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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키보드덕후질을 3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그동안 사고 팔았던 키보드가 200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것도 30대 이상인 것 같고요. 돌아보면 유행이 돌고 돈다는 생각이 드는 게,
한때는 해피해킹 백각이 그렇게 유행이었죠. 10만원 중반에 거래되던 게 신품이 36만원으로 뛴 뒤에는 25만원 수준에도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일본 라쿠텐에서 구매대행을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한때 잠깐 무각의 뽀대에 매료되는 사람이 많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백각이나 무각이나 해피해킹의 인기가 예년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매물이 넘쳐나고 신품 중고가 10만원 가까이 가격을 낮춰도 잘 안 팔리는 상황이죠.
리얼포스의 경우는 86 차등과 87 차등이 차이가 거의 없는 데도 단종된 뒤 가격이 껑충 뛰었죠. 저 같은 경우는 86이 더 깔끔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얼이나 해피는 러버돔이 경화되기 때문에 중고를 고를 때 신중해야 합니다. OTD 초기에 87 무각 제품을 한정판 공구했었는데 한번도 매물로 나온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깔끔한 디자인이었죠. 잠깐 풀렸던 이벤트 RGB 키캡도 초 레어템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때 오링을 집어넣는 게 잠깐 유행이기도 했는데 평가가 엇갈리는 듯 합니다. 오링 개조의 경우 AS가 안 돼서 애를 먹었던 적도 있습니다. 해피나 리얼의 경우 정전용량식이라 정전기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뚜껑을 열면 조심해야 합니다.
마제스터치 화이트도 한때 유행을 탔습니다. 지금은 기성품이 워낙 종류도 많고 잘 나와서 품귀까지는 아닙니다. 화이트 유행이 지나가면 블랙 유행이 불어오곤 했는데 아무래도 블랙이 종류가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보니 화이트의 인기가 좀 더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오타쿠 버전이 출시되기도 했죠.
마제는 키캡이 많이 아쉬웠죠. 기성품 가운데 디자인도 날렵하고 짜임새도 단단한 편이지만 키캡이 높고 각인도 때가 잘 타고요. 상대적으로 체리 키캡이 좋은 게 많은데 스페이스바나 캡스락 키가 호환이 안 돼서 아쉬웠습니다. "마제나 쓰든가"라는 비아냥이 유행이었던 건 마제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체리 3000 배열이 여전히 마니아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일자 엔터에 그야말로 키보드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3000에 커스텀 보강판을 넣어서 쓰는 게 한창 유행일 때도 있었습니다.
한동안 국방색 키캡이 매력인 돌치가 인기를 끌었는데 돌치 레플리카 키캡이 공구되면서 지금은 좀 해갈된 느낌입니다. 다만 돌레의 경우 폰트가 너무 커서 여전히 오리지널 돌치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듯합니다.
옥션에서 판다고 해서 주옥션이라고 부르는 MX-8000은 한두 대 안 갖고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재료용으로 많이 썼습니다. 금융기관에서 대량으로 흘러나온 건데, 키스킨이 씌워 있어서 상태가 좋았죠. 실사용으로 쓰기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PBT 키캡에 구형 갈축, 카드리더까지 달려있고 가격은 2만원대였으니까요. 주옥션 잘라서 만든 커스텀도 고수들 사이에서는 유행이었습니다.
흑축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와이즈가 여전히 최고의 키보드로 꼽힙니다. 단정한 스태빌 키캡은 와이즈를 따라갈 키보드가 없죠. 한때는 대압 흑축이 유행이 되기도 했는데 워낙 마니악한 취향이라 쉽게 흉내내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변태 흑축 가운데서는 55g보다는 62g을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고요. 요즘은 적축과 백축도 대중화되는 분위기고요. 변백도 선호 아이템입니다. 윤활과 스티커 작업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저의 경우는 큰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청축의 경우는 절대 말리고 싶습니다.
TG3이 폭발적인 인기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6만~7만원 수준에 팔리던 게 15만원에 매물이 나와 과열 논란도 있었고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TG3 유행도 지나간 듯 합니다. 기성품으로 드물게 미니 배열이었는데 지금은 미니 배열도 많아졌죠. 소박한(투박한) 디자인이라 평가가 엇갈리는 듯 합니다. 배열도 적응이 쉽지 않고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사용 보다는 관상용이라고나 할까요.
1800이 대세였던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실사용 보다는 재료용으로 많이 쓰는 것 같지만 여전히 1800 마니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컴팩 1800 갈축은 2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커스텀의 지존으로 꼽히는 356CL도 초창기에는 지금처럼 폭발적인 인기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처음에 너무 비싸기도 하고 뭔가 함부로 다루면 안 될 것 같은 도자기 같은 느낌이라, 실사용할 엄두가 안 나서 다시 방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지존의 레어템이 됐죠. 특히 묵직한 황동키와 건메탈 하우징은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나중에 356N과 비교하니 삼클 건메탈의 가치가 더욱 두드러져 보이더라고요.
덩달아서 다크그레이에디션도 인기가 대단합니다. 닭클의 경우는 삼클의 불량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망설여졌는데 지금은 역시 없어서 못 사는 상황이죠. 저 같은 경우는 다크 그레이 에디션이라는 각인이 거슬렸습니다. 완벽한 디자인에 옥의 티라고나 할까요. 삼클과 차이를 두기 위해(삼클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일부러 그레이드를 떨어뜨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356 시리즈는 하나 같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공제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미조립품의 경우 실제 시장 가치는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니멀리즘의 극한을 보여준 356미니도 좀처럼 매물을 찾을 수가 없죠. 윈키 배열의 경우 한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색사출 키캡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최근 윈키리스 배열 보강판+기판이 공제돼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윈키리스 배열의 경우 1.75 오른쪽 쉬프트가 아니라 방향키 설정이 좀 애매합니다.(승화 한방을 위해 일부러 이렇게 뽑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뽀대는 좋지만 미니 배열의 경우 해피해킹 스타일의 방향키가 최선인 듯합니다.
복각된 356N은 통짜 하우징이 매력인데 삼클과 비교하면 약간 가볍다는 느낌이 듭니다. 존재감이 약하다고 할까요. 저는 한정판으로 제작된 레드 하우징을 미조립품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알프스 스위치를 심어볼까 합니다) 그런데 저는 범폰 보다는 삼클이나 코알라하우징 같은 바닥에 딱 붙는 스타일이 더 끌립니다.
더치트는 최초로 대량 생산된 커스텀이었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위아래 여백이 너무 넓은 듯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파격적인 가격이었죠. 소와레 키캡 세트가 3만원이라고 하면 새로 들어온 분들은 깜짝 놀랍니다. 스위치와 기판, 보강판 등을 더하면 시세 대비 15만원 가까이 싸게 공제된 것이니까요. 조립품 배송이 늦어져서 마음 아픈 분들이 많았겠지만 커스텀 대중화의 시대를 연 키보드로 기억될 겁니다. 아쉬운 점 또 한 가지는 당초 기대했던 것과 달리 더치트 기반의 다른 배열의 기판이나 보강판이 공제되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아꽈님이 복귀하실 날을 기다려봅니다. 더치트 알프스 기판도 기대해 봅니다.
키캡도 계속 유행을 탑니다. 과거에 비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역시 공급보다 수요가 초과 상태입니다. 소와레 키캡의 경우는 원래 와이즈 키캡보다 훨씬 예쁘게 뽑혔지만 쉬프트, 알트, 컨트롤 키캡의 각인 색깔이 살짝 짙게 나와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산뜻한 매력이 있죠. 그에 앞서 공제됐던 키캡 시즌 1 같은 경우는 보기는 예쁘지만 스탭스 컬처가 없어서 실사용하기에는 좀 불편했습니다. 알프스가 키캡이 예쁜 게 많은데 좋은 스위치를 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죠.
승화 키캡 역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세계적으로 가격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습니다.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열되는 양상이었는데 대륙산 승화 키캡이 쏟아져 나오면 어느 정도는 해갈이 될 듯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무각 키캡을 선호하기 때문에 각인과 관계 없이 PBT 재질이라면 그냥 좋습니다. 한때 40만원 가까이 주고 신품을 들여왔다가 아까워서 쓰지도 못하고 방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승화 키캡의 대안으로 11900 점돌기 키캡이 최근에 유행을 타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공제된 코렐라스님의 코알라 하우징은 삼클 못지 않은 미려한 디자인인데 가격이 좀 세서 유통이 잘 안 되는 느낌입니다. 기판·보강판이 공개된 A.87 기반이라(누구나 주문해서 뽑을 수 있죠) 호환성이나 향후 확장성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 코알라 하우징도 가까운 시간 안에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레어템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꽈님+이노네이트+파놉티콘님이 만드신 아이콘과 괴수가면님이 공개하신 A.87 덕분에 요즘은 아크릴 하우징도 대중화됐습니다. 누구나 도면을 맡겨서 주문만 하면 커스텀 키보드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저는 얼마 전부터 알프스 스위치와 키캡을 모으고 있는데 한방 재료가 될 만한 게 마땅치가 않습니다. 알루미늄 하우징에 알프스 청축을 심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프스 키보드의 경우는 캡스락이 제각각이고 스태빌 위치도 조금씩 달라서 표준화하기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키보드매니아에서 시작된 썰어표 텐키리스 열풍이 마제 텐키리스를 만들고 또뀨와 356 시리즈로 이어져 오면서 텐키리스 대중화 시대를 열고 타입나우 솔리드 같은 커스텀발 기성품을 양산하는 진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알프스 또뀨도 있었죠.) 요즘은 커스텀 키캡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수요가 시장을 만드는 겁니다.
유행이 돌고 돈다면, 아마 다음 유행은 알프스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지난 해부터 전체적으로 눈높이가 높아져서(가격 저항력도 낮아졌고요) 삼클이나 코알라 같은 하이엔드 커스텀 키보드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 같고요. 전설적인 명품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겁니다. 한동안 하우징 공제가 없을 거라 아쉬운대로 주문형 키캡 제작이 늘어나고 키캡 놀이가 유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초보인 저한테는 역사 소설 같습니다.
많은 걸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