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하하하. 재밌는 애칭이네.
女 : 오빠 술 잘해요?
나 : 응. 엄청 좋아하는데
女 : 그래보였어요ㅋ
나 : 다들 그렇다고 얘기하더라ㅋ(수염 덮수룩...)
넌 술 좋아해?
女 : 그냥 분위기만 좋아해요. 술은 잘 못하고.
나 : 주량이 얼마나 되는데?
女 : 음... 한 병 좀 못마셔요.
나 : 보통이구나ㅋ (한 병 마시러 가자, 우리)
그렇게 밥을 다 먹고 조금씩 정리를 하고 나왔어요.
나와서 담배를 하나 입에 무니 ㅊㅈ가 만원짜리 한 장을 슥 건네 주더군요. (뭐지 이거..;;;)
나 : 응? 이게 뭐야?
女 : 우리 오늘 초면이잖아요ㅎ 염치없이 어떻게 얻어먹어요. ㅎ 더치페이!!
나 : (이쁜 것ㅋㅋㅋ) 이정도야 내가 사줄 수는 있어. 그냥 차라리 차 한 잔을 네가 사는 게 어때? (나름의 흐름 유지를 위한 발악)
女 : 아 오빠 미안요. 오늘은 부모님과 할 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나 : 그...그래...;; (내가 실수했니... 남자친구 괜히 물어본건가...)
그렇게 뭔가 거절의 뉘앙스를 느끼고 시무룩해져 있는데.
女 : 오빠 연락처 물어봐도 되요?
나 : 응 물론이지. (환영한단다.)
연락처를 불러주며 제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낸 순간. 아차....
女 : 아하하하하. 오빠 뭐에요 핸드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외모완 어울리지 않게 키티 좋아합니다. 그래서 폰도 키티로 꾸민 키티폰이었습니다....
나 : 아... 내가 키티를 많이 좋아해서... (아 쪽팔려....;;)
女 : 오빠 은근 귀여운 면 있네요ㅋㅋㅋ 자 여기.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헤어지는 순간.
女 : 다음엔 차 말고 술 한잔 같이 해요^^
꾸질한 솔로남에게도 봄날은 찾아왔나봅니다.
7*************************************
헤어진 후에 전 교보를 들렀습니다.
문자 몇 통을 안부식으로 주고받았죠.
그리고 나서 12시 가까이 시간이 되어가고
내일의 야근인생을 위해 잘 준비를 하였죠 (야근야근 열매 능력잡니다ㅠ 대한민국 scv 들 화이팅이요ㅠ)
그리고 누웠는데 '부르르르르르'
문자가 왔더군요.
누구야 이시간에. 하면서 전화를 보니.
女 : 오빠 자요?
하하핫. 왠지 문자가 몇통 오간 게 없어서 뭔가 섭섭해 했는데 기분이 좋더군요.
나 : 아니요. 안자ㅎㅎ (그럼요. 자다가도 일어날걸요)
女 : 다행이에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보내놓고 걱정했는데.
나 : 넌 아직 안자? 안자고 뭐해?
女 : 휴학하고 나서 좀 늦게 자요. ㅠ
나 : 일찍 일찍 자야지. 그래야 새나라의...
女 : ㅎㅎ뭐에요. 근데 오빠 내일도 쉬어요?
나 : 아니. 내일은 출근하지.
女 : 음. 그럼 밤에는 못나가겠다...
나 : 그렇지ㅠ 평일엔 술도 안마셔ㅠ 6시에 일어나서 출근준비 해야 하거든ㅠ
女 : ㅠㅠ힘들겠네요. 벌써 12신데 얼른 주무셔야 할듯.
나 : 어차피 회사란 무한 퀘스트의 반복. (개드립 작렬)
女 : 네??ㅋㅋㅋ 뭐에요? 그게ㅋㅋㅋ 재밌다.
나 : 퀘스트를 성공해도 보상은 없어. ㅠㅠ
대신 한 달에 한 번씩 골드가 생기지
女 : 아 오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골드를 많이 모으면 탈 것이 생기기도 해,
女 : 아 완전 웃겨. ㅋㅋㅋㅋ
나 : ㅋㅋㅋ 언젠가 너도 알게 될거야. 고급 NPC에게 까이는 설움을ㅠ (이 아이. 개그 코드가 나와 비슷하다...ㄷㄷㄷ)
女 : 불쌍하다ㅠ 힘내요.
나 : 응. 고마워ㅋ 근데 언제 자니?
女 : 음........ 이제 곧 자야죠^^
나 : ㅎㅎ잘 자고 좋은 꿈 꿔.
女 : 네, 고마워요. ㅎㅎ
이렇게 문자를 마무리 하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을 자려고 폼을 잡습니다.
그 순간 -부르르르르르-
- 내일 디자이너 방문 온단다. 조금 일찍 출근해서 준비하고 있어. -
아놔....ㅡ_ㅡ
ㅊㅈ 줄 알았네
8*************************************
그렇게 회사에 사수의 문자를 받고 나서.
아 내일 출근하면 좀 피곤하겠구나 하고 다시 자리에 누웠는데
또 '부르르르르'
아 뭐야 진짜-_- 하면서 문자를 봤는데
女 : 오빠 혹시 주말에 바빠요?
아 이런 아름다운 문자가ㅠ
디자이너 방문예약으로 짜증이 나있던 심신이 녹아내리는 기분이군요.
문자에서 후광이 납니다.
나 : 아니 아직 약속 없는데 (약속이 있어도 깨버릴 기세)
女 : 아. 그럼 안바쁘시면 주말에 술 한 잔 하실래요?
나 : 응. 뭐 상관 없는데. (어익후 이런. 땡큐베리 감사)
女 : 토요일도 일해요, 혹시?
나 : 가끔 일할 때 있는데 보통은 쉬어ㅋ
女 : 그럼 금요일 저녁에 뵐까요?
나 : 응. 그래ㅎㅎ (토요일도 좋다. 일요일은 안좋다ㅠ 얼싸쿠나~)
그렇게 간소하게 문자를 주고 받고.
금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렸죠.
12시 넘었으니 목요일이다. 으하하하하
디자이너 방문건도 마냥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이렇게도 한번 해주시구요 저렇게 저렇게도 한번 해주세요 라는
디자이너의 이것저것 요구도 클래식 처럼 들려오는 하루랄까요ㅋㅋㅋㅋ
그리고 금요일 당일.
女 : 9시에 구월동 밀러 앞에서 봐요
나 : 응. 그때 보자.
혹시라도 약속이 펑크날까 노심초사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받은 확인 문자는 참 달콤하기 짝이 없더군요.
이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수가 다가와서 한마디 던지고 갑니다.
사수 형 : 야. 너 내일 출근하냐?
나 : 왜요? (ㅡㅡ 나의 앞길을 해 하려는 악의 무리냐)
사수 형 : 거래처에서 요청한 패턴 다 화요일까지 보낼 수 있겠어? 토요일 나와야 할 것 같은데?ㅋㅋㅋㅋ
나 : 안 나와-_- 못 나와요-_- 절대. 네버 (훠이훠이)
사수 형 : ㅋㅋㅋㅋㅋㅋㅋ잘 만나고 와. 엄한 짓 하지 말고
나 : 알겠어요 형ㅋㅋㅋㅋ
휴게실에서 담배피우며 뻑 하면 여자 얘기 나누는 친한 형이라 ㅊㅈ 얘기도 했었죠.
아무튼 그렇게 응원(?)의 말도 받으며 퇴근시간이 되기만을 카운트처럼 기다립니다.
이날만큼은 야그너의 야근도 칼퇴를 막을 순 없었습니다.
그리고 만나기 전에 미용실에서 머리도 좀 정리 하고,
이래저래 두근거리며 있다 보니 약속시간이 순식간에 다가오더군요.
예전에 해석남녀(맞나요? 남희석이랑 이휘재가 진행하던)에서 약속시간에 10분정도 늦으면 기대심을 증폭시켜 주며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일단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같고 정확히 10분 일찍 8시 50분에 약속시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담배 한대에 불붙이고 반 정도 피우자 멀리서 ㅊㅈ의 자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시람 많은 구월동에서 한눈에 띄는 후광 나는 ㅊㅈ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ㅠ
女 : 오빠 벌써 나와 있었네요? 많이 기다렸어요?
나 : 아니야ㅋ 나도 방금 왔어 (1시간도 기다릴 수 있단다)
저녁은 먹었어?
女 : 아까 먹었죠.ㅎ 오빤 안 먹었어요?
나 : 응 나도 먹었어. (안먹었어. 배부르면 배 나와 보일까봐)
그렇게 술집으로 자리를 이동하는데 아뿔싸.
구월동의 주말은 잔인하기 짝이 없었었지요.
-죄송합니다 손님. 자리가 없네요.-
아니 이자식들 술만 마시러 다니나ㅠ
그렇게 3군데를 돌아다녔지만 돌아오는 건 자리 없다는 소리 뿐.
난감해 하고 있는 저에게 ㅊㅈ가 한마디 하더군요.
女 : 후아... 주말엔 정말 사람 많구나. 오빠 우리 주안 갈래요?
나 : 주안? 그럴까?
그렇게 택시를 잡아타고 주안으로 이동하기로 했지요.
택시 안
나 : 술 마시러 자주 다니나봐?ㅋㅋㅋ
女 : 아니에요ㅋㅋㅋ 그냥 친구들이랑 다니는 데가 다 거기서 거기라서.
나 : 주안이라... 오랫만에 가네.
주안은 역시 구월동보다 한적했습니다.
눈에 띄는 호프집으로 들어가서 안주를 시켰지요.
그리고 한잔 두잔 술이 들어가며 이런저런 얘길 나누던 중.
女 : 오빠.
나 : 응?????
女 : 영화관에서 제가 앉았던 자리에 늘 여자친구가 앉았다고 했죠?
나 : 응?? 아.. 맞아.
女 : 제 남자친구도 오빠 자리에 항상 앉았어요.
콰과광!!
호프집 천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군요.
남자친구라니... 남자친구라니...
아 놔 이런...
그러면 그렇지
내 인생 뭐ㅠ
나 : (애서 감정을 추스리며...) 남자친구가 있었구나...
女 : ..............
나 : ..............
근데 주말에 남자친구 안 만나?
女 : 남자친구가... 맞나... 잘 모르겠네요.
나 : 응? 그게 무슨 소리야.
女 : 갑자기 연락 끊긴지 반년이 넘어가요. 소식도 없고. 헤어지잔 말도 못들었으니 헤어진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나 : 아... 그랬구나... 뭐하는 사람인데? (이런 썩을 놈이 이런 ㅊㅈ를 ㅡㅡ)
女 : 군인이에요.
나 : 아 군...이...ㄴ..... (이 자식이 점점 미워지기 시작하다 고마워짐)
근데 왜 갑자기 연락이 끊겼는지 감이 안 잡혀? 이유도 모르고?
女 : ................
세상은 참 불공평 합니다.
이런 썩을 군바리 자식이ㅠ
누군 생기고 누군 뭘 해도 안생기고.
(한반도 전역에 폭설이 끊이질 않게 하소서ㅠ 그 자식 부대에 사단장과 군단장과 참모총장이 주 단위로 번갈아 가면서 방문하게 하소서ㅠ)
아무튼 분위기상 더 묻지는 못하겠고 화제를 돌리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눴습니다.
그러다 보니 ㅊㅈ의 주량도 어느 정도 넘어간 것 같아 보였죠.
화장실을 갔다 오겠다던 걸음이 조금 휘청휘청.
그리고 갑자기 화장실을 갔다 와서 맞은편이 아닌 제 옆에 앉더군요.
일단 당황;;;;
나 : 응?????;;;;; 네 자리는 저쪽.....;;;; (정말 많이 취했나;;;)
女 : 오빠 향수 뭐 써요?
원래 저는 폴스미스 익스트림을 씁니다. (꼼꼼히 뿌리지 못해서 오드 사서 막 뿌림)
근데 들은 얘기로 ㅊㅈ 들이 페라리 블랙 향을 좋아한다고 해서
취향이 아니라도 뿌리고 나왔었죠. (ㅊ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 : 응??;; 지금은 페라리 블랙.
女 : 역시ㅋ...............
나 : 응??? 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