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노보드 시즌을 위해 동생이 참 오랬동안 준비를 했습니다.
스노보드 데크,부츠,바인딩,기타등등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장비들은 사정상 팔았고 야금야금 하나씩
다시 모으더군요 어떻게 저떻게 시간이 지나니 보드 동호인들이 보면 와 저거 좋은건데 할만한 장비를 다 갖추었더군요. 시즌권까지 마련해 뒀더군요.
그때 제가 한창 밤샘 작업들과 야근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때라 괜시리 심술에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대충대충하라고 얼른 돈모아서 결혼준비 하라고 쓸데 없는데 돈쓰고 다니지 마라고 했었지요.
듣는둥 마는둥 건성으로 대답하는 동생을 보고 '저놈의 쉐이가 나중에 돈없어 봐라 너만 고달프지' 생각 했었습니다.
시즌 개막하고 딱 이틀 타고와서는 엄지 발가락이 아프다며 보여주더군요 이때 또 한소리했습니다.
"야 임마 하루 이틀 타봤냐? 이게 뭐냐? 부츠꼬라지 어떻게 하고 타서 이모양이야?"
딱 보니 왼쪽 엄지발톱이 보라색입니다. 발가락은 퉁퉁 부어 두배만해 졌습니다.
이놈이 하도 고대를 하면서 기다렸던터라 새부츠 미리 손질하는 걸 잊고 타서 엄지발가락에 심한 압박이 왔나봅니다.
제가 알려주기는 그래서 날밝는대로 병원가서 치료하라고 했지만 아마도 발톱 빼야 할듯 합니다.
동생은 몇달을 준비해서 저리도 타고 싶어했던 건데 올시즌을 날릴까봐 걱정이 얼굴에 가득합니다.
몇달치 월급을 써서 마련한게 쓸데가 없어졌겠군요.
동생이 근 2년만에 처음으로 휴가차 놀러가는데 나는 왜 심술이 났을까 싶습니다.
일이 왜 저렇게 되었나 싶으니 순간 심술 부렸던 생각이 나서 슬그머니 나가 혼자 담배 한대 피우고 왔습니다.