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입회원이라 다들 모르시겠지만, 은근슬쩍 아무도 모르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탁구공이란 닉네임쓰다가 호기심에 바꿔서 구오가 되어버렸어요. 흙흙.
사실 얼마 전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답니다!
여자친구 졸업식날, 여자친구가 아파서 여자친구 집에 하루 종일 있다가 먹을 것 사러 잠시 나간 사이에 술 취한 다섯명이랑 시비가 붙어 다짜고짜 얻어터져서 병원에 입원했었습니다. 입 위가 조금 찢어져 다섯바늘 꼬매고, 갈비뼈에 금이 가서 전치 6주가 나왔습니다. 사실 아픈 건 괜찮은데, 여자친구가 무작정 달려드는 술취한 사람들 말리려다가 넘어지고 엎어지고, 거의 울다시피 하고, 그것 때문에 화가 나서 잠도 안 오더라구요. 그래서 철저하게 응징하려고 했으나, 가해자들이 술 깨고 제 정신이 돌아와서 수시로 찾아와서 사과하고, 제가 여자친구한테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해서 여자친구에게도 여러번 사과하고해서 용서해주기로 했습니다.
파출소랑 경찰소에서도 걔네들이 지네들도 피해자다. 우리도 다쳤다. cctv보자. 이런 식으로 진상 놔서 여자친구랑 제가 빡이 돌아서 화 절대 안풀려고 했는데, 하두 찾아오고 여자친구도 그만 좋게 끝내자고 해서 좋게 끝냈습니다. 원래 합의금이라도 왕창 뜯어내려고 세게 불렀는데, 가해자 아버지가 자존심 다 놓고 부탁 하는 모습보고 또 찡해져 버려서 얼마 정도 깍아줬습니다. 합의금은 제가 50만원만 챙기고, 아버지 다 드리고요.
그래서 이 돈으로 뭘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자친구가 아직도 무리 진 사람들만 보면 깜짝 깜짝 놀래고, 밤 길도 혼자 잘 못 걸어서 기분도 풀어줄 겸, 200일 선물도 못해줘서요. 뭘 사줄까하다가 어제 종로에 가서 치마 하나랑 티셔츠 하나를 사줬습니다. 원래 더 많이 사주려고 했는데 여자친구가 안 산다고 하더라구요. 저 보고 아껴서 쓰라고. 그래도 뭔가 아쉬워 곰곰이 생각하다 결정했습니다.
키보드를 선물하기로!!!!
저는 국문과이고, 여자친구는 문창과입니다. 둘 다 키보드랑 뗄레야 뗄 수 없는 학과죠. 게다가 여자친구는 지금 조그만 회사에서 카피라이터 일을 하고 있어서 키보드를 많이 씁니다. 저만 기계식 키보드를 가지고 있어서 미안했는데, 이 기회에 키보드를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선물이니까, 기성품 말고 뭔가 좋은 걸 사주고 싶어서, 커스텀이나 커스텀 키캡들을 선물하려고 합니다. 일단 소와레 키캡과 돌레 키캡을 무한 장터링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옆동에서 더치트를 내놓으셨길래 물었는데, 구입할 수는 있을까 모르겠네요. 더치트를 조립하면 예산을 훨씬 넘어서는데 걱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중고로 나프춉 흑축을 구입해서..... 자금 부족하면 팔아버리려구요 ㅋㅋㅋ.......
아무튼 오늘부터 소와레와 돌레 무한장터링합니다!!!
무한 장터링 하면서 소설을 쓰다가, 글 올려봅니다. 혹시 남는 키캡 있으시면 장터에 내놓아해주세요 ㅠㅠㅠㅠ
아무튼 국문과 답게 요 최근에 읽었던 시 중에 좋았던 시 한구절 올려봅니다. 병원에서 읽다가 눈물이 찡하고 나와버렸어요.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유희경
1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이 안은 비좁고 나는 당신을 모른다
식탁 위에 고지서가 몇 장 놓여 있다
어머니는 자신의 뒷모습을 설거지하고
벽 한쪽에는 내가 장식되어 있다
플라타너스 잎맥이 쪼그라드는 아침
나는 나로부터 날카롭다 서너 토막 나는
이런 것을 너덜거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2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면도를 하다가 그제 벤 자리를 또 베였고
아무리 닦아도 몸에선 털이 자란다
타일은 오래되면 사람의 색을 닮는구나
베란다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삼촌은
두꺼운 국어사전을 닮았다
얇은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
뒷문이 지워졌다 당신, 찾아올 곳이 없다
3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간밤 당신 꿈을 꾼 덕분에
가슴 바깥으로 비죽이 간판이 하나 걸린다
때 절은 마룻바닥에선 목이 녹슨 머리를 박는 소리
당신을 한 벌의 수저와 묻는다
내가 토닥토닥 두들기는, 춥지 않은 무덤
먼지의 뒤꿈치들, 사각거린다
그래도 잘 해결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갑자기 소와레 한셋을 분양해 드리고 싶은 맘이 잠시 드는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