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변함없이 복싱장에 나가 몸을 풀려고 하는 찰나, 사람들이 번갈아 가며 메도우 하는 것을
봤습니다. 실력도 안되는 주제에 그동안 주머니 탈탈 털어가며 싸질러 놓은 복싱용품들을 물끄러니
바라보니 왠지 불타오르더군요.
제 실력을 테스트 해보기 보다는 싸질러 놓은 용품들을 한번 이라도 실전에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누가 덕후 아니랄까봐 ㅋㅋ)
간단히 스트레칭과 줄넘기를 하고, 쉐도우 1라운드로 몸을 살짝 덥힌 후 곧바로 링에 올라갔습니다.
물론 그동안 싸질러놓은(ㅋㅋ) 새로운 헤드기어와, 연습용 16온스 글러브, 마우스피스로 풀 장비하고
올라가서 그동안 진도 같이 나갔던 사람들과 했습니다.
첫번째 파트너.
저보다 1개월 정도 늦게 시작한 사람입니다. 저보다 한 체급 정도 낮은 몸무게구요. 그러나 이 분은
제가 오기전에 런닝머신만 40분, 다른 학생들과 메도우 몇라운드를 이미 뛴 상태라 체력이 남아있지
않아 제대로 메도우 해보지 못했네요. 얼레벌레 2라운드 뛰고 다음 기회를 약속했습니다.
두번째 파트너.
저와 비슷한 시기에 운동을 시작했으며 두 체급 정도 낮은 체구입니다. 이 분과는 메도우 경험이 많기에
나름의 공략법을 생각해 놔서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씩 크게 날라오는 스트레이트와
훅이 예비동작이 너무 크고 임펙트까지 시간여유가 좀 느껴지더군요. 그 틈새를 타서 잽으로 공략을
해봤고, 또 살짝 먹히는 것 같아 나름 기분이 좋았습니다. 2라운드 뛰었습니다.
세번째 파트너.
우리 사범님 입니다. -_-) 키는 저보다 약 2~3센치 크고 체급은 비슷합니다. 마침 사범님도 새로운 연습용
글러브를 선물 받으셔서 근질근질 하셨던 참에 메도우 분위기에 급 끼어들기 하셨네요. ㅋㅋㅋ 제 목표는
깔끔하고 빠르게, 그러나 힘이 들어가지 않은 스피디한 원투를 때려보자! 였습니다. 그러나 더킹, 위빙, 슬리빙
등을 자유자재로 쓰며 스텝까지 저보다 곱절은 빠른 사람에게 제 내공으로는 택도 없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의성어(?)로 서로의 실력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사범님 : 사뿐 사뿐
노바 : 쿵쾅 미끄덩
사범님 : 사뿐 사뿐 슥 쫙쫙! 퐝! (찰진 소리)
노바 : 쿵쾅 쿵쾅 툭! 퍽! (둔탁한 소리)
결론은 머리가 울릴 정도로 많이 맞았습니다. 제가 공격시 가끔 가드가 열리는 트러블이 있는데 이 틈을
귀신같이 비집고 들어와서 훅을 몇대 맞았네요. 그래도 이번 메도우로 제가 느낀것은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것에 뿌듯해 하고 있습니다. 태산 같이 커 보이던 사범님의 기세에 꺾이지 않고 이제는 저와 비슷한
눈높이로 바라볼 수 있으며, 맞으면서도 상대를 끝까지 바라봤고, 제 잽과 원투가 기대치 이상으로
성공 했다는 것에 나름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3라운드 뛰었습니다.
역시 고수와 해야 많이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습니다. 비록 맞는 순간은 고통스럽지만 그 후 내 몸이 자연스레
학습해 가는 과정과, 또 문제점을 찾아 고치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스킬과 콤보를 연구하고 시도하는 이 순간이
정말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이래서 복싱을 쉽게 끊지 못하는 듯 해요. 저도 살이나 빼볼까 하는 성의 없는 마음으로 복싱에
발을 들여놨다가 규모가 작은 구내 대회까지 참가해볼까 욕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ㅋㅋ
여튼 오늘의 복싱라이프도 이렇게 마감하고, 내일은 복싱클럽 나가서 반성의 시간을 좀 가져야 겠습니다.
신림역 근처에 계시는 분! 같이 운동해요~
짤방은 요즘 아주 가끔씩 즐기는 Deus EX - Human Revolution 입니다.
OB 게이머 들만 아시는 게임일 꺼에요. 그런데 제가 구한것은 베타 유출판이더군요. -_-)a
여튼 FPS + RPG 요소가 복합되어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
허리가 많이 나아가고 있어요. 허리 나으면 운동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