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남자친구가 이 향수만 썼거든요.ㅎㅎ. 그래서 기억나요.
나 : 아... 그랬구나... (이 썩을 군바리 자식이ㅡㅡ 목욕탕 아저씨 스킨이나 쓸 것이지)
그리고 ㅊㅈ는 뭔가 혼자 멍하니 생각을 하는 듯 보이고
잠시 동안의 침묵
女 : 오빠 노래 잘해요?
9*************************************
女 : 오빠 노래 잘 해요?
나 : 갑자기 왠 노래?
女 : 그냥ㅋ 노래 잘 하는 사람 멋있잖아요.
나 : 노래방 가고 싶어?ㅋ 이거 먹고 노래방 갈래?
女 : 아니요ㅎㅎ 노래방 가잔 소리가 아니라 그냥ㅋ 전 음치에요ㅠ
나 : 하하하;;; 서민정 같은?ㅋ
女 : 그 이상일수도.....ㅠ
ㅊㅈ가 노래 잘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전 결심을 했습니다.
나름의 비장의 카드랄까요?ㅋ
나 : 막창 먹을 줄 아니?
女 : 네??
주안에 '화륭' 이라는 막창집이 있습니다.
80년대 대포집처럼 꾸며놓은 곳인데, 통기타가 가게에 있고
예전엔 가끔 사장님이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기타를 칠 줄 아는 손님들이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꿍꿍이를 가지고 호프집에서 나와 막창집으로 향합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가게 안을 들어서자 낯익은 얼굴이 저를 반깁니다.
?? : 야!! 너 되게 오랫만이다!!!
나 : 헤헤~ 누나 안녕하세요ㅋ
가게 사장님의 여동생.
이모나 아줌마라고 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라 누나라고 부르는 부사장님입니다ㅋ
예전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을 때 통기타가 있는걸 보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조용조용 불렀었는데,
가게 사람들과 손님들 반응이 너무 좋아 즉석에서 어설픈 콘서트가 벌어졌고,
그 뒤로 누나는 제가 가게만 가면 기타를 쳐 달라곤 하십니다.ㅋ
가게 누나 : 굉장히 오랫만에 왔네? 뭐하고 지냈어?
나 : 그냥 일 때문에 너무 바빴어요. ㅠ
가게 누나와 너무도 반갑게 안부 인사를 주고받자 ㅊㅈ가 두리번거리다 묻습니다.
女 : 오빠. 여기 자주 오시나봐요? (소곤소곤)
나 : 예전엔 자주 왔는데 요즘엔 바빠서 잘 못 왔어.
그렇게 말하고 있는 사이 누나가 기본 반찬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참이슬 후레쉬와 콜라를 챙겨주십니다.
가게 누나 : 막창 세 개 맞지?ㅋ
나 : 물론이죠!!ㅋ
가게 누나 : 근데 이분은 여자친구? 되게 이쁘다~
가게 누나의 갑작스러운 멘트에 ㅊㅈ와 저는 동시에 대답했습니다.
女 : 잘 어울려요?ㅎ
나 : 아니에요 여자친구는 무슨..;;;;;ㅋ
..........
잠시 동안의 정적.....
아 난 왜 이렇게 등신 같은 짓만 골라하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
女 : 잘 어울려요?ㅎ
나 : 아니에요 여자친구는 무슨..;;;;;ㅋ
........
1초가 10년 같은 정적이 흘렀습니다. ㅠㅠ
누나가 피식 하며 다시 일하러 가십니다. 뭔가 큰 사고를 친 것 같아요.
난 왜 이리 센스가 부족한 걸까요.
나 : 음... 아... 어... 음... ;;;;;;;;
女 : 미안해요 오빠ㅋ 제가 장난쳐서.
나 : 아니... 그게 아니라. 난 네가 그냥 기분 나빠할까봐서...ㅠ
女 : 뭐가 기분나빠요ㅋ 오빠 귀엽다ㅋㅋㅋㅋ
나 : 하하하;;; 귀엽긴... (귀가 없겠지...)
그렇게 대충 잘 수습하고 있으니 막창이 나옵니다.
불판위에 막창이 치이이익 소리를 내며 기똥차게 익어갑니다. (ㅋ ㅑ~~~)
막창을 이리저리 구우며 ㅊㅈ에게 묻습니다.
나 : 막창 먹어봤어?
女 : 아니요. 곱창만 먹어봤어요~ 곱창은 짱 좋아해요^^
나 : 막창 한번 맛들이면 곱창 같은 건 눈에도 안 들어올 걸ㅋ (못 먹는 게 없구나-_-;;)
막창이 다 익고 ㅊㅈ가 한 점 들어 맛을 보자 마음에 들었는지
맛있다며 계속 집어먹기 시작합니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ㄷㄷㄷ;;)
막창이 줄어갈수록 한잔 두잔 술잔도 비어갑니다.
ㅊㅈ가 문득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더니 말합니다.
女 : 어? 여기 기타도 있어요. 오빠 기타칠 줄 알아요?
나 : 응. 조금... (칠줄 알지 당빠. 그래서 널 여기로 데려왔거든ㅋㅋㅋ)
가게 누나 : 기타도 기타지만 노래는 또 얼마나 잘하는데ㅋ
!!!!!!
뒤에서 누나가 기타를 가져다주며 말합니다. (아, 누나 타이밍 사랑해요ㅠ)
女 : 우와~ 오빠 노래 완전 잘하나보다!!
나 : ;;;;;;;; 아니 뭐 그 정도는 아니고;;;;;;; (노래만 좀 해 노래만. 그게 내 유일한 필살기야ㅠ)
그렇게 제 손에 기타가 쥐어졌고,
가게에 두 테이블 정도 있던 다른 손님들도 익숙한 듯 같이 호응을 해주기 시작합니다.
ㅊㅈ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무언가 기대를 잔뜩 품고 나를 바라봅니다.
나 : 좋아하는 노래 있어?
11*************************************
나 : 좋아하는 노래 있어?
女 : 음... 갑자기 물어보니까 생각이 안 나는데요^^;;;
속으로 외칩니다.
제발 아는 노래, 아는 노래.
ㅊㅈ가 무슨 무슨 노래 좋아해요 했는데 내가 모르면 무척 민망한 상황이니까요ㅠ
女 : 음... 김동율 노래였는데.
나 : 취중진담?!!!! (브라보!!!!!!!!!1 90% 확신)
女 : 네, 맞아요. 그거 그거!!
속으로 만세를 외쳤죠.
대한민국 대 다수의 여성이 고해와 함께 남자에게 듣고싶다는 그 노래ㅠ
하지만 노래방에서 열나게 불러봐야 앵간히 잘 부르지 않는 이상 이뭐병 취급을 받는다는 그 노래ㅠ
평소에 연습해둔 보람이 있었습니다.
나 : 좀 못 불러도 이해해줘.
전주로 반복코드를 치기 시작합니다.
가게 사람도, 손님도, ㅊㅈ도 저에게 집중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제 시간인겁니다ㅠ
나 : 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 ♬ 실수인지도 몰라... 아침이면... 까마득히... 기억이 안나...
불안해할지도 몰라...♬
노래가 시작되고 살짝 ㅊㅈ를 보니 천천히 박자 박수를 치며 알 수 없는 미소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솔로남 너 이자식. 조금만 힘내자ㅠ)
평소엔 잘만 부르던 노래도 ㅊㅈ앞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떨리더군요. (밴드해서 무대 경험도 있는 놈이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이 박수를 쳐줍니다.
女 : 우와~ 오빠 노래 되게 잘해요!!!!! 완전 멋있어!!!
나 : 하하;;;; 고마워
하지만 끝이 아니라죠...
손님들과 가게 사람들이 앵콜을 외치기 시작했고,
전 ㅊㅈ의 눈치를 살핍니다.
女 : 더 불러줘요 더!! 나도 앵콜!!앵콜!!
나 : 하하;;;;;
머슥하게 내려놓았던 기타를 다시 잡습니다.
아마 그 때 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 중에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12*************************************
그렇게 몇 곡의 노래가 끝나고.
많은 박수를 받으며 저만의 무대가 끝이 났습니다. (초반에는 긴장됐지만 점점 제가 막 신나서 놀음)
女 : 오빠 정말 멋있었어요.ㅋ 안 힘드세요?
나 : 괜찮아ㅋ 잘 들었다니 다행이다ㅎ (담배를 끊어야겠어. 숨이 차서 죽을 것 같거든ㅠ)
女 : 다음에도 또 들려주세요.
나 : 물론이지. (평생 들려주고 싶다 아주)
女 : 약속했어요!!!
그렇게 대화를 조금 더 나누고 술잔을 더 기울이다가.
막창집도 대충 정리를 하고 나왔습니다.
그나저나 ㅊㅈ가 주량을 많이 넘어섰나봅니다.
두 칸 정도 되는 계단일 뿐인데 내려오며 ㅊㅈ가 휘청 하더군요.
서둘러 팔을 붙잡아주며 물었습니다.
나 : 괜찮아?
女 : 응 오빠. 고마워요. 나 많이 취했나봐^^;;;
나 : 어째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 보이더라. 집에 가자 데려다줄게.
그렇게 말하고 택시들 서는 곳까지 부축 아닌 부축을 해주며 (터치가 거의 없는 매너 부축ㅠ)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대화가 끊겨 어색하더군요.
제가 말을 이었습니다.
나 : 오늘 참 오랫만에 재밌었던 것 같아. 하하;;;
女 : ........
나 : ........ (이 쒸ㅠ 뻘줌하게ㅠ)
그렇게 말이 먹히고 무안하게 있는데...
女 : 오빠......
나 : 응??
女 : 우리 술 한 잔만 더 해요.
13*************************************
女 : 우리 술 한잔만 더 해요.
나 : 너 오늘 너무 많이 마셨어. 오늘은 그만 들어가자.
女 : 에이~ 나 하나도 안취했어요.
갑자기 부축을 뿌리치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다
얼마 못가서 휘청 (나는 너 넘어지는 줄 알았다-_-)
나 : 넘어져서 무릎 깨지면 나중에 다리 흉해져.
女 : 흉해져서 싫어요?ㅋㅋㅋ
나 : -_-;;;;; (이 아가씨가 술꼬장을)
女 : 우리 술 한 잔만 더해요. 응? 한잔마~안ㅠ
나 : 시간도 많이 늦었고. 너 더 취하면 감당이 안될 것 같......ㅇ....
슈렉들 보셨나요-_-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연기하던 그 장화신은 고양이 눈빛
저 그거 실사판으로 그날 봤습니다-_-;;
나 : 눈빛공격 하지마. 안돼.
女 : 쳇. 나쁘다...
그렇게 툴툴대며 있는 ㅊㅈ를 보니 그냥 보내기도 뭐하더군요.
그치만 너무 걱정되고 어떻게 보면 첫 데이트 일지도 모르는데 뭔가 안 좋은 기억이 생길까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내가 ㅊㅈ에게 혹은 ㅊㅈ가 나에게)
나 : 그럼 딱 한잔만 더 하는 거다.
女 : 넵!!!!!!!
전 정말 딱 한잔만 더 하기 위해
Bar 를 데려갔습니다.
수목어 라는 가게인데 일반 모던바처럼 남자들만 드글드글 한 곳이 아닌
연인들이나 여자끼리도 많이 오는 3층 건물이 전부 바와 정원 같은 걸로 꾸며진 곳입니다.
인천 사시는 분들은 한번 가보세요^^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요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