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돈 육군 참모총장의 퇴진으로 군 지휘부 인사 폭이 커졌을 때 우리는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인사에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개혁 요구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만큼 서열 별 자리 채우기 식의 틀에 박힌 인사를 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런저런 연고나 정치적 요인 등에 얽매이지 않은 개혁인사를 통해 정부와 군이 대오각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필요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야말로 뭔가 정신차린 결과를 내놓으리라는 기대는 철저하게 허물어졌다. 언뜻 봐도 한심한 지역 편중, 무책임인사다.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은 경북 포항 출신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교 후배다. 그의 임명으로 3군 참모총장이 모두 영남 출신으로 구성된 것만 해도 기막힌데, 그 중 둘이 포항 출신이다. '영포인사'라는 개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자격이 있어도 안 된다면 역차별"이라는 상투적 변명이 나오지만 과거 군사정권 때도 이런 식의 인사는 기억에 별로 없다.
이홍기 3군사령관은 더 심한 경우다. 그는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합참 합동작전본부장이었다. 합동대응작전의 결정적 구멍이 드러난 마당에 책임을 물어야 할 대표적 인물이 도리어 승진해 중책을 맡았다. 그 역시 경북 출신에 현 정권 인수위원과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지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야전 전투형 군인이어서 발탁됐다"는 국방부의 설명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태도다. 하기야 이 대통령이 "가장 공정한 인사를 통해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했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과도한 육사 중심 인사시스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 왜곡된 인사구조가 지역 등 개인적 연고주의와 더불어 군의 공정한 경쟁시스템과 화합, 발전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은 상식이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군 인사에서 원칙과 독립을 강조해왔다. 이번 인사가 대통령의 말대로 정말 그가 전적으로 행한 것이라면 지금까지 쏟아낸 그럴 듯한 말의 신뢰성을 통째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 희생과 수모를 겪고도 도무지 정신 못 차리는 이 정부와 군을 어찌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