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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board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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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8-13 23:22
조윤, 잃어버린 천국.
http://l.otd.kr/VDPFB3I5
 글쓴이 : wilhelm
조회 : 456  
저는 주로 클래식만 듣습니다만, 오래된 CD를 정리하다 보니 이런 음악이 있었네요. 한국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이라고 합니다. 저는 전영혁의 음악 세계를 듣다가 와, 이거 멋진데? 그러면서 이 CD를 수소문해서 어렵게 구했는데 4번 트랙 말고는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니 암튼 독특하긴 하네요. 음악 평론가 성시완씨의 시완레코드가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든 앨범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앨범 해설과 성시완씨의 평론.

조윤이 이끄는 솔로 프로젝트 륜(輪)의 한국 초유의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 발매!!

국내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으로 기록될 조윤의 데뷔작은 시완레코드가 세계 시장에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야심작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이국적인 세련된 연주와 효과음, 뛰어난 작품성 그리고 엔지니어링의 극치를 들려주는 본작은 한국 아트록의 가능성을 들려준다.

작곡가 조윤은 1962년 4월 8일 제주에서 출생하여 중학교 2학년때 처음 클래식 기타를 독학하면서 음악계에 입문했다. 1986년 일본 동경으로 건너가 한국 학생으로서는 최초로 TCA(Tokyo Communication Art School)에 입학, 3년동안 본격적인 작곡, 편곡 및 엔지니어링을 공부하였다. 1989년 귀국하여 CF전문 녹음 스튜디오에서 영화음악과 가수들의 편곡등을 담당하다가 23세때부터 구상하고 있었던 “MOBIUS STRIP”을 1년여에 걸친 스튜디오 녹음 작업끝에 12년만인 1996년에 결국 빛을 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체험한 괴리감-나는 內라고 생각했었는데 外였다는 것을 음악으로 구체화시켰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안과 밖의 혼란” 그리고 “모든 질서의 연속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본작은 6개의 테마로 구성된 토탈 컨셉트 앨범으로 음향을 중시하는 프로그레시브 록에 철학적인 가사내용을 접목시켰다. Pink Floyd, Ry Cooder 그리고 Klaus Schulze의 음악세계를 넘나드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사운드를 체험하시기를...



나는 조윤을 만나게 되면서 소로(H.D.Thoreau)가 말했던 "철학자가 되어라!"라는 문구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그를 처음 보았을때 그는 전혀 뮤지션처럼 보이지 않았다. 산에서 막 내려온 도파의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왜소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의 매서운 눈에서는 광기가 흐르고 있었고, 바보처럼 지껄이는 일상의 이야기들 속에는 항상 철학적인 냄새가 스며 있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철학 책 한 권을 읽고 있는 느낌이다.
그가 나를 처음 찾아왔을 때가 1992년 가을쯤이었으니 꽤 오래전의 일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와의 교류는 있었다. FM DJ로 일하고 있을때, 담당 PD였던 김 정수씨가 Reel Tape 하나를 건네주었다. Modern Eve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그 테이프에는 Vangelis와 Klaus Schultze풍의 전자음악이 담겨져 있었다. 녹음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한국인이 이러한 연주를 하고 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발신인의 주소는 분명히 제주도였으며. 보낸 사람은 틀림없이 우리 한국인,한국의 무명 뮤지션이었다. "연락을 해야지!" "누군지 무척 궁금하다!"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지만, 마음 뿐이었고 결국 그 테이프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이후 그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몇년이 지난 후 제주 KBS-FM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를 찾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운명이었는지. 그 방송을 그의 여동생이 우연히 듣게 되었고(그 날은 조윤의 무남독녀 윤희가 태어난 날이기도 했다), 결국 1992년 화창한 가을날 그는 산신령처럼 내게 다가왔다. 그러나 안지홍씨를 비롯하여 여러 뮤지션들이 내게 약속하고 사라져 버렸던 것처럼 그 역시 그 이후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1995년 여름. 두 곡이 담긴 DemoTape쓸 들고 조윤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그 당시. 우리한국의 진지한 음악(Serious Music)을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Korean Series가 김병덕 선생의 두 작품들과 함께 이미 출범한 상태였고. Si-Wan Records 제작팀도 국내 아티스트들의 가능성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었던 터였다. 조윤‥‥! 그가 들려준 데모 테잎은 나에게 커다란 쇼크를주었다. 교회의 종소리로주터 시작되는, 무려 16분 50초에 달하는 첫 곡은 신비로운 전자음향과 번뜩이는 효과음 그리고 맑고 아름다운 기타연주와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Kraut Rock 스타일의 후반부와 함께 나의 양쪽귀를 사로 잡았다. 이 곡은 후에 서막(Prologue). Part Ⅰ 방랑야인(放浪野人), 그리고 Part Ⅱ 암영(暗影)으로 나뉘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 듣게 된 잃어버린 천국(天國)은 객원 여성 싱어 성 마리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천상의 보컬로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날밤 이후. 나는 우리 음악에 대한 가능성과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 한국 최초의 Progressive Rock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그동안 외국 음악만을 제작해왔던 나의 부끄러운 마음에 커다란 용기를 심어 주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음반 제작에 앞서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문제점은 여성 싱어가 곧 다른 회사와 전속계약을 맺는다는 것이었다. 더이상 그녀와 녹음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들었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경제적인 것이었다. 경제적인 문제는 지난 1년간 우리들을 집요하게 뇌롭혔다. 제작자인 나도 넉넉하지 못했고. 뮤지션인 그도 무척 가난했기 때문에 우리는 양재동에 위치해 있던 조그만 Studio를 잃게 되었다. 16년째 사회 생활을 해온 내가 그를 크게 도울 수 없었다는 것은 정말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물론, 고향을 떠나 여러번 이사를 해왔던 조윤 가족들의 고생은 도저히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그는 남의 사무실에 간이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새벽에만 녹음해야 했다. 요금 미납으로 그의 전화는 통화정지 상태까지 이르게 되었고. 그가 찾아오거나 연락을 해야지만 우리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던중 그가 한달간 연락을 취하지 않았을때, 나는 모든 것이 끝났구나라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가난했지만, 결코 비굴해 보이지 않았다. 낙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그는 항상 자신감에 넘쳐 흘렀고, 여유만만한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그의 이러한 성격때문에 본작이 비로서 완성될 수 있었으리라.
니체(NietBrhe)가 말한 것처림 우리들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우리들이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과 함께 우리 스스로파 지속적으로 변형되면서 불꽃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사라지기 직전까지 우리는 여러가지의 모습으로 우리들과 우리들 사이에 존재하는 혼란(Chaos)과 싸우며 살아간다. 조윤은 이러한 혼돈(Chaos)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안과 밖의 혼란'과 "모든 질서의 연속성'을 음악으로 옳긴 것이며, 자신이 체험한 괴리감-나는 內라고 생각했었는데 外였다는 것-을 음악으로 구체화 시켰다. 작품 구상은 그의 나이 23세때인 1984년에 이루어졌다. 그는 제주도에서 다운타운 DJ로 활동했던 춘천 출신의 키가 훤칠하고 잘 생긴 친구를 알고 있었는데, 그의 자살로 특이한 영적 체험을 하게 되었고. 결국 그의 죽음 앞에서 본작의 완성을 약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꿈을 져버린 친구의 죽음앞에서 '나는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이를 것이다"라고 외쳤는데, 바로 이 부분이 방랑야인(放浪野人)의 기타파트 부분에 등장한다; "하나, 둘, 둘이 남았다. 하나는 꿈 하나는 사람." "하나, 둘, 셋, 하나가 떠났다. 하나는 꿈, 하나는 영혼, 하나는 사람"… 끝부분에서 풀은 하나로 끝나 버린다.

힘내라아빠 [Lv: 786 / 명성: 746 / 전투력: 29815] 11-08-14 00:00
 
뭔가 어렵지만 귀한 글 감사합니다^^ ⓘ
빨간부엉이 [Lv: 296 / 명성: 656 / 전투력: 8041] 11-08-14 00:04
 
^^
이 음반 아마 15장 이상은 사서 나눠준 거 같습니다.
정작 저 자신은 알맹이가 어디로 도망가서 껍데기만 있다는..ㅋ

국내 프로그래시브 음반의 시초는 동서남북이라고들 얘기합니다만.. (뭐 듣는 사람 맘이니)
별쏭 [Lv: 472 / 명성: 619 / 전투력: 13472] 11-08-14 01:35
 
저두 주세유!!ㅎㅎㅎ
빨간부엉이 [Lv: 296 / 명성: 656 / 전투력: 8041] 11-08-14 13:23
 
벌써 10년도 전 얘기입니다만..ㅋ
한 12년쯤..
wilhelm [Lv: 245 / 명성: 721 / 전투력: 2001] 11-08-14 00:14
 
빨간부엉이님, 혹시 다음에 번개 있을 때 나오시면 이 CD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저는 안 듣습니다.
빨간부엉이 [Lv: 296 / 명성: 656 / 전투력: 8041] 11-08-14 01:08
 
이런.. 감사할데가..ㅠㅠ (근데 언제 뵐수 있을지 기약이..)
빨간부엉이 [Lv: 296 / 명성: 656 / 전투력: 8041] 11-08-14 01:09
 
제주에 거주하시는 조윤님의 2집 앨범을 만든다고 한지가 도대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완레코드가 경영상의 이유로 신보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조윤님의 두 번째 앨범이 과연 나올 수 있는건지 모르겠네요.
기대는 아마 나올때까지 할 것 같긴 합니다만..ㅎ
DJ몽키 [Lv: 364 / 명성: 632 / 전투력: 20932] 11-08-15 21:55
 
이쪽은 문외한인데..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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