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나는 가수다"에서 김건모가 탈락-재도전으로 불거진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이 와중에 생각해볼 만한 것은 사람들이 그토록 이번 일에 대해 분개하는 이유가 뭘까이다. 김건모라는 가수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현저히 실력이 안되기 때문에 반드시 탈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요점은 방송 진행 과정에서 애초에 프로그램이 정했던 원칙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것에 대한 사람들의 배신감 내지는 분노인 것 같다. 사실은 그 원칙 자체에 대해서 이번 일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 만해도 당대 최고의 가수들을 불러놓고 노래 경연을 시켜서 누굴 탈락시킨다는 원칙 자체가 말도 않되는 무리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던 것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그 말도 안되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분개하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그럴까?" "변덕인가?" "아님 뭐?"
좀 과장스러운 것 같기도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기본적인 규칙과 약속들이 번번히 깨지고 무시되어 지는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겪으면서 쌓여온 스트레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는 것 이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분노는 상상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서 터져나오게 마련이며 이 경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보통사람들의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단한 상황이 아니다. 그냥 리모콘 한번 눌러서 볼 수 있는 오락프로그램이다.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 다르게 취급된다고 느낄 때 상처 받고 좌절한다. 매일 같이 정치가, 공직자, 기업인 등,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법을 무시하는 부정과 비리에 관한 뉴스들로 가득찬 신문, TV를 보면서 사람들은 겉으로는 "저 인간들 또 그러네, 뭐 하루 이틀 저러는 것도 아닌데..." 라며 흘리듯 지나지만 가슴 속에서는 "이 거지 같은 세상, 난 이렇게 밖에 못 사는데..." 라며 상처와 좌절을 삭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에 대한 갈망이 컸으며 그렇지 못한 사회에 살고 있는 자괴감이 커져 갔던 것 같다. 너무 공허한 얘기로 흐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일을 보면서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국민들이 시시껄렁한 오락프로 하나에 열받아 하는 정도의 수준 밖에 안된다라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오해이며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지도자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이부분이 참 많이 공감되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