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 vs 비영리
항상 생각해 온 것이지만 제목처럼 위 두가지가 같은 조건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에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된 계기는 옆동네라 불리우는 키보드매니아가 어제부터인가 시끌시끌해서
였던 것 같네요. 아래의 글은 OTD 운영진의 공통된 생각이 아니라 한 회원으로써 말씀드리는 개인적인
의사임을 미리 밝힙니다.
우리는 매니아로써 어떤 제품에 대해 평가하기를 좋아합니다. 어떤 점이 좋으며 요런 점은 차후
수정되었으면 좋겠고, 또 이런 기능이 추가되면 더할나위 없겠다.. 등등 일반 소비자를 넘어선
매니아들은 가격을 뛰어넘어 퀄리티를 추구하기도 하고, 가격 대 성능비를 최우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입에 담으며 평가하는 물건들은 다시 돌이켜보면 십중팔구 '돈'을 벌기위해
생산 되어진 제품들입니다. 그렇기에 소비자의 권리 중 하나로 좋고 나쁨을 당당하게 도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샘슌 휴대전화를 쓸때,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그 가치이상으로 (어떤
방법이나 경로로든 수익이 계산되어 있기에) 지불했거니와 기능이 좋아도 사용하며 감사해 하지
않습니다. 되려 냉철하게 의견을 도출하곤 하죠.
반면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공동제작 제품들은 쉽사리 평가하기가 힘듭니다. 가벼운 의견 표현
한 마디가 제작자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기도 하고, 때로는 긴 시간의 노력과 열정을 순식간에
김 빠진 한숨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장애인 단체에 나가 자원봉사 하는 이들에게 콩나라 팥나라 잔소리 하지도, 평가하지도 않습니다.
무언가 비효율 적이고 아쉬운 점이 보여도 그들의 사랑과 열정을 이해하기에 되려 따듯한 격려와 충고를
건넵니다. 개선점이 필요하다면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이는 이렇게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권유하지
왈가왈부 따지며 지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차이를 '제품'과 '작품'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작품'이 자신의 기대치에
못미치더라도 그것을 만들어낸 이의 열정과 사랑을 인정하기에, 쉽게 가볍게 입에 담거나 평가하는
경솔함을 범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투자된 땀과 시간, 그리고 열정을 아는 이들은 제작자에게 응원과 감사의 말을 건넵니다. 혹자는
이것을 맹목적인 아첨과 아부, 심지어 빠돌이(?)로 해석하는 이도 있으나, 저는 이를 제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 보다는 제작자의 열정을 높이 사며 인정하기에 하는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지켜봐 온 OTD의 공동구매 또는 공동제작품 들은 비영리를 최우선 하며, 진행자가
피땀 흘리며 설계, 제작하고, 반복 수정하며 프로토타입이 완성되면 제작에 들어가고, 또 회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소분하고, 포장하고 때로는 완성품 조립까지 해주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것 들을
이겨내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개발비용은 공동제작 비용에 포함되있지 않은 경우도 자주 있었구요.
때로는 제작 과정의 오류로 금전적 손해가 발생해도 이를 같이 나누고자 하는 회원들에게 청구하는 것
조차 미안해 하며 그 짐을 혼자 지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아는 사람들은 고마움을 표시할 뿐
제품에 아쉬움이 보여도 노력의 결과를 보상 받으려 하지 않는 제작자들의 마인드를 알기에 해당 제품에
관한 의견을 가볍게 던질 수 없습니다. 그동안 제작자들의 노력이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요.
공동제작을 설계부터 진행하며 완성된 제품을 좋아 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정신적 행복만으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영리를 추구하는 상용제품과 동급 대우하며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계속 묵과해야 하는가?
자기 가족이 차려주는, 어린 내 아들딸이 차려준 밥상의 밥이 설익었다고, 반찬이 싱겁고 짜고 달다고
대놓고 잔소리 할 수 있습니까? 그 이후로는 따뜻한 사랑이 담긴 밥상을 구경하기 힘들어지겠죠? ㅎㅎ
그러나 사랑하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들의 발전을 위해서는 명확한 충고가 필요하지만 잔소리 말고도
다른 여러가지 좋은 방법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고, 또 이미 실행하고 있습니다.
OTD의 공동제작품들은 이미 온/오프라인을 통한 회원들의 교류로 제품의 장단점을 이미 공유하며
각종 피드백을 통해 수정 또는 새로운 탄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교류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서, 또 단지 공동제작 제품이라 해서, 제작자가 사이트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눈치보며 쉬쉬 거리는 것으로 바라보는 옹졸하고 편협한 시선들이 존재하기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주말 오전부터 즐겁지 않은 글을 쓰는 저 또한 가슴이 묵직하게 답답해짐을 느낍니다. 그래도 이런
의견을 서로 주고받고 하며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곱절이 되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되지않을까 하는 바램이 있기에 형편없는 글솜씨 한번 쥐어짜봤습니다.
제 생각 말고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면 찬반 상관없이 거침없이 댓글 달아주시고, 더 좋은 생각들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 노바 올림 -
덧. 저는 영어도, 철학적 용어도, 한자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뭔가 포스를 내뿜고 싶은 글을 쓰기
보다는 누가 읽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데요, 요즘은 이것 조차도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복싱하다가 머리를 너무 두드려 맞아서 그런걸까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