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목이말라 냉장고가 아니라 글이 말라 f5를 누르고 있다보니 어디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에효 이놈의 동네 조용할 날이 없네...' 라고 생각하며 다시 무심코 f5를 누르는데 가만 어디서 듣던 목소리...!
저희형한테 부친께서 싸우시니 나오라고 하고 후딱 튀어나갔습니다. 아니나다를까요, 술쳐먹고 저희집에서 공적인 영역을 침범하려는 불한당이 있어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차 하고 잽싸게 다시 올라가 휴대전화 챙겨 곧장 신고했지요. 뭐 범죄자나 도둑놈 냉법 흑마 그런건 아니구요, 암튼 그쪽도 그쪽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습니다. 자세한건 나중에 술자리 안주로 쓰겠습니다 ㅋㅋ
다행히 저희 부친께 손대지는 않았지만(그랬다면 전 다시 올라가 인두기와 망치를 챙겨왔겠죠 ㅡㅡ) 저희형은 벌어진 사정만 보고 빡쳐서 '어린노무쉐키가 눈 깔아! 눈 깔아!' 를 반복하다가 결국 주먹다짐이 벌어졌습니다. 그 난장을 보고 저도 흥분하여 그양반 목을 후려잡고 잠시 조르다가 아차하고 잽싸게 놨습니다. 그러면서 저희형한테 '경찰 불렀다. 불리한 증거를 남기지 마라, 상황진술시 유리하게끔 해라' 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법률은 취하면 봐줌미다를 잠시 잊었었나 봅니다.
그쪽도 목도 졸리고 적당히 흥분했는지 또 저희형하고 언쟁이 오고가더군요. 사실 저희형이 술먹고 꼬장을 잘 부리는 편이라 이이제이인과응보닷! 하고 2차전은 그냥 놔둘라고 했지만 또 주먹다짐을 하길래 이번에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술꼬장 제압법 제3장 해드락뒤돌아 목감싸기로 제압. 근데 사실 이것도 술취한 저희형 상대하며 익힌 무공이였네요 ㅡㅡ
결국 모친께서도 들어오시는 길에 이 난장을 목격, 온가족이 출동하여 취객 레이드를 펼쳤습니다. 취객도 멀리서 오신 일행이 있었는데, 동네사람인 취객이 워낙 취해서 말을 안 들으니 중간에 끼어 고생하셨습니다. 게다가 집에도 가셔야 할텐데... ㅡㅡ
결과적으로 알고보니 저희형이 어린노무쉐키라고 하던 그 취객은 저희 형보다 한살 많은 동네사람으로 밝혀졌고 저희형은 선배일지도 모른다는 민망함에 그냥 조용조용히 넘어가고자 했습니다. 저는 좀 간계를 부리는 성격이라 원래는 경찰 오면 조용히 있다가 제대로 신고하여 뒷통수 고마 쌔리 빡! 할라고 했는데 일행분께서 취객양반이 얼마전 애도 태어나고 어쩌고 해서 마음이 누그러 앉았고 게다가 저희형하고 이제는 안싸우고 얘기하는걸 보니 그냥 합의봤다고 했습니다. 뭐 신고는 했으니 제 신원 기록하고 경찰분께서는 다시 오밤중 악의 무리를 소탕하러 떠나시더군요.
3줄요약:
술좀 곱게 먹읍시다.
꼬장 다스리는덴 몽둥이뒤에서 목 감싸기가 甲입니다.
경찰은 언제나 늦게 도착합니다.
결론은 온가족이 하나되어
취객! 물리쳤다!
비명이라면 신림동 고시촌이 쩔어주는데 ㅎ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