원하는 화이트 64GB WiFi 모델의 재고가 전혀 없고, 프리스비에서 10분전에 입고된 물량이 있다고 하더군요. 수량은 아직 파악 못했고 지금 막 문열였는데 문 열기 전부터 사람들 줄 서 있다는 말도 덧붙이면서요. -_-;
재빨리 옷 주워입고 마눌님 델꼬 (줄 서 있다는 말이 신경쓰여서 주차하는데 시간 쓸 수 없어서 샵 앞에서 제가 내리고, 마눌님이 알아서 주차하고 기다려 주기로 했습니다) 프리스비로 달려가서 하나 집어 왔습니다. 마눌님이 쏴 주는 김에 가죽으로 된 9만원짜리 스마트커버도 하나 슬쩍 껴 넣었구요. 마눌님이 예상 밖의 물건이 하나 보이는데.. 라고 했지만 그냥 넘어가 주시더군요. ^^
이렇게 아드님은 졸지에 효자가 되었지만, 정작 아드님 눈에 아이패드 안 띄게 하려고 저는 오늘 출근해서야 만져봤습니다. 아드님께는 새 아이패드 장만한거 비밀입니다. :-)
ㅊㅋㅊㅋ드립니다. ^^
아이패드 간수 잘 하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