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기종용으로 발매된 키보드를 입수하신 분들이 계시는데요, 그 중에 Compose라는 키가 달려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한글 각인된 것은 한자로 대신 각인돼 있는 경우가 있음).
제가 실물을 직접 접한 건 아니지만, 가끔 볼 일이 있어서 이 키가 무엇인지 조사해 봤습니다.
▲ 스페이스 바 오른쪽 세 키: ◆ 표시된 것은 Meta 키인데 USB 키보드일 경우 윈도용 키보드의 윈도 키, 맥용 키보드의 Command 키와 동일한 Usage ID(스캔코드)를 냅니다. 그 다음에 있는 키가 바로 여기서 다룰Compose 키인데 위 키보드에서는 키캡에 LED가 달려 있습니다. 그 옆에 있는 것은 Alt Graph 키인데, 이 키는 일부 PC 키보드의 AltGr과 같습니다.
이 키는 몇몇 유닉스 운영체제에서 특수 문자 입력용 키로 쓰이는데, 조금 특이합니다. 예를 들도록 하죠. 미국 쿼티 자판을 사용 중이고 캡스락이 꺼져 있는 상태라고 가정하고 설명합니다.
* 손가락으로 Compose 키를 눌렀다가 뗌→A를 눌렀다가 뗌→E를 눌렀다가 뗌: æ가 입력됨.
* 손가락으로 Compose 키를 눌렀다가 뗌→O를 눌렀다가 뗌→C를 눌렀다가 뗌: ©가 입력됨.
* 손가락으로 Compose 키를 눌렀다가 뗌→T를 눌렀다가 뗌→M를 눌렀다가 뗌: ™가 입력됨.
* 손가락으로 Compose 키를 눌렀다가 뗌→"(즉 Shift+')를 눌렀다가 뗌→A를 눌렀다가 뗌: ä가 입력됨.
결국 이 키의 정체는 이런 식으로 키보드에 없는 글자를 기존 글자를 가지고 조합(compose)하여 입력하기 위한 키입니다. 다른 Shift, AltGr 같은 다른 수식 키(modifier key)들과는 달리 동시 입력하는 게 아니라, 세 키(Compose 키, 문자 키 2개)를 순서대로 하나씩 눌렀다 떼는 식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Compose 키에 LED가 있는 이유는 현재 상태가 Compose 키 시퀀스를 입력하는 도중인지 아닌지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Compose 키 시퀀스 입력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 LED에 불이 켜집니다.
이런 Compose 키 시퀀스 기능은 유닉스 계열 운영체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지원합니다. 키보드에 이 키가 없을 경우에는 따로 대체하는 키를 설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은 Compose 키의 개념을 간단히 소개하는 글이므로 이에 대한 상세 설명은 생략합니다(어차피 저도 모릅니다 ^^;).
윈도나 맥에서는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Compose 키가 달려 있는 키보드를 컴퓨터에 달아봤자 이 기능이 작동을 안 합니다. 따라서 이 기능을 쓰려면 별도의 에뮬레이터를 깔아야 하는데, 윈도용으로는 AllChars라는 무료 프로그램(http://sourceforge.net/projects/allchars/)이 있습니다. 저는 안 깔아봐서 잘 동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실행한 상태에서 Ctrl 키를 눌렀다 떼면 Compose 키를 눌렀다 뗀 걸로 처리하는 것 같습니다.
▷ Compose 키가 다른 키로 쓰이는 예
썬사에서 내놓은 한글 키보드를 보면 Compose의 각인을 한자로 바꿔 놨습니다. 제가 써본 적은 없지만 아마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배포하는 운영체제·소프트웨어에서는, 한국어 입력 모드일 때 한자 변환 키로 용도 변경을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차피 한국어에서는 Compose 키가 필요 없으니까요. 물론 이 키보드를 다른 기종에 연결해서 쓸 경우 Compose 키가 한자 키로 작동하진 않을 것입니다. 기종마다 설정이 다르거든요.
그리고 다음 파란색 글씨는 실물을 가지고 계신 분이 맞는지 검증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 문서만 보고 제가 추정한 겁니다.
USB 규격 문서(http://www.usb.org/developers/devclass_docs/Hut1_12v2.pdf)를 보면 썬의 USB 키보드를 윈도에서 사용할 경우 윈도의 메뉴 키(정식명칭 Application key: 마우스 우클릭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키)로 처리될 것 같습니다. 이 문서의 설명이 부정확하긴 한데 키보드 섹션을 보면 Application key가 기종에 따라서 Compose key로 쓰인다는 것 같습니다(추정 근거는 이 문서 맨 아래의 주석1 참조).
제 해석이 맞다면, 썬의 키보드(USB)를 윈도에서 사용하면 메뉴 키가 되고 반대로 윈도용 USB 키보드를 썬의 제품(솔라리스 등)에서 사용하면 컴포즈 키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자의 경우는 썬의 컴포즈 LED가 작동을 안 할 것이고(LED의 점등 여부는 컴퓨터가 결정을 내려서 키보드로 LED 스캔코드를 전송해 줘야 하는데, 윈도에서는 컴포즈 키와 관련된 기능이 일체 없음) 후자의 경우는 컴포즈 LED가 없으니 사용자가 그걸 참고할 수가 없을 겁니다.
▷ 참고할 만한 글
http://en.wikipedia.org/wiki/Compose_key (영어판 위키백과의 Compose key 설명)
http://ko.wikipedia.org/wiki/%EC%BB%B4%ED%8F%AC%EC%A6%88_%ED%82%A4 (한국어판 위키백과의 Compose key에 대한 설명)
▷ 주석
* 주석1: 이렇게 추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USB 규격 문서 56페이지에 Application 키가 있는데 주10이 달려 있습니다. 주10(59페이지에 있음)을 보면 이 키의 용도 중에 'Compose'가 있습니다.
단, 주10을 보면 'Windows key for Windows 95, and “Compose.”'라고 돼 있는데 앞 부분은 잘못된 서술이라고 생각됩니다. Windows key는 Left GUI와 Right GUI 키이지 Application 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 문서 작성자가 윈도 운영체제에서 사용되는 키에 일괄적으로 주10(Application, Left GUI, Right GUI)을 달면서 실수를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Left GUI와 Right GUI(둘 다 59페이지 상단에 있음)에는 주10 외에 각각 주23, 24도 달려 있는데, 이 두 주석은 이 두 키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윈도 키, 애플 키[커맨드 키], 썬 메타 키). 그래서 향후 기술 문서를 수정, Left/Right GUI에서 주10을 떼도록 하고(주23, 24로도 설명이 충분), 주10은 'Application key for Microsoft Windows, and Compose key for Sun' 정도로 수정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 2012. 02. 28. 추가:
http://kentie.net/article/sunkbd/page1.htm 이 글에서도 "Note that by default the meta and compose keys do work fine though, they report the same scancodes as the Windows and Application keys respectively."라고 설명하고 있네요. 출처는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작성자가 Sun 키보드-USB 변환기 제작법을 설명할 정도의 전문가라고 사료되니 믿을 만한 듯합니다.
그리고 http://gis.sakura.ne.jp/sunkey/sunkey_e.html 이 글은 일본 사람이 쓴 글(영어판)인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매핑하고 있습니다.
결국 Compose 키와 Application 키는 USB에서 동일한 키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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