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5명, 주요부문 휩쓸어… K팝 이어 K클래식
유럽 거장들, 한국을 택하다 - 아슈케나지·소피 무터 영입, 공정성 위해 본선 생중계도 "콩쿠르의 질을 높인 결과"
성악, 21년 만에 1위 - 남녀 나란히 우승 쾌거… 순수 국내파로는 처음 "집중적 영재교육의 성과"
1958년 소련 정권에서 처음 시작한 차이콥스키 콩쿠르.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를 통해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그리고리 소콜로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등 쟁쟁한 음악가가 발굴됐다. '클래식 올림픽'이란 칭호를 얻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빈약한 지원에 "러시아인에게만 유리하다"는 심사 시비까지 일었다. 2000년대 야마하 피아노·도요타 자동차 등 일본 기업이 콩쿠르의 메인 스폰서로 나서자 일본 출신 연주자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사태가 심각해지자 러시아 정부는 자국 출신 명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에게 올해 제14회 콩쿠르의 조직위원장을 맡겼다. 게르기예프는 인맥을 총동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안네 소피 무터·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 등 거장을 심사위원으로 모셨다.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 3년간 러시아·미국·유럽에서 연주 기회 등 입상자 특전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인터넷을 통해 인기투표를 받고, 본선 현장을 생중계했다.
- ▲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쾌거를 이룬 영광의 얼굴들. 왼쪽부터 피아노 부문 3개상 수상자인 손열음의 지난달 28일 최종 결선전 모습, 소프라노 서선영, 베이스 박종민,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피아니스트 조성진. /AP 뉴시스
◆심사위원 바꾸니 수상자 달라졌다
모든 게 바뀌었고, 그 결과는 한국 음악가들의 약진으로 나타났다. 6월 30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폐막한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총 19명의 입상자 중 한국 음악가 5명이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주요 부문 상위를 휩쓸었다. 성악 남녀 부문에서 나란히 우승한 소프라노 서선영(27)·베이스 박종민(25)씨를 비롯, 피아니스트 손열음(25)씨·조성진(17)군이 각각 2·3위,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25)씨가 3위를 수상했다. 특히 콩쿠르의 핵심인 피아노 부문에서 2009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이미 2위를 차지한 손열음이 실내악 협주곡 최고연주상, 콩쿠르 위촉작품 최고 연주상까지 함께 거머쥐어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지혜는 실내악 협주곡 최고연주상을 함께 받았다. 러시아는 피아노 부문에서만 다니일 트리포노프가 1위를 차지했다. 피아노 정명훈(미국 국적으로 참가 2등), 바리톤 최현수(미국 국적으로 참가 1등), 피아니스트 임동민·임동혁 형제 등이 상을 탄 적이 있지만 이런 대규모 수상은 처음이다. 손열음과 조성진은 각각 1만9000유로(약 2900만원), 1만유로(약 1500만원)를 상금으로 받는다. 이지혜는 1만2000유로(약 1800만원), 서선영·박종민은 2만유로(약 3100만원)를 상금으로 받는다.
한국의 쾌거를 두고 "콩쿠르의 질을 전면적으로 높인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첼로 부문 조영창을 제외하면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일본 출신 심사위원도 없었다. 김대진 한예종 교수는 "유럽 심사위원들 틈에서 일본인·중국인 입상자가 없는 가운데 한국인이 이룬 쾌거"라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씨는 "심사 결과를 두고 불평불만이 가장 적었던 콩쿠르였다"고 평했다.
◆성악 '강국' 한국
"이름을 듣는 순간 눈앞이 하얘지면서 그간 도움 준 사람들의 얼굴이 눈앞에서 휙휙 지나갔어요. 그분들께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상장을 받았어요."(서선영) "상장과 메달을 보고 1등인 줄 알았어요.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요."(박종민)
특히 한국인 남녀 성악가가 나란히 우승을 거머쥔 사실은 한국 성악계에 신선한 충격이다. 이번 수상은 바리톤 최현수 이후 21년 만에 나온 1위로, 순수 한국인의 1위 입상은 처음이다. 서선영·박종민의 스승이기도 한 최현수 한예종 교수는 "선영이도, 종민이도 집요한 사자 같은 애들이다. 될 때까지 파고들고, 무대 위에서는 용감하다"고 했다. 박종민을 뺀 나머지 입상자 4명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영재 출신. 장일범 음악평론가는 "콩쿠르에서는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오페라 아리아나 가곡을 불러야 하는데 그걸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만큼 한국인의 실력이 우수해졌다"며 "한국인의 목청이 좋은 데다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인 영재교육을 한 덕"이라고 말했다.
글은 x선일보에서 긁어왔습니다.
새삼 느끼는거지만 우리나라 대단합니다.
OTD분들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