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이 '변뚱'인
친구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하고
오랜만에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뭍으로 유학 나온 제주도 출신이라
고1 때 담임선생님께서 제주도의 명물 '똥돼지'를
그대로 한자로 옮겨 '변돈'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셨는데
입에 달라 붙기에는 어감이 부족했는지 줄곧 사장되었다가
'변뚱'으로 새롭게 각색된 이후 전교의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생활 속의 어떠한 소재도 야한 상상과 자연스럽게 연결짓는
독특한 뇌의 사고구조를 갖고 있던 '변태 뚱'
고3 기숙사 생활할 때
새벽에 몰래 일어나 봉지라면(군대식 뽕라면)을 해처퍼먹고
남은 국물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마저 먹을 생각으로
보기 좋게 매직으로 이름을 적어 냉장고 구석에 키핑해 두었는데...
흐느적거리는 라면 봉지의 균형이 여지없이 무너지면써
흘러 나온 국물이 냉장고 안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면써
사감 선생님께 전투용 키캡 마구 두들기듯 뒈지게 얻어 터지면써
그 때 놓친 정신줄을 졸업할 때까지 와이어링 못 하면써
종국에는... 결국... 재수를 해야만 했던 몸무게 0.1톤의 '식신 뚱'
그러나
열성모둠인 것 같은 그런 변뚱에게도
하늘이 실수로 내린 천부적 재능이 있었으니
사람을 웃겨 미치게 만드는
남다른 몸개그와 글재주였습니다.
SES 멤버 중 '슈'의 광팬이었는데
산만한 등치에도 불구하고 '슈'의 춤만큼은
온몸의 뼈가 사라진 듯 유들유들하게 잘 춰서
친구들에게 큰 웃음을 주던 '몸개그 뚱'
고3 여름방학 때
변뚱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지멋대로 편집부의 장이 되더니
1년에 한번 발간되는 교지를 편찬하기 위해 모인
학내 편집부원들의 수장 노릇을 하면서
친구들을 배신하고 기숙사를 뛰쳐나갔습니다.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붓을 꺾을 수 없다'는
옆차기 같은 말을 남긴 채 떠난 '희대의 달필 뚱'
당시 교지에 실린 변뚱의 글들은
(동문이 아니면 웃을 수 없는 개그코드들이 많지만)
지금 읽어도 배가죽이 아플 정도로 너무 웃겨서
한참 쉬었다 읽어야하는 명문장들이 많았습니다.
변뚱은 지금 YTN 기자로 있답니다.
아니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고 최근 보노님 등장 주기가 본 궤도를 찾아가는것 같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