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이 뻔하다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이 어제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주례보고를 하면서 “(한상률) 수사를 일찍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한 지검장은 지난 3일 기자실을 찾아서도 “들여다봤자 뻔한 거 계속 들고 있는 건 내가 정리해 줘야 한다. 오늘도 나와서 뭐 하나 시원하게 정리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준규 총장은 “시간을 두고 미진한 대목을 마저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네요. <기사 보기>
‘들여다봤자 뻔하다’고? 그 속이 뻔하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조사관이었던 원충연 씨가 2008년 10월 8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남경우 당시 국민은행 부행장을 만나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만원을 받았습니다. 남경우 당시 부행장은 김종익 당시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이 강정원 당시 행장과 국민은행에까지 미치지 않도록 해 달라면 돈을 건넸습니다. 원충연 전 조사관은 돈 받은 사실을 김충곤 당시 점검1팀장과 이인규 당시 공직윤리지원관 등에게 보고한 뒤 돈을 나누려고 직원들과 상의했지만 제보를 받은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가 돈을 돌려주도록 지시했습니다. <기사 보기>
사찰에 전전긍긍한 쪽이나, 받은 돈 나눠가지려 한 쪽이나 기가 막히게 하기는 마찬가지.
눈치를 살피다보니까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 1만 1천여톤을 바다에 방류하면서 미국과는 사전 협의를 했지만 최인접국인 한국에는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외무상은 “저농도 방사성 오염수의 바다 방출을 국제원자력기구에 통보했으며 외교단 브리핑을 통해 각국에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우리 대사관측은 “4일 오후 4시에 각국 외교관들에게 브리핑하면서 오염수 방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만 전달했다”며 “사전 통보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에 항의하자 일본 외무성은 오늘 오전 11시 주일본 한국 대사관 관계자에게 오염수 방류 관련 상황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사 보기>
안전을 살핀 게 아니라 눈치를 살피다보니까.
태백산맥 동쪽 주민은?
기상청이 동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 지난 2일 태백산맥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계획했다가 1일 취소했습니다.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공 강우를 계획했던 것입니다. 취소 배경에 대해 기상청은 “예상보다 동풍이 별로 불지 않을 것 같아 인공강우 계획이 취소됐다”고 밝혔지만 관련 사실을 파악한 신학용 민주당 의원측에서는 “태백산맥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비가 떨어지는) 태백산맥 동쪽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기사 보기>
태백산맥 동쪽 주민은 우리 국민이 아닌가.
기막힌 해명
정부가 지난달 25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부근 4개 현에서 생산된 채소에 대해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는데요.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수입된 채소는 지난해 이후 한 건도 없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같은 지역에서 수입된 청주 과채음료 과자 빵 등 가공식품 양은 43만톤에 달하는데도 이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14일부터 4일까지 이들 4개 현에서 수입된 식품은 모두 12만 7859kg입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가공식품 수입 중단 조치를 검토하려 국내 수입식품업체들과 접촉했더니 예상보다 반발이 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사 보기>
해명이 기막히다. 국민 건강보다 수입식품업체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니.
기막힌 설명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이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주변 시시에 맞도록 용지가격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보금자리주택 건설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16일 정부와 한나라당 당정협의를 거쳐 합의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의 적정 분양가는 주변 시세 대비 80~85%”라며 “분양을 받는 이가 막대한 개발이익을 다 가져가고 반값 보금자리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양산돼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사 보기>
이 설명도 기막히다. 전세가 상승 잡으려 반값 아파트 포기한다는 말이니.
도대체 뭘 살리는 거지?
4대강 사업에 해당 지역 업체가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체 도급액 8조 3430억원 가운데 지역 업체가 수주한 금액은 4.2%인 3493억원 불과하고, 하도급도 전체 3조 5602억원의 12.5%인 4452억원만 지역 업체가 받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을 수도권의 대형 건설사가 가져간 겁니다. <기사 보기>
고용 살리는 것도 아니고, 지역 경제 살리는 것도 아니고, 강물 살리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뭘 살리는 거지?
공무원의 무신경이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액에 따라 연간 최고 120만원까지 현금을 보태주는 근로장려금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습니다. 지원대상 소득기준이 4년 동안 인상되지 않아 대상자가 해마다 줄고 있는 것입니다. 2008년 처음 도입됐을 때의 지원대상 기준인 연 근로소득 1700만원 미만 가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반면 최저생계비는 해마다 올라 올해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연 1727만원입니다. 이에 따라 근로장려금을 받은 가구가 2009년 59만 1000가구에서 지난해 56만 6000가구로 줄었습니다. <기사 보기>
공무원의 무신경이 수만 명의 생계를 옥죕니다.
뺨 때리는 격
검찰이 파업 등 노동쟁의에 참여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노동자의 DNA를 채취하고 있습니다. 쌍용차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 4명과 경남 창원의 대림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에 참여한 노동자 이모 씨 등 5명이 최근 검찰로부터 DNA 시료 채취를 위해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제정된 ‘DNA법’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 법이 주로 흉악범죄를 막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사 보기>
직장 잃고 생계 막막해진 노동자들의 뺨을 때리는 격.
조사 이후의 조치사항은?
고용노동부가 1월 24일부터 3월 4일까지 전국 청소용역업체 991곳을 조사해 88.2%인 874곳에서 3640건의 노동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습니다. 임금과 법정수당 및 퇴직금 등을 체불한 사업장이 280곳이었고 체불액은 10억 6800만원이었습니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곳은 77곳이었습니다. 대학이나 병원 등 도급업체와 청소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기간은 평균 3년 11개월이었으며, 용역업체가 변경됐을 때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사업장은 전체의 23%인 83곳이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월 103만원, 주당 노동시간은 39.5시간이었습니다. <기사 보기>
조사 이후 조치 사항은 아직 안 나왔나?
바람 잘 날 없다
스님 출신의 정모 씨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고발한 바 있습니다. 2009년 10월 총무원장 후보로 등록하면서 승적부를 위변조하고 학력을 허위기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승 총무원장이 1992년 중앙종회의원 선거에 입후보 하면서 자격 요건인 ‘승랍(스님이 된 햇수) 20년’에 이르지 못하자 ‘1969년 1월 15일 사미계(예비 승려가 되는 계)를 받았다’는 허위 내용을 제출했고, 2006년 2월 사미계를 받은 시기를 1972년으로 다시 늦췄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렸는데요. 정씨가 항고를 했고 서울고검이 이를 받아 들였습니다. “무혐의라고 단정짓기엔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이같이 결정한 겁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총무원장 선거 때 제기됐다가 이상없다고 결론난 것”이라며 “불교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씨는 지난해 자승 총무원장 당선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으며 이후 멸빈(승적 박탈) 당했습니다. <기사 보기>
바람 잘 날 없구나.
당연지사인데 씁쓸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를 열어 위암 장지연 등 19명의 서훈을 취소했습니다. 지난해 말 국가보훈처가 친일행적이 드러난 이들의 서훈 취소를 요청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장지연의 경우 1905년 을사늑약 소식을 듣고 분개해 ‘시일야방성대곡’을 쓰는 등 항일적 언론인으로 평가 받아 1962년 거국훈장 국민장을 추서 받았으나 1916년경부터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글을 썼고, 같은 해 조선총독으로 부임하는 하세가와 요시미치를 위해 ‘환영 하세가와 총독’이라는 한시를 실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기사 보기>
당연지사인데 씁쓸. 믿고 의지할 시대의 양심이 이리 없나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