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지 한 1-2년 되던 시절에 같은 부서 사람들끼리 모여 계동 현X건설 사옥 뒤에 있는 음식점에서 동양화나 포X를 치는 모임이 있었더랬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런 류의 게임은 즐기지 않았던지라 가서 밥(한정식) 얻어 먹고 그냥 옆에서 구경하면서 맥주나 축내는 재미로 몇번 쫓아 갔더랬죠.
결혼하고 나서는 그런 저녁 얻어 먹고 맥주 먹는 재미로 쫓아다닐 겨를은 없어 한참동안을 못가기도 했고 모임에 나오던 멤버들이 몇은 퇴사, 몇은 타부서로 가는 바람에 모임이 뜸해지기도 했더랬습니다.
근데 어제 우연히 그 모임 있으니 와서 오랜만에 사람들이나 보구 밥이나 먹구 가란 얘기에 정말 오랜만에(느낌엔 한 7년 정도만에?)참석해 봤습니다.... 갔더니 이런 점이 달라졌더군요.
1. 갈 때 무조건 택시를 잡아 타고 가던 것이 이제는 지하철로 바뀌고
2. 1시 이전에는 절대 안끝나던 모임이 딱 11시 되니 끝나고 (그때도 늘 11시까지만 12시까지만 이래 놓고선 세판더 두판더... 뭐 이랬죠)
3. 11시에 딱 맞춰 끝내는 것도 '아 뭐 택시타구 갈 일 있어... 지하철 타구 가야지. 택시비 아깝구 이젠 그렇게 늦으면 힘에 부쳐' - 예전엔 당연히 택시였고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 없었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니 다들 비록 게임은 해도 돈은 아끼고 있고 이젠 나이가 그때보다 10년은 더 들어 체력적인 부담도 있는게 피부로 와 닿는군요. 뭐랄까요... 리얼 아빠당들이 다 되신 모습들???
그러고 저를 보니 저도 그렇게 변했네요....
언젠가는 지금의 저를 뒤돌아 보며 '그래도 그땐 otd에 꾸준히 나가고 공구도 하고 키보드도 많이 질렀어... 근데 지금와서 다시 그러라면 시간도 없고 애들 학원비 못낼거 같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 생각에 살짝은 센치해 지는 오늘이네요.
저도 그렇게 아빠가 되고 저희 부모님처럼 나이들어갈거란 생각이 들고
부모님께 더 잘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