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륵에서 퍼온 글입니다.
좀 길지만 읽으면 담배한대 생각나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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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영화관에 만난 영화 같은 그녀, 그리고 ‘만약에’...
제가 H열 5번 자리 위치를 좋아하는데
(출입도 용이하고 팔걸이 2개 쓸 수 있고 이래저래 편함)
오래전 평일에 영화나 볼까 해서 예매를 하려고 보니
6번 빼고 5번만 누군가가 예매를 해두었더군요.
G열 5번도 있고 I열 5번도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H열 6번을 예매하고 영화를 보러 갔죠.
인천 CGV가 지하가 홈플러스인데
프링글스 양파맛이랑 음료 하나를 샀습니다.
팝콘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프링글스 통이 컵받이에 들어가는 편안한 사이즈라
영화보러 갈때 꼭 프링글스를 삽니다.
그렇게 주섬주섬 챙겨서
영화관에 들어가니 5번에 ㅊㅈ분 혼자 앉아있었더군요.
평일이라 굉장히 한산하더라구요.
사람도 군데군데 별로 없고, 옆에 앉으면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싶을정도로,
아무튼 자리쪽으로 가니 여자분이 절 한번 쳐다보고
지나가라고 다리를 비켜주더군요.
옆자리에 앉아서
음료와 프링글스와 가방을 품에 안고 어리버리하게 있으니
여자분이 말씀하시더군요.
女 : 제 쪽 컵받이에 하나 놓으셔도 되요,
뭐 그게 인연이 되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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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 제 쪽 컵받이에 하나 놓으셔도 되요.
나 : 아.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ㅊㅈ 분의 호의로 가방은 내려놓고,
프링글스를 ㅊㅈ분 쪽에, 음료를 제 쪽에 두었습니다.
나 : 프링글스 좋아하세요?
女 : 아니요. 짠걸 잘 안좋아해서^^;;;
나 : 아. 네...;;; (시무룩)
잠시 침묵이 흐르고...
女 : 항상 이 쪽 자리 앉으시죠?
나 : 네?? (어떻게 알았지;;)
女 : 가끔 예매하려고 보면 항상 제가 앉은 자리에 예매가 돼있더라구요. 그것도 혼자.
그래서 그쪽분 아닌가 싶어서요.
나 : 저 맞는 것 같네요..;; (뜨끔!! 여자 친구가 없으니 항상 혼자일 수밖에...)
뭔가 되게 민망한데요. 하하;;;;
다시 침묵...
女 : 영화 좋아하시나봐요? 혼자도 잘 보러 다니시고.
나 : 막상 보고싶은 영화 생기면 같이 볼 사람이 없더라구요. (안생깁니다. 안생겨요)
女 : 여자친구 없으신가요?;;;
나 : 헤어진지 꽤 오래 됐어요.
그러고 보니 그쪽 앉아있는 자리가 항상 여자친구를 앉혀두던 자리였었죠.
女 : 아. 그러셨구나.
아무튼 그렇게 영화 시작되기 전 뜨문뜨문 대화와 침묵이 오가다가 영화가 시작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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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영화가 시작되고 영화 보는 동안에는 별 다른 대화는 없었습니다.
오로지 영화에 집중.
은 개뿔-_- 신경쓰여서 프링글스가 코로 들어가는지
영화가 음료를 마시는지 뭐 아무튼 잡생각만 들더군요.
(말 걸어볼까, 옆에서 보니 이쁘네, 담배 피우고 싶네, 아 오줌마려 기타 등등)
그렇게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가.
영화가 끝나버렸어요.
그리고 스텝롤이 올라가고 몇 안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상영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스탭롤을 보는건 영화를 잘 봤습니다. 라는 예의 표시라는)
아무튼 ㅊㅈ분도 일어나지 않고 스탭롤을 같이 지켜보고 있더군요.
(혹시... 말 걸어주길 기대하는건가...)
라는 미친 착각과 함께 용기 내어 말을 걸었습니다.
나 : 재밌네요, 영화. 생각보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 쭈뼛거리며 말했던 것 같음. 등신 같기 짝이 없..;;)
女 : 네. 그런것 같네요^^
나 : 저.......................
女 : ??????????????
나 : 커피...... 좋아하세요?
女 : 아니요. 그렇게 썩 좋아하진 않아요^^;;;;;;
나 : 아...네......;;;;; (내 인생 뭐 그렇지 뭐....)
女 : 배고프시지 않아요? 난 배고픈데^^
뭔가 빵 하고 머릿속에서 터져버린 기분이랄까.
할렐루야~ 할렐루야~ 라는 합창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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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ㅊㅈ 의 기적 같은 호의로
같이 밥을 먹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P.J. 호건 감독님 사랑합니다ㅠ)
나 : 뭐 좋아해요?
女 : 아무거나 다 잘먹어요. 돼지라서ㅋㅋㅋ
나 : 뭐 딱히 지금 드시고 싶은 거 있어요? (그대가 돼지면 내 주변 여자사람 친구들은 뭐란말임;;;;)
女 : 순두부 좋아해요?
나 : 엄청 좋죠. 구월동에 순두부 잘 하는데 있는데. (24시간이라 술 먹고 막바지로 들리는)
女 : 북창동 순두부!!!!!
나 : 어? 아시네요. 거기 자주 가세요?
女 : 예전엔 완전 자주 갔었어요. 친구들이랑 매운 거 좋아해서.,
나 : 아 저도 항상 술 먹고 막 차로 들렀죠. (그대도 술 먹고 들리시나요? 혹시;;;;)
근데 제가 차가 없는데... 택시 탈까요? (구월동 CGV에서 로데오까지 약 1키로 좀 넘는 정도 되는 거리)
女 : 무슨, 그 거리를 택시를 타요. ㅋㅋ 걸어가지.
나 : 하하;; 혹시나 해서요.
女 : 근데 나이랑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나 : 전 27 이고, 여XX 이에요
女 : 아. 저보다 오빠시네요. 전 22 고 김XX 에요.
나 : 어리셨구나 하하;;;
女 : 늙어 보여요, 제가? ㅋㅋㅋ
나 : 아니 그런게 아니라요.;;
女 : 농담이에요. ㅎ. 말 편히 하세요. 저보다 오빤데. ㅋ
나 : 그...그럴까... (오빠라는 단어엔 뭔가 심장이 쪼물거리는 기분이 있지요.)
그렇게 등신 같은 마인드와 멘트로 순두부집까지 잘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시키고 숟가락을 놔주었습니다.
女 : 여자친구분이랑 헤어진 지 얼마나 되셨어요?
나 : 햇수로 2년 됬어. ㅎ. 넌?
女 : 네??
나 : 남자친구 있냐고.
女 : 음..........
쓰다 보니 담배가 다 떨어졌네요.
겸사겸사 커피도 좀 사러 금방 갔다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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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남자친구 있냐고,
女 : 음...........
나 : ...........
갑자기 ㅊㅈ분이 뜸을 들이더군요. 대단히 짧은 순간이었는데 역시 오만가지 상상력이 발동되었습니다.
(설마 남자친구가 있는건가? 난 그저 밥 셔틀일 뿐인가. 바람둥이? 왜 따라왔지?
그저 순두부가 먹고 싶었나. 아 뭐지. 오줌마려. 담배피고 싶네. 등등...)
女 : 맞다! 오빠 이 카메라 뭐에요? 되게 신기하게 생겼다.
ㅊㅈ 분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제 카메라를 잡고 말을 하더군요.
나 : 아 그거. 자이즈 이콘에서 오래전에 나왔던 자이즈 이콘타 라고, 6x9 포멧 중형 RF에 렌즈가 텟서...............
女 : ...................
나 : ...................(아... 이런 등신...;;;;;;;;;;;;;;;;)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흘렀어요.
女 : 오빠...
나 : 으...응???;;;;;
女 : 사진 찍는 거 좋아해요?
나 : 음... 좋아하지, 많이.
女 : 우와. 오빠 사진 잘 찍겠다!!
나 : 하하;;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그럭저럭. (근데 너님 남자친구 있냐고;;;;)
女 : 저도 사진 배우고 싶은데. 나중에 저도 사진 찍는 거 알려줘요.
나 : 물론이지. 언제든 가르쳐 줄게. ㅎㅎㅎ (그러니까 남자친구 있는지 가르쳐줘)
女 : 전 카메라 집에 하나 사놓고 잘 안 찍고 있어요. ㅠ
나 : 뭐 쓰는데? (일단 남자친구.........;;;)
女 : d400 이었나....;;;
나 : 400d 겠지. ㅋ. 캐논 꺼 맞지?
女 : 맞아요. ㅎㅎ. 오빠 카메라 잘 아나보다
나 : 그냥 뭐. ㅎ
그렇게 남자친구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했고.
밥이 나와 버렸습니다....
끊는 거 아니에요. ㅠ 바로 또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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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 와. 맛있겠다.
나 : 많이 먹어. ^^ (남자친구 있냐고 묻는 내 질문까지 먹진 말고)
女 : 근데 오빠 백수에요?
나 : 쿨럭... (물 마시다가 뿜었...)
아니 백수는 아니고 휴가 냈어...
女 : 아. 그렇구나. ㅋ. 평일에 영화 보시길래요.
나 : 은행업무 좀 보고 겸사겸사. ㅋ
아, 넌 학생이야?
女 : 네. 근데 휴학 중이에요. ㅎ
나 : 휴학? 왜?
女 : 그냥ㅎ 사정이 좀 있었어요. ㅎ
나 : 아... 그렇구나. 불편하면 안 물어볼게.
女 : ^^;;;
그나저나 뭔가 많은 사정이 있어보였는데
쉽게 물어보진 못하겠더군요.
그냥 이런 저런 대화 하면서 밥을 먹다보니. 제가 밥을 빨리 먹는 스타일이라
제가 밥 한 공기를 다 비우니 ㅊㅈ는 반도 넘게 남았더군요.
女 : 어? 벌써 다 드셨어요?
나 : 응, ㅋ. 내가 좀 빨리 먹는 편이라서.
女 : 급하게 드시면 체해요. 제 것 좀 더 드실래요?
잠깐 생각을 좀 하다가 거절하면 ㅊㅈ가 기분 나빠 할 것 같아서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나 : 응. 고마워ㅋ
ㅊㅈ가 밥을 덜어주며 묻더군요.
女 : 오빠 근데 무슨 일 하는지 물어봐도 되요?
나 : 박스 주워. 빈병 모으고.
女 : 네?
하하하하. 그게 뭐에요. ㅋ
나 : ㅋㅋㅋ 그냥 회사 다녀. 월급쟁이
女 : 카메라가 특이해서 사진 찍는 분인 줄 알았어요.
나 : 예전엔 일로 했고 지금은 그냥 회사. 카메라는 항상 들고 다녀. 언제나.
女 : 나도 그래야 하는데ㅠ 우리 땡땡이는 집에서 놀고 있음요. ㅠ
나 : 땡땡이?
女 : ㅇㅇ 땡땡이 400 이잖아요.
나 :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