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0.
제가 성년이 된 후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고 처음 구입한 고가의 키보드는 리얼포스입니다.
KBDmania나 OTD의 전신인 오방넷의 존재는 이 시기를 전후로 알게 되었습니다.
키보드 동호회 밖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들은 전반적으로 리얼포스나 세진을 높게 평가하시며, 리얼포스는 지금도 기회가 되면 다시 써보고 싶은 그리운 키보드입니다^^
1.
장터나 게시판을 살짝만 살펴보셔도 아시겠지만, 제가 OTD에 가입하게된 원인은 찌니님의 돌치레플리카에 이끌려서 입니다.
순수하다면 순수한 동기이지만, 저는 물욕에 이끌려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좌충우돌하면서 장터 일괄도 좀 하다보니 최종적으로 돌치 레플만 6셋을 손에 들고 있게 되더군요.
(이후에 영구보존용 1셋과 사용하던 1셋을 남기고는 전부 분양했습니다.)
이베이질도 정말 열심히하고 긁어 모으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2.
이 시기를 전후로 오프모임에서 356시리즈를 처음 만져보게 됩니다.
당시에는 "오, 좋다. 뭔가 쫀득쫀득하군."정도의 감상 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좀 지나서 운좋게 포도드랍 순위권에 들어서 모 처음 알루 커스텀을 획득하게 됩니다.
커스텀 키보드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던 상황이었는데도, 너무 기뻐서 한동안 침대 머리맡에 놓고 잘 정도였습니다.
커스텀의 키감이 절대적이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악이 틀리듯이 좋아하는 키감도 제각각입니다.
3.
그 이후로 게시판에 글도 좀 쓰게 되었습니다.
퇴근 후에는 커피를 많이 마시고, 고기를 많이 구웠습니다.
새벽에는 떡볶이를 먹고, 오뎅을 먹고,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셨습니다.
우동도 빼놓을 수 없고, 족발도 우걱우걱 먹었습니다.
그리고 조립 이벤트도 진행했었지만, 실력은 여전히 바닥입니다.
4.
한참 열심히 먹으며 시간을 보내던 차에, RGB 붐이 일어납니다.
그 전부터 귀한 물건이긴 했지만 갑작스레 찾는 분들이 늘어나더군요.
그래서 운영진 분들과 찌니님께 상의를 드린 후 소량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조사랑 처음 컨택할 때 실수도 많았고 오류때문에 허우적 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웃지만 그 당시에는 완전히 패닉상태였습니다.
5.
REBEL이라는 이름은 순정에는 못미치지만 그래도 반항은 해보자라는 의도로 붙인 이름입니다.
rebel 동사 [rɪ|bel] 명사 [|rebl]
- 반역자
- (조직・정당 등의 내부의) 반대자
- (규칙・일반 통념 등에) 반항적인 사람, 반항아
SP에서 제조된 키캡은 얇지만, 스위치를 꽉무는 힘은 순정이 따라오지 못하는 강점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체리 승화를 전부 방출해서 한 셋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6.
그리고 이번에 진행된 Red Alert.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신 분들
키캡 구성에 조언해 주신 분들
색 선정과 배색을 조언해 주신 분들
가격 네고를 위해 힘써주신 분들
해외 송금 및 국제 배송에 도움을 주신 분들
소분, 포장, 배송을 같이 진행해주신 분들
제가 많이 미숙한 탓에 이 09가 진행되는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이 없으셨다면 Red Alert이란 키캡은 성립되지 않았을 겁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키보드 동호회에서 활동하셨었고, 현재 활동 중이신 모든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지금이 있습니다.
제가 한 것은 극히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7.
개인적인 사정으로 예정 시간보다 드랍이 늦어진 점.
선정 기준을 명확히 하지 못하여 많은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린 점.
그리고 원하시는 여러분들께 키캡을 챙겨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8.
그리고, 키보드 동호회 활동을 같이 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물론 OTD횐님들의 구매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수도 있지만..ㅎ)
고생하신덕에 찌니님에 버금가는 멋진 작품 남기셨습니다 ^^
저도 순정보다 SP키캡을 더 좋아하는 1인입니다. ㅎㅎ 개인차는 있지만, 두껍다고 무조건 키감이 좋은건 아니니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