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회의 원리(?)
1. 맛이 있다, 없다는 음식물에 포함된 '글루타민산(glutamic acid)'과 '이노신산(inosinic acid)'에 의해 좌우된다고 합니다.
- 글루타민산의 함유량은, 생선을 잡은 직후와 하루가 지난 후에도 그다지 변화가 없습니다.
- 이노신산은 생선을 잡은 직후에는 거의 없으나, 10시간 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고 그 이후로는 큰 변화는 없습니다. (이것은 섭씨 0도로 차갑게 한 방어의 경우이며, 어종에 따라 경과시간에 의한 이노신 산의 양은 다릅니다.)
- 그러므로, 이노신산과 글루타민산이 가장 많아지는 것은 생선을 잡은 경우(즉살) 10시간 후 정도라고 합니다.
2. 그렇지만, 10시간 정도 지났을때가 가장 맛이 있는가 하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 "맛있다"라는 것은 성분 뿐만 아니라 "씹히는 맛", "혀에 닿는 촉감", "냄새" 등의 요소에도 영향을 받으며, 먹는 사람의 연령이나 그 사람이 가진 문화적 요소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파단강도(破断強度, 찰진 정도), 액즙성(液汁性, 육즙이 나오는 방식)도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 생선의 종류, 크기,보존 온도에 따라 이 시간은 변합니다.
- 방어의 찰진 정도는 잡고 나서 12시간 정도가 '단단한' 느낌이 들며, 그 이상이 지나면 부드러워 집니다. 반대로 10시간 전후에서는 활어회 혹은 그 이상으로 쫄깃하다고 합니다.
- 액즙은 잡고나서 6시간이 지나면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3. 이런한 조건을 종합해보면, 일반적으로 '방어는 잡은 다음에 10~12시간 정도 지났을 때 회로 먹는 것이 맛있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4. 활어요리점... 이른바 횟집에 가면, 수조에서 물고기를 건져 이것을 회를 쳐서 내옵니다. 이것은 '신선도는 좋으나', 아직 '맛 성분'이 생성된 상태는 아닙니다. 또한 생선 자체가 환경이 바뀌는 것에 따라 '스트레스'가 쌓이면 맛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보통 살이 물러진다고 합니다. 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해당 생선이 살던 해수에 넣어 운반하기도 한다는군요.)
5. [신선함 = 맛있다]라는 도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위에서 설명드린 부분을 이해하고 생선을 먹는 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ㅎㅎ
6. 그런 고로 오늘 저녁은 숙성회에 도전합니다.
*이노신산
화학식은 C10H13N4O8P. 분자량은 348이다. 생물체 내에 존재하는 화학물질로, 아데닌이 탈아미노된 화합물로 히포잔틴·리보스·인산 각 1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인산이 리보스에 결합한 위치에 따라 2'-, 3'-, 5'-의 3종의 이성질체가 있는데, 2'-이노신산 및 3'-이노신산은 생체 내에서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핵산에 아질산을 작용시켜 아데닐산 잔기를 이노신산 잔기로 바꾼 다음, 알칼리 분해 등의 조작에 의해서 생체물질로부터 2차적 산물로서 얻는다.
생체 내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은 5'-이노신산이다. 중요한 퓨린뉴클레오티드인 5'-아데닐산, 5'-구아닐산은 5'-이노신산을 거쳐서 생합성된다. 또 ADP와 ATP는 5'-아데닐산이 인산화된 것이므로, 5'-이노신산은 ADP와 ATP의 전구체이다. 이와 같이 5'-이노신산은 핵산·조효소·ATP 등을 합성하는 데 중요한 물질이다.
또 동물의 근육 속에는 5'-아데닐산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데, 동물이 죽은 후에는 5'-아데닐산디아미나아제가 작용하여 5'-이노신산으로 변한다. 그래서 약간 오래된 고기에는 5'-이노신산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5'-이노신산은 음식의 맛을 강하게 하므로 그 나트륨염이 화학조미료로 시판되고 있으나, 2'-이노신산 및 3'-이노신산에는 맛이 거의 없다.
생체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5'-이노신산과 구조는 매우 비슷하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이들 이성질체를 혀가 구별해 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핵산에 이노신산 잔기가 처음부터 함유되어 있는 예는 드문데, 최근에 몇 개의 tRNA에서 특정한 위치에 이노신산 잔기가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일본에서 참치로 유명한 시오가마 시의 어부들은 다음과 같이 참치를 먹는다고 합니다.
참치를 낚아올린 후, 첫날은 참치의 맛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타타끼로 , 둘째날은 구워서, 셋째날은 조려서 먹고, 넷째날이 되었을 때 회로 먹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참치가 생선 중에서도 이노신산이 천천히 늘어나는 생선이기 때문에 가장 맛이 있는 것은 10일 정도가 지난 시점이라고 하네요. 열흘이나 지나면 생선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데, 참치는 덩치가 크고 껍질도 두꺼워서 세균이 잘 들어가지 못하므로 잘 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즘 제철 생선은...
2월은 우리나라 연안의 수온이 바닥을 쳐서 제철생선과 자연산 어종이 매우 귀해지는 시기라고 합니다.
찾아본 봐로는 눈볼대(아까무찌, 빨간고기로도 불림), 적어, 금눈돔(킹메다이), 꼼치(물메기), 미거지, 뚝치, 돌가자미등이 있는 데 회로 먹을 수 있는 건 몇 녀석 없네요.
3월은 농림수산부에서 선정한 조기와 숭어가 있습니다. 줄가자미 같은 건 비싸서 못먹겠지만, 참숭어 같은 거라면 요즘 횟감으로 어떠려나요?
제일 좋아하는 삼치회를 먹어본게.... 언제였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