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키보드에 관심이 생겨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이곳을 알게 되어 가입했습니다!
키보드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원래는 타자기가 구입하고 싶어져서 찾아보다가 우연히 기계식 키보드를 알게 됐어요.
저는 작가지망생이에요. 그만큼 원래 만년필이나 이런 것처럼, 제 글쓰는 도구를 애착화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기계식 키보드에 요즘 푹 빠져서^^ 빌어먹을 가난한 작가 지망생이라 갖고 싶은 것을 다 갖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갖으려구요.
요즘에는 도구만 사놓으면 뭘해, 글 쓰지를 않는데! 이런 더러운 속물주의, 하고 생각도 했었는데요. 오늘 벤야민의 글을 읽다가 저 자신을 납득하게 만드는 문구를 발견해서 소개합니다.
일방통행로라는 책에 벽보금지! 라는 이름의 챕터로 붙은 글인데요 벤야민이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13가지 명제를 소개해놓은 것입니다. 특히 4번이 이곳에 계신 분들께 마음에 들 것 같아요^^ 반갑습니다.
작가의 기법에 관한 13가지 명제
1. 비교적 큰 작품을 쓰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하루 작업량을 끝낸 뒤에는 나중에 이어질 작업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
2. 원한다면 이미 이룩해 놓은 것에 관해 이야기해도 좋지만 집필을 하는 동안만큼은 이미 쓴 것을 소리 내어 읽지 말 것. 이미 써 놓은 것을 읽으면서 흡족해하면 템포가 더디어지기 때문이다. 이 규칙을 준수한다면 전달하고 싶은 바람이 더 커짐으로써 결국 이것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추동력이 된다.
3. 작업환경을 조성할 때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도록 할 것. 맥 진 소음 속에서 반쯤 쉬어가면서 하는 작업은 품격을 떨어뜨린다. 그에 반해 피아노 연습곡 소리나 사람들이 일하면서 지르는 소리들은 유난히 고요한 밤의 정적과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밤의 정적이 내면의 귀를 날카롭게 만들어준다면, 피아노 연습곡을 치는 소리와 일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밖에서 들리는 기괴한 소음들지도 자신 속에 파묻어버릴 수 있을 풍부한 어법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시험대가 된다.
4. 아무도구나 사용하지 않도록 할 것. 특정한 종이, 펜, 잉크를 좀스럽게 보일 정도로 고집하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 사치를 추구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도구들을 풍부하게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5. 어떠한 생각도 자기도 모른 채 흘려보내지 말 것이며, 외국인 등록 일을 담당하는 관청처럼 자신의 노트를 엄격하게 관리할 것.
6.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따라가지 말고 펜을 뻣뻣하게 굴릴 것. 그러면 펜대는 그 영감을 마치 자석의 힘처럼 끌어당길 것이다. 착상이 떠오를 때 그것을 적는 일을 침착하게 주저하면 할수록 그 착상은 그만큼 더 잘 익어서 품에 들어올 것이다. 말은 생각을 정복하지만 글은 그 생각을 지배한다.
7. 아무런 착상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글쓰기를 그만두지 말 것. (식사시간이라든지 약속과 같이) 지켜야 할 어떤 일정이 있다든지, 아니면 작품을 마친 경우에만 글쓰기를 중단하는 것이 문필가가 명예를 걸고 지켜야 할 계율이다.
8. 영감이 떠오르지 않거든 이미 써놓은 것을 깨끗하게 정서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 그러다 보면 직감이 깨어날 것이다.
9. 글쓰기를 하루도 거르지 말라- 그렇지만 몇 주씩 거를 수는 있다.
10. 한 번이라도 저녁부터 이튿날 훤하게 날이 밝을 때까지 앉아 있던 적이 없는 작품일랑 결코 완전한 작품으로 여기지 말 것.
11. 작품의 결미 부분은 평소의 작업공간에서 쓰지 말 것. 그 공간에서 결말을 완성할 용기가 나지 않을 테니까.
12. 집필의 단계 : 사고-문체-글. 정서의 의미는 글을 쓸 때 서예를 할 때처럼 정성을 글씨에만 쏟는 데 있다. 사고는 영감을 죽이고, 문체는 그 사고를 묶으며, 글은 그 문체를 보상해준다.
13. 작품은 구상의 데스마스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