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시작한지 약 두어달, 이런저런 일로 빠져 실질적으로 출석은 약 1개월 반.
메도우 복싱 이란것을 오늘 처음 했습니다.
얼마전 밴디지 감는것을 배우고, 지난주부터 글러브를 끼기 시작했는데
사범님이 갑자기 메도우 란 것을 해보라 했습니다. 샌드백 앞에서 곱등이 마냥 껄떡거려만 보고
미트백 제대로 쳐본적도 없는 제게.........;; ㅎㅎ
어리버리 멋도 모르고 링에 올랐네요.
이번 주 토요일에 구 대회가 있어 준비하는 고등학생과 처음 시작했습니다. 67kg 체급.
제 실력을 이야기 하고, 주로 맞는 역할을 했네요. 저는 가드 올리고 돌진하거나 잽/원투를
살짝 던지고 그 친구는 피하며 때리곤 했지요.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가 인파잇 하도록
유도해주기도 했습니다.
두번째 역시 이번 주말 구내 대회 79kg급 참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체구는 저랑 비슷하지만
펀치가 역시 무섭게 무겁더군요. 역시 때리는 법을 몰라 주로 맞는 역할을 했는데 가드를 올려도
머리가 다 띵했습니다.
두 라운드 연속 뚜드려 맞으니 정신 없어서 링에서 내려와 조용히 스텝을 밟았습니다.
왜 맞았을까, 왜 나는 스텝이 나가질 못할까, 피하질 못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요.
슬슬 쿨다운 하려는 찰나 사범님이 메도우 한번 더 해보라 해서 다시 링에 올랐습니다.
이 분 역시 이번주말 대회 나가시는 분............................. 저보다 몇곱절은 더 복싱하셨던
분이더군요. 역시 죽도록 두드려 맞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대방 머리로 밀고 들어오는 버팅 덕분에 코가 찍혀 피가 흐르고, 상대방이 경험이 많아 세게 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제가 몇번 뻗었던 잽에 열이 좀 받으셨는지 힘차게 원투가 들어와 입술이 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도우라 마우스피스도 안끼고 했는데 역시 혈압이 올라가 있는 상태라 그런지 입술에 피도 힘차게 터져
나오더군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몇년만에 흘리는 피 인지 묘하게 흥분이 됬습니다. 목으로 타고 넘어가는 철분 섞인 피맛.......
쉬는시간에 거울을 보니 코 통증때문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나처럼 다칠까봐
제대로 원투도 뻗지 않은 내 자신이 바보 같았습니다.
다음 라운드, 같은 분과 다시 메도우 복싱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사범님께서 심판으로 올라와 점수 카운트를 해주셨습니다. 게임덕후 스럽게 순간 점수 욕심에
생기발랄하게 전진스텝을 밟으며 원투를 뻗었습니다. 그 타이밍 상대선수도 들어오던 찰나 운좋게
크로스 카운터가 들어가 버렸더군요. 저도 살짝 맞아 목이 조금 돌아갔지만 휘청 하며 넘어지려다
간신히 중심 잡은 상대를 발견했습니다. 이 타이밍에 다시 들어가 원투를 치려다 그냥 참았습니다.
순간 정적이 흐르는 도장....
그리고 라운드는 끝났습니다.
샤워실에서 거울을 보니 윗입술 속은 너덜거리고 코가 팅팅 부어 있었습니다. 피까지 흘린 사실을
와이프가 알면 눈물 흘릴까봐 조용히 집에 들어왔네요.
링 위는 신성한 장소라 하지만, 동시에 역시 잔인하고 비열한 장소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부터 메도우를 하더라도 헤드기어에 마우스피스는 필수, 복대까지 차야 겠습니다. -_-)
그래도 나름 기분이 좋았던 것은 그동안 스텝을 열심히 연습한 덕분인지 발의 움직임이 그렇게
둔하지 않았다는 점, 훅/어퍼컷을 배운다면 더 재미있는 콤보를 연습할 수 있을것 같아 사뭇
기대가 됩니다.
한줄요약 -
4라운드 내내 피터지게 뚜드려 맞다가 마지막 운좋게 원투 크로스 카운터가 들어가니 기분이 좋더라.
짤방은 떡실신
한줄요약 - 짤방은 오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