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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board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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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22 21:13
모기채가 추천하는 시 한편 1월 22일 토요일
http://l.otd.kr/VDPFB3I5
 글쓴이 : 모기채
조회 : 456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






아버지는 강변에 둑을 쌓아 논을 만드셧다.

나무 뿌리와 커다란 돌들을 굴려 둑을 쌓았다.

구멍이 숭숭 뚫린 흙탕물 묻은 '런닝구', 봄볕에 검게 그을린 팔뚝이 큰 돌들을 들어올리거나,

나무 뿌리를 괭잇날로 내려칠 때는 붉은 힘살이 꿈틀거렸다.

막강해 보이시던 아버님이 저문 강에 앉아 날카롭게 닳아진 삽날을 씻을때 나는 번뜩이는 삽날 빛을 보며 산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삽을 메고 어둑거리는 마을로 들어오시는 아버지가 그립다.

(김용택 - 시가 내게로 왔다 2권 中)


공주아저씨 [Lv: 166 / 명성: 698 / 전투력: 5582] 11-01-22 21:31
 
살아가면서 입맛도 바뀌고 삶에 무게에 따라 맘에 와 닿는 시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때 연애편지를 쓸때 손수 시를 적어 편지 뒷글에 보태곤 했었는데 ㅎㅎ

날씨가 풀리고 밤 하늘에 별을 보다보면 제맘에도 많은 시가 쌓이겠네요.

행복한 밤 보내세요
비주류 [Lv: 92 / 명성: 744 / 전투력: 3830] 11-01-23 00:04
 
앗! 정희성 선생님.
고딩때 국어선생님이셨는데^^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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