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bdmania.net/xe/115481
링크에 걸려 있는 글은 키보드에 빠져들고 한달 쯤? 옆 동네 게시판에 썼던 글인데 그때만 해도 해피해킹이나 리얼포스가 최고의 키보드인줄 알았습니다. 물론 여전히 좋은 키보드긴 하지만 여기저기 눈팅하면서 몇달을 보내고 나니 눈 높이가 확 높아진 걸 느낍니다.
일단 필코 마제스터치는 키캡이 너무 구리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갖고 있는 거 모두 처분하거나 스위치만 뽑아뒀습니다. 이제는 이색사출이나 승화키캡이 아니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두꺼운 레이저 정도? 회사 창고에만 가도 안 쓰는 멤브레인 키보드가 널려 있는데 키캡 한벌 사는데 7만원 이상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며칠 전에는 돌치 키보드를 이베이에서 20만원 주고 지를 뻔 하다가 겨우 참았습니다. 순전히 키캡 추출용으로 말이죠. 웬만하면 질렀을 텐데 쓸데없는 모니터본체까지 포함된 거라 괜히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전 356CL을 처음 받아보고 그 완성도에 깜짝 놀랐습니다. 친한 선배 하나는 이 정도면 100만원을 주고도 질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놓치면 평생을 후회할 거라고요. 아직 조립은 못했지만 356CL을 쓰다듬어 보면 해피해킹은 그냥 장난감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군가는 또뀨를 만져 보고는 "수백개의 톱니바퀴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던데 정말 그럴 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뭐 다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늘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해피해킹 사이즈가 좋습니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뭔가 프로패셔널한 느낌이 들고요. 무엇보다도 리듬감을 살린 최적화된 배열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타이핑이 사고의 속도를 따라잡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마 홍돈님이 HHKB 배열의 알루미늄 하우징을 준비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기대가 큽니다. 해피해킹의 가벼움을 보완할 좀 묵직한 하우징이 필요할 것 같고요. 그래서 일단 백축, 갈축, 청축을 종류별로 모아놓고 키캡을 수집하고 있는 중입니다. 내친 김에 적축도 욕심이 나는데 그건 매물이 없네요. 신품을 질러야 할래나? 구형 흑축도 정말 멋지던데 욕심이 지나친가요?
키보드가 좋으면 글이 잘 써질 것도 같은데 글은 그냥 그렇고 키보드 욕심은 끝이 없네요. 그래도 졸업이 머지 않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음하하핫.
결론은 HHKB 프로젝트 화이팅입니다. (PCB는 계속 삽질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