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북미에서만 7억6000만달러(약 8664억원)를 벌어들이며 역대 영화 흥행순위 1위를 기록한 아바타. 할리우드 제작팀이 러닝타임만 162분에 달하는 대용량 영상을 CG(컴퓨터그래픽) 스튜디오가 있는 뉴질랜드로부터 전송받느라 진땀을 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파일 전송속도가 100배쯤 빨랐더라면 영화 개봉일을 3개월은 앞당길 수 있지 않았을까. 꿈같은 이야기가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엔 현실화될 전망이다. 삼성SDS를 통해서다.
삼성SDS는 지난해 말 대용량 데이터 고속 전송 솔루션인 '래피던트(Rapidant)'를 공개했다. 이 솔루션을 개발한 김종필 삼성SDS 수석연구원은 16일 "래피던트는 별도의 ,네트워크 구축, 하드웨어(HW) 구입, *커널(kernel) 설치 없이 최소 비용으로 파일전송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
삼성SDS는 이 솔루션을 이르면 연내 해외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의 한 유명 정보기술(IT) 컨설팅 업체와도 접촉하고 있어, 늦어도 내년엔 수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해외 판로가 확보되면 래피던트가 현재 데이터 전송의 글로벌 표준 프로토콜인 TCP-I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를 보완할 차세대 솔루션으로 부각될 것이란 관측이다.
◇TCP/IP의 한계..느릴 수밖에 없다
집에 광케이블이 설치돼 인터넷 속도가 100Mbps(1초에 약 12MB 파일을 내려받는 속도)는 나올 것으로 기대한 K씨(남, 32세). 실질적인 전송속도는 초당 4메가바이트(MB)에도 못 미쳐 의아할 따름이다. 통신사에서 선전하는 만큼 속도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TCP/IP다. TCP/IP는 네트워크 대역폭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 프로토콜은 *RTT(Round Trip Time)와 패킷 손실(Packet Loss)이 큰 원격지 간 통신에서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성능을 보인다. 네트워크 상황이 악화되면 속도를 스스로 절반씩 늦추도록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광케이블을 통한 빠른 회선속도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화 아바타의 예처럼 국가 간 원거리 통신 시엔 이같은 단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문제 해결을 위해 ▲HW 기반 웬(WAN·Wide Area Network) 가속기 설치 ▲커널 내 FAST TCP 탑재 ▲CDN(Contents Delivery Network)망 임대 ▲전용선 구축 등 다양한 방법들이 강구돼 왔지만 모두 큰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래피던트, '속도+가격' 두마리 토끼 잡다
래피던트는 파일전송 효율성 강화와 비용 절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솔루션으로 설계됐다. 이 솔루션은 SW 설치만으로 대용량 파일을 기존 방식 대비 2배에서 100배까지 고속으로 전송하며, SW 기반 특유의 저렴한 비용도 장점이다.
빠른 속도의 비결은 데이터 전송 시 하나가 아닌 다수의 TCP 채널을 동시에 활용, 전송률을 높인다는 데 있다. 가용 전송 대역폭을 최대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령 컵에 빨대를 1개 꽂아 물을 마시는 것이 기존 TCP/IP의 데이터 전송 환경이라면, 래피던트는 한 번에 여러개의 빨대를 꽂아 마시는 원리를 네트워크 전송에 적용했다.
래피던트는 도면과 *펌웨어(firmware) 이미지 등을 원거리로 전송해 거리로 인한 업무 제약을 줄이고, 대용량 파일첨부 메일로 업무 전반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가까운 예로 래피던트를 통해 업로드가 빈번한 유튜브(You Tube)에서 HD(고해상도)급 동영상이나 사진을 기존 대비 수 배에서 수십 배 빠른 속도로 전송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래피던트는 자동차 등 제조업 생산라인 정보와 의료 업계의 바이오 산업 관련 데이터 전송 등 HW를 넘어, 게임·멀티미디어 등 SW 분야까지 폭넓게 적용 가능한 솔루션"이라며 "이미 국내에선 상당수 산업군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 RTT(Round Trip Time) : 패킷이 송신 측에서 수신 측으로 전달된 후 응답신호가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 커널(kernel) : 컴퓨터 운영체제(OS)의 가장 중요한 핵심. OS의 모든 부분에 다양한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며, 메모리나 저장장치 안에서 OS의 주소공간을 관리한다.
* 펌웨어(firmware) : 일반적으로 롬(ROM)에 기록된 하드웨어(HW)를 제어하는 마이크로프로그램의 집합. 소프트웨어(SW)와 HW의 중간에 해당하며, SW를 HW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